이야기가 있는 한, 인간의 역사는 계속된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기억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계속된다
도나 바르바 이게라의 2022년 뉴베리상 수상작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단지 흥미로운 SF 모험담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기억, 그리고 서사(이야기)의 힘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읽는 이의 마음속에 강렬한 울림을 남깁니다.
기억을 잃은 미래에 뿌리내린 마지막 이야기
2061년, 지구는 핼리 혜성과의 충돌이라는 재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우주선에 올라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게 됩니다. 우주선 내부의 통치 집단인 '콜렉티브'는 새로운 사회 건설의 명목으로 모든 승객의 기억을 지우는 프로젝트를 실행합니다. 그러나 우연한 사고로 주인공 페트라 페냐는 기억을 잃지 않은 채 깨어나고, 혼자서만 지구의 기억과 할머니에게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간직하게 됩니다.
페트라는 기억이 삭제되어 오직 '임무'에만 집중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사람들의 세계 속에서 고독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녀는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얻은 지혜와 용기를 바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단지 재미있는 '픽션'으로 치부되던 페트라의 이야기는 점차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혔던 감정의 씨앗을 심고, 그들 스스로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깨웁니다. 페트라는 이야기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인류의 잃어버린 과거를 복원하고 미래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존재가 됩니다.
서사의 힘, 정체성의 회복
이 소설이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바로 이야기의 힘입니다. 기억이 지워진 사회는 효율적이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동시에 무감각하고 공허한 곳입니다. 콜렉티브가 통제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와 연결이 끊어진 채 살아갑니다. 그러나 페트라가 전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그들을 과거의 '뿌리'와 연결하고, 감정을 일깨우며, '나'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합니다. 이야기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인간의 감성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도구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과거의 기억이 없으면 우리는 누구인지, 우리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기억을 되찾으면서 비로소 온전한 인간으로 거듭나고, 각자의 개성과 정체성을 회복하게 됩니다. 이는 개인의 기억뿐 아니라 인류 공동체의 기억, 즉 역사와 전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권합니다
SF 장르를 좋아하지만,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찾는 분. 단순히 우주선 여행이나 새로운 행성 탐사에 그치지 않고, 철학적 사유를 자극하는 소설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문학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싶은 성인 독자. 뉴베리상 수상작답게 깊이와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 모든 연령대가 공감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류의 미래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분. 기술의 발전이 인간성을 위협할 수도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억 전달자》를 감명 깊게 읽으신 분께도 권합니다. 두 작품은 주제와 분위기에서 놀랍도록 유사한 면모를 보여주며, 함께 읽을 때 그 의미가 더욱 풍성해집니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잊힌 이야기를 다시 찾아내고, 인간의 영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소설입니다. 페트라가 전하는 이야기의 씨앗은 소설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우리가 가진 이야기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줄 것입니다.
뉴베리상은 '가장 뛰어난 미국 아동 문학 작품'에 수여됩니다.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가치를 지닌 책을 선정합니다.
수상 자격: 작가가 미국 시민이거나 미국에 거주해야 합니다.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주는 상의 성격이 강해요.)
작품성: 줄거리, 등장인물, 배경, 주제 등 문학적 요소들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독창성: 이야기가 새롭고 독창적이어야 합니다.
독자층: 아동을 위한 책이어야 하지만, 단순히 그림책보다는 글의 비중이 높은 소설류가 주로 선정됩니다. 보통 초등학생부터 청소년까지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요.
뉴베리상은 그 해 출판된 미국 아동 도서 중에서 문학적 가치가 가장 뛰어난 한 작품에 메달을 수여하고, 그 외 주목할 만한 작품에 은메달(아너상)을 수여하는 방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