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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Mar 08. 2019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있는 힘도 못 쓴다

그림책에 물들다 | 배고픈 거미

         배고픈 거미| 강경수 글그림 |그림책공작소                               



가짜 이야기는 언제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크리스마스를 공휴일에서 제외한대!"

“누가 그래?” 

“신문에 났어.”

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장난을 좋아하는 친구의 농담이었지만 함께 있던 사람들은 신문에 났다는 말에 모였던 사람들은 별 의심 없이 사실로 받아들이는 듯했어요. 더 나아가 크리스마스만 공휴일에서 빼면 형평에 어긋나니 부처님 오신 날도 공휴일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신문에 대한 신뢰가 지금 같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가짜 이야기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늘 있어 왔어요. 종류도 다양해서 유명인에서부터 동네 이웃에 대해서까지도 가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다른 게 있다면 뉴스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카메라와 컴퓨터를 이용해 거대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나 할 수 있었던 뉴스를 생산하고 SNS를 통해 퍼뜨릴 수 있는 세상이지요. 만약  위에서  말한 가짜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SNS에 올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가 막 기성을 부리기 시작한 2020년 초의 일입니다. 특정 종교가 그들의 모임 방식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 슈퍼 전파자로 지목받던 때 일이에요. 한 빵집이 그 특정 종교집단 카페라는 가짜 정보가 퍼졌습니다. SNS에서 시작된 가짜 정보를 사람들은 맘 카페, 밴드, 페이스북 등으로 공유하고, 근거 없는 가짜 이야기를 사실처럼 믿기 시작하면서 이 빵집의 매출은 90% 이상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배고픈 거미>는 가짜 이야기나 과장된 이야기를 확인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를 다룬 우화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 


 깊은 숲 속에 무시무시한 거미가 살고 있어요. 거미는 거미줄을 쳐놓고 걸려든 무엇이든 다 먹어치웠습니다. 평소처럼 거미줄을 쳐 놓고 낮잠을 자러 간 어느 날---. 앞표지를 넘기면 양면 꽉 채운 그림으로 이를 악문, 눈이 세 개인 거미가 자신이 쳐 놓은 거미줄에서 먹이를 기다리고 있네요.

파리 한 마리가 가장 먼저 거미줄에 걸립니다. 파리가 거미줄에서 벗어나려고 앵앵거리는 소리를 듣고 사마귀가 왔다가 거미줄에 또 걸립니다. 사마귀가 파닥이는 소리를 듣고 다가온 개구리가 거미줄에 걸리고, 개구리가 바둥대는 소리를 듣고 다가온 구렁이도 걸리고, 올빼미도, 마침내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호랑이까지도 거미줄에 걸립니다. 


 'oo가 벗어나려고 ooo 하는 소리를 듣고 다가온 ooo도 거미줄에 걸렸어요.' 이런 식의 문장의 반복은 유아용 그림책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점점 더 큰 동물이 거미줄에 걸림으로써 긴장도 고조됩니다.


거미줄에는 곤충에서 양서류, 파충류, 조류, 그리고 먹이사슬 최상단에 있는 호랑이까지 걸렸어요. 동물들은 소리를 듣고 왔다고 할 뿐 먹이를 취하러 왔다가 거미줄에 걸렸다고 말하지는 않아요. 딱한 건 호랑이조차 거미줄에 걸려 옴싹달싹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먹고자 한다면 올빼미든 뭐든 얼마든지 잡아먹을 수 있는 호랑이지만 호랑이의 신경은 온통 거미줄에 걸렸다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 허위 정보가 계속 믿음의 체계 내에서 생존하고 있는 이유를 확증편향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취하고 상반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 성향을 말합니다. 즉, 나에게 맞는 혹은 내가 믿고 있는 사실에 부합되는 것만 계속해서 보기 때문에 허위 정보에 속는 것이죠.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동물은 거미줄에 걸렸으나 거미를 본 적이 없어요. 오직 파리만 거미를 보았을 뿐입니다. 파리가 전하는 과장된 이야기에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왜 이들은 그 기회를 무시할까요.  


 "이제 곧 '배고픈 거미'가 우리를 모두 먹어치울 것"이라는 파리의 비명에 모두들 겁에 질립니다. 사실 파리에게 거미는 두려운 존재이지요. 실체를 정확히 안다면 거미를 두려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텐데, 하지만 어쩐 일인지 다른 동물들은 거미의 실체를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거미를 모릅니다. 


 두려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전이되었습니다. 실체를 모르는 두려움은 전이되면서 더 크게 증폭됩니다. 동물들 사이로 전이된 두려움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것이 되었어요.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있는 힘도 못 쓰게 만듭니다. 두려움에 마음이 먼저 거미에게 굴복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배고픈 거미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두려울 때 눈을 감아버리거나 숨어버리지 말고 바로 보고 대응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파리나 사마귀에게 거미줄은 두려운 존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조차 겁을 내다니요! 믿기 어렵지요. 실체를 똑바로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두려움에 굴복하고 만 호랑이의 태도는 읽는 이를 안타깝게 합니다. 이에게 동물 이야기를 읽는 이들에게 '앞을 똑바로 보세요. 두려움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어요.' 말해줍니다.


 가짜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이 있어요. 


 1) 어떤 종류의 정보인가를 구분합니다. 즉 전달하는 사람의 의견인가, 사실인가를 먼저 구분합니다.  

 2) 어디서 나온 뉴스인가. 정보의 출처를 확인해야 합니다. 

 3)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보아야 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박정섭 <감기 걸린 물고기>(사계절, 2016)

다시마 세이조 <뛰어라 메뚜기>(보리, 2000)

달시 패티슨 글/피터 윌리스 그림 <바다괴물 대소동>(다림, 2018)

아드리앵 파를랑주 <곧 이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정글짐북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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