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하고 스러지는 날들

우리 타로는 믹스입니다만

by 김패티

베란다에서 나는 우당탕 소리에 놀라서 달려가 보니

타로가 넘어져서 일어나질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녀석도 크게 놀랐을 텐데 비명조차 희미해서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소파며 침대에 용수철 튀듯 뛰어오르던 녀석인데,

고작 무엇엔가 걸려 넘어져 일어서질 못하다니 왈칵 눈이 뜨거워졌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끝이 있다지만

하루하루 타로의 모든 것이 스러지고 소멸되는 것들에 견딜 수가 없었다.



잘 안 보여서 그러는 걸까, 타로는 집안에서도 벽에 바짝 붙어서 걸어 다녔다.

늘 다니는 곳으로만 다녔다.

잘 아는 익숙한 길로 다니느라 그러는 것 같다.

구석에 맞닥뜨리면 돌아서는 법을 잊어버린 것인지

한동안 그렇게 앞을 바라보고 멍하게 서 있고는 했다.


집안 바닥에 놓였던 물건들을 치웠다.

처음엔 타로가 다니기 불편할 만한 곳을 중심으로 치우다가

더 이상 치울 수 없는 것 몇 가지만 남겨 두고 모두 치웠다.



타로는 잠자리 용으로 사 준 쿠션을 정말 좋아했다.

펫 용품 박람회에 갔다가 발견하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쿠션을 사기 전에는 낮은 안락의자에서 잤다.

살다 보면 살림은 늘게 마련이다.

옷을 담는 바구니, 타로 약을 담아 두는 바구니, 타로 사료 상자 등 타로 살림살이도 늘었다.

그중에도 가장 큰 살림은 단연 잠자리용 쿠션이다.

쿠션을 빨아서 말리는 동안 빨랫줄에 걸린 쿠션을 아쉽게 바라보고는 했다.


타로가 가기 얼마 전, 타로는 제 잠자리용 쿠션을 한 번에 올라가지 못했다.

몇 번씩 제 잠자리에 들기 위해 올라가려다 굴러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높이 고작 25cm인데. 녀석을 안아서 쿠션 위에 올려주고는 했다.

올려주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혼자서 내려오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쿠션을 치우고 녀석이 좋아하는 분홍색 담요를 깔아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녀석은 담요 위에 누워 쉬고는 했다.


녀석의 모든 것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왈왈 짖