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파랑치타

파랑치타가 달려간다 : 성장소설 읽기

by 김패티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박선희 저 | 비룡소 | 2009년


절망도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아이들



자신의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질 게 없다고 생각하는 강호,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라고 말하는 도윤. 둘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절친이었습니다.


강호는 공부하기보다는 주유소‘알바’에 더 열중합니다. 주유소에서 함께 일하는 건우 형의 오토바이를 사고 싶어서입니다. 알바비를 어렵게 모아서 갖고 싶던 오토바이를 삽니다. 파랑치타, 오토바이에 이름도 붙였습니다. 가끔 얻어 타고는 했던 오토바이, 강호는 오토바이를 타는 동안 갑갑한 처지를 잠시 잊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무엇에도 의미를 찾지 못하며 흔들리는 강호를 붙들어 주는 사람은 동생 강이 입니다. 강이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호를 붙들어주는 셈이지요. 어린 강이를 두고 엄마는 가출하셨고,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는 아버지가가 강호의 가족입니다. 그런 집이 싫어 주유소에서 숙식을 합니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강이와 함께 사는 것이 강호의 계획입니다.


강호는‘엄마 없는 애’,‘없는 집 애’로 통합니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불량학생으로 낙인찍힌 강호지만 그런 일로 누구와 치고받고 싸우지는 않습니다. 도윤 엄마의 자식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이 아이들 사이가 멀어지게 하고 강호는 도윤 엄마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싸움의 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았기 때문입니다.


강호가 학교 공부에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도윤은 외고에 진학합니다. 도윤 엄마는 아들이 외고를 거쳐 명문대를 나오면 이 사회에서 주류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도윤은 외고 아이들 사이에서 경쟁하는 데에 점점 지쳐갑니다. 결국 엄마의 기대와 달리 도윤이 외고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학을 합니다. 도윤 엄마는 아들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자신의 바람이 좌절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 도윤 엄마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어요. 도윤 엄마를 변명하자면, 엄마가 설계한 그 길로 가면 자식의 앞날이 보장될 것 같은데 따라주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자식을 위하는 일에 할 수만 있다면 다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도윤 엄마의 사랑은 자칫 아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어 다른 엄마로서 걱정하게 됩니다.



금지하는 것들



일반 학교로 온 도윤을 다시 만난 강호는 도윤이 불편합니다. 강호가 피할수록 도윤은 적극적으로 강호에게 다가갑니다. 담배를 달라고도 해보고, 결석한 강호를 위해 프린트도 만듭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궁금했던 것을 묻지요. 도윤이 강호에게 묻는 장면은 중요한 장면입니다. 무슨 일에나 소극적이고 강호에게는 당하기만 했던 도윤이 먼저 묻는 것은 도윤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호는 초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도윤의 엄마 때문에 상처 받은 일을 말하지 않습니다. 도윤 또한 강호가 왕따를 해서 불면증까지 생겼던 사실을 엄마에게 숨기지요.‘그때 왜 그랬냐’고 묻는 도윤을 강호는 대답 대신‘클럽 몽’으로 초대합니다.


홍대 앞 ‘클럽 몽’에서 강호와 도윤은 화해의 실마리를 찾습니다.‘클럽 몽’이 도윤에게는 특별했어요. 또래 아이들이 쏟아내는 열정과 자유로움은 그동안 도윤이 결코 경험해 보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연주에 따라 자기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는 것을 발견하지요.


도윤은 클럽 몽에서 춤추는 또래 아이들을 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즐기는 일, 자기를 표현하고 발산하는 일, 그런 일을 나는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도윤은 어른들이 금지한 것에 저항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클럽 몽에 다녀온 날 도윤은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피아노 뚜껑을 엽니다. 그리고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해 버렸던 일, 스스로 강해지기 위한 일들을 하나씩 해봅니다. 눈썹 피어싱은 도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엄마의 언어를 빌리면 ‘노는 애들, 불량한 애들’이나 할 법한 바벨 피어싱을 하는 등 도윤은 한 걸음씩 도윤은 온몸으로 제 길을 내어 갑니다.


