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중국을 걷다
중국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게 문 없는 화장실이다. 이처럼 중국은 나에게 종종 위생적이지 않고 혼란스러우며, 과거의 고정관념 속에 갇힌 낯설고 복잡한 존재로 인식되곤 했다. 경제적으로 세계2위 부상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불편과 복잡한 정치 상황이 중국을 피상적으로만 바라보게 했다. 그 결과 '진짜' 중국의 모습은 왜곡되기 쉬웠다.
인문학자 이욱연 교수는 『홀로 중국을 걷다』에서 베이징부터 하얼빈까지 중국 일곱 도시(베이징, 사오징, 상하이, 시안, 지난, 황저우, 하얼빈)를 걸어서 통과하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거나 겪은 이야기로 오해나 편견을 교정하게 한다.
이 책은 통계나 정치적 수사는 없다. 장소와 그곳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통해 중국인들의 일상과 인간적인 모습을 소개한다.
이 책의 여러 도시와 역사 속 이야기 중에서도, 독자에게 가장 깊은 사유를 던지는 부분은 상하이에서 만난 장아이링(張愛玲)의 단편소설 「봉쇄(封鎖)」에 대한 해설이다.
이욱연 교수는 상하이의 화려함과 욕망을 탐색하며, 우리 삶에도 불현듯 찾아올 수 있는 '봉쇄의 시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 「봉쇄」는 1940년대 일본군의 공습경보로 전차가 멈추어 일상이 정지된 순간을 배경으로 한다. 이 멈춤의 시간 동안, 아내와 평범한 삶을 사는 남자와 '훌륭한' 삶이라는 수식어에 갇혀 있던 여자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가식 없는 자기 자신(진인)의 모습으로 마주한다.
소설 속 여자가 말한 핵심 구절은 다음과 같다.
“세상에는 진인眞人보다 호인好人이 훨씬 많다.”
이욱연 교수는 이 문구를 통해 우리 삶의 가장 보편적인 역설을 지적한다. 호인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일상에서 호인의 삶을 산다. 하지만 그 호인의 삶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사는 진인의 삶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무의식은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 언제든 그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데, 평소 무의식은 의식의 수면 아래 눌려 있다가 균열이 생길 때 비집고 올라온다면서, 저자는 우리가 늘 어느 한순간 진인이 되거나 진인을 만나기를 꿈꾸면서도, 결국은 호인으로 일상을 산다고 분석한다. 이 호인의 삶이 비루할지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 삶의 경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그렇다. 소설은 이 경계에 틈이 생겼을 때 생긴 균열(사건)이 줄거리다.
일상은 잠시 멈춘 듯해도 물처럼 흘러간다. 소설 속에서도 봉쇄로 잠시 멈췄던 일상도 봉쇄가 풀리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러간다.
결국 이 책이 상하이라는 거대한 욕망의 도시에서 건져 올린 질문은, 그대로 나에게로도 향한다. 1940년대 상하이에 울린 공습경보처럼 내 삶의 일상이 정지되는 '봉쇄의 시간'이 온다면, 과연 진정한 나 자신인 '진인'의 모습을 대면할 수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은 경제적인 관계는 깊지만, 어떤 장벽이 큰 복잡한 존재로만 느껴지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선입견을 교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일 때문에 중국을 자주 방문한다는 지인이 있다. 일전에도 베이징을 방문하여 도심을 벗어난 큰 길 안쪽에 있는 찻집 사진을 보내주었다.그는 일로 인한 긴장감이나 피로를 풀기 위해 늘 골목길을 산책한다고 한다. 사진속 베이징의 뒷골목은 우리네 뒷골목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저자가 역사와 문학을 통해 보여주는 중국도 지인이 보내준 사진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거대 담론으로만 알고 있던 중국인들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과 일상의 문화가 거기도 있었다.
『홀로 중국을 걷다』는 적어도 내가 오해하고 있는,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왜곡되기 쉬운 '진짜' 중국의 모습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했다.
중국의 '문없는 화장실'은 2000년대 이후 중국 정부가 위생 및 인프라 개선을 위해 '화장실 혁명' 등을 추진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 대부분의 공공장소, 쇼핑몰, 호텔 등은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혹 아직 남아 있다하더라도, 1980년대나 1990년대 이전, 특히 시골이나 낙후된 공공장소, 일부 공중화장실은 칸막이나 문이 없는 형태였기에 이러한 고정관념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데, 그런 곳까지 찾아가 볼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