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 읽기 | 가시 고백
“나는 도둑이다”라고 고백하면서 시작하는 소설 <가시고백>. <가시고백> 읽기는 이 도둑이 언제쯤 정체가 탄로 날지, 과연 들킬는지, 들킨다면 과정은 어떨는지 따라가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둑이라 고백한 주인공 해일이의 ‘가시’ 뽑는 ‘고백’의 과정이 이 책의 주요 내용입니다. 그러나 고백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고백은 부끄럽거나 두려워 쉽게 하기 어려운 말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고백은 또한 고백하는 이가 자기 상처를 공개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가시고백’은 마음속에 박힌 가시를 빼내는 일(고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 가시는 몸에 박힌 가시와 달라 잘 보이지 않고 빼내기가 더 어렵습니다. 특히 가시고백이 필요한 것들은 기억에서조차 통째로 들어내고 싶은 것이 대부분이지요. 부끄럽고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지나와 돌아보면 그 시절의 가시고백은 성장통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책의 해일이와 지란이 그리고 십 대를 보내는 다른 아이들에게는 가시를 패 낸 자리에 옹이가 생기겠지요. 그러나 옹이로 해서 그들은 자신의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됩니다.
삼십 년 경력 가발 전문가로서 예민한 손끝을 가진 엄마를 닮아 해일이도 손끝이 야무집니다. 그런 해일에게는 도둑질을 하는 습관이 있어요. 도둑질을 하는 이유는 물건을 탐내서도 아니며 누군가의 압력 때문에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해일은 그런 도벽이 생긴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해일에게 도둑질이 마음속에 박힌 가시입니다.
해일이가 남의 물건에 손대기 시작한 것은 일곱 살 때입니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의 지갑에 손을 댄 것입니다. 그 무렵 해일이는 목에 열쇠를 건 꼬마였습니다. 부모님은 일하느라 늦게 돌아오시기 때문에 어린 해일이에게 ‘열쇠는 외로움과 두려움이었으며 간절한 기다림’이었지요. 도둑질은 그때 생긴 버릇인데 고교 2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해일은 자기도 모르는 순간 남의 물건을 훔치고는 합니다.
물건을 훔치는 행위로 얻는 순간의 짜릿함 혹은 여전히 건재한 실력을 확인하는 순간, 해일은 짧은 순간의 안도감을 느끼지만 후회는 길게 남습니다. 해일이도 더 이상 도둑질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손이 먼저 그 일을 해버립니다.
도벽이라는 가시를 가지고 있는 해일의 마음은 주변 사람들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도 덜컥덜컥합니다. 해일의 도벽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말, 선생님이나 엄마의 상투적인 충고 같은 말에도 해일의 가슴에는 가시가 쿡쿡 박히고는 합니다.
아들에게 도벽이 있는 줄 모르는 엄마는 고구마 줄기를 기가 막히게 벗겨내는 손재주를 가진 해일에게 “넌 예민한 일을 해야 해. 예민한 손은 예민한 일을 해야 제값을 하지 엄한 일을 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20p)”라고 말하지요. 예민한 손으로 노동을 하는 엄마와 엄마를 닮아 똑같이 예민한 손으로 도둑질을 하는 자신의 손을 보면서 해일은 맥이 빠집니다.
이렇듯 해일은 자신의 도둑질을 들켜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스스로도 멈추고 싶은 도둑질인데, 통제가 되지 않아 도둑질을 반복한다는 사실이 해일은 더 참담합니다.
어느 날, 해일이가 우연히 기르게 된 병아리가 반 아이들에게 공개되고 지란은 같은 반 친구 진오와 함께 해일의 집에 병아리 구경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지란은 해일의 집에서 자신에게는 없는 그림을 보게 되지요. “달걀로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동생, 외출하고 돌아와 병아리 안부를 묻는 형, 그것들에게 집을 지어 주려는 아버지”가 있는 그림입니다. 특별하지 않으나 가족이 서로에게 보이는 관심과 태도, 따스하고 맛있게 배부른 집이 지란에게는 사무치도록 그리운 것들입니다. 지란은 새아버지와 친아버지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아이입니다. 늘 밝은 얼굴인 지란에게도 말하지 않는 아픔이 있었던 거예요.
용창 선생님도 빼내고 싶은 가시고백이 있어요. 제자를 잘못된 길로 빠지게 했다는 죄책감이에요. 때문에 아이들을 일부러 냉랭하게 대합니다. 안타깝지요. 진오, 미연, 다영이. 이들 모두 제각각 가시고백이 있습니다. 가시고백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해일의 병아리 부화는 작가의 메시지를 대신합니다. 부화는 오로지 해일의 손으로, 해일이가 어미닭을 대신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이 일에 관심을 갖는 것 또한 중요한 대목입니다. 해일이가 달걀을 부화시키고 병아리를 키우면서 어린 시간을 다시 사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일곱 살 이전의 어린 해일이 스스로 보상받는 것처럼요. 병아리는 해일입니다. 가족 모두가 병아리에게 관심을 갖는 것으로 해일이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대신합니다. 한편 달걀 껍데기를 깨고 나와야 병아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병아리 부화는 유년의 상처를 깨고 나와야 하는 해일의 다른 상징이지요.
소설 <가시고백>은 ‘나는 도둑이다’라는 독백이 고백이 되는 여정이 줄거리입니다. 그 끝에서 해일이 스스로 “그때까지 나는 도둑이었다. 그리고 아직 용서를 받지 못했다”라고 합니다. 가시고백은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지요. <가시고백>은 해일이가 용서받는 과정을 독자들이 생각해야 되는, 즉 독자의 몫이 크게 남은 소설입니다.
1. 해일이는 정성을 다해 병아리 부화에 애를 쓰는데, 이 작품에서 ‘병아리 부화'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2.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인 해일, 지란, 진오, 다영, 미연, 해철은 각각 고백해야 하는 가시들이 있어요. 무엇인가요?
3. 나에게는 어떤 가시가 있는지요.
4. "삶의 근육은 많은 추억과 경험으로 인해 쌓이는 것입니다. 뻔뻔함이 아닌 노련한 당당함으로 생과 마주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살아 보니 미움보다는 사랑이 그래도 더 괜찮은 근육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입니다. 여러분은 삶의 근육이 생긴때는 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