강호는 기타 연주 실력이 뛰어납니다. 강호의 숨은 기타 실력을 발견한 사람이 김세욱 선생님입니다. 전체 평균이나 깎아내리는 존재가 되어버린, 설자리를 잃어가는 강호에게 김세욱 선생님은 강호를 이해하고 힘이 되어주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김세욱 선생님이 강호, 도윤, 이경 등을 모아 만든 밴드부‘달리는 파랑치타’. 먼 길을 돌아온 강호와 도윤은 밴드부에서 만납니다. 클럽 몽 이후에도 불편한 사이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던 강호와 도윤이 밴드부를 함께 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눅어갑니다.


그러나 밴드부는 도윤 엄마로 인해 위기를 맞습니다. 공부만 하기도 시간이 부족할 아이들에게 밴드부 활동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대로 끝날 것 같은 길은 문득 또 하나의 길로 이어집니다. 달리는 파랑치타’는 학교를 떠나 그들만의 길을 만들어서요.


강호는 기타를 치면서 실력이 늘고 정말로 좋아서 하는 일이 생깁니다. 놀라운 것은 도윤입니다. 도윤은 김세욱 선생님이 빠지고 대신 이경 선배를 주축으로 활동하는 밴드에 강호보다 적극적입니다. 엄마로 인해 밴드부 활동이 어려워졌을 때도 더 이상 피해 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를 변하게 만듭니다. 공부도 하고 좋아하는 밴드 활동도 하는 도윤을 엄마도 이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연습하러 간다는 도윤의 말에 간식을 준비해 줄 만큼요. 여리기만 했던 도윤이 자기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갈 만큼 단단해지는 모습과 함께 김세욱 선생님의 자취방에서 강호와 장난을 치는 장면은 참 멋진 화해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거리의 파랑치타 & 학교의 파랑치타



밴드 ‘달리는 파랑치타’의 첫 공연은 성공입니다. 그 축제의 마당에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하고 그들이 즐거워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입니다. 이 축제의 마당에 강이가 있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효진 누나가 있습니다. 수연이가 있고 도윤의 형이 있고, 그 옆에 엄마가 있습니다.


밴드부가 계속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오프닝 공연이 강호와 도윤에게는 고등학교 시절에 하는 마지막 공연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 공연을 즐기고 몰입하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보입니다. 이 공연이 끝나면 아이들은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살아낼 것입니다. 달리는 파랑치타의 오프닝 공연은 한 시절을 겪어내게 한 경험으로서 아마 오랫동안 강호와 도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는 ‘파랑치타’가 둘입니다. 길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파랑치타와 오선지의 음표를 따라 질주하는 락 밴드 파랑치타.


오토바이 파랑치타는 폭주족입니다. 최소한의 보호 장비 없이 속도를 높여 달리는 그들은 말 그대로 도로의 무법자, 경계 대상입니다. 강호는 그런 폭주족이지요. 위험하고 끝을 모르는 채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는 폭주족.

폭주족 강호를 이해하지만 폭주가 인정받을 수는 없습니다. 위험해도 달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강호의 부실한 삶이 오토바이 폭주족이 되게 했습니다. 부모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강호의 위태로운 상황이 폭주를 하게 만들었어요. 강호도 폭주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강호가 파랑치타를 그만 타야겠다고 생각할수록 밴드 달리는 파랑치타의 존재감은 더 커지는 것이지요. 강호가 파랑치타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대신 ‘달리는 파랑치타’로 연주하는 길로 달리기를 바랍니다.


‘거리의 파랑치타’를 대신할 ‘학교의 파랑치타’는 밴드부만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공부 말고도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보며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더 많은 파랑치타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생각해 보기>


1.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파랑치타’는 강호가 타는 파란색 오토바이 이름이면서 동시에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에너지가 똘똘 뭉쳐진 록밴드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평원을 힘차게 달리는 치타, 그 치타처럼 달리고 싶은 욕망을 담은 오토바이, 쿨한 에너지와 싱그러움 가득한 록밴드,‘파랑 치타’는 이처럼 생각하기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2. 아이들을 노는 아이들과 공부하는 아이들로만 나누려는 어른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나요?



3. 이 책의 주인공 강호와 도윤은 현실의 불안을 사는 10대들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책을 읽으며 정서적으로 공감이 되는 구절에 밑줄을 그어 봅시다. 어떤 점에서 공감되는지 이야기도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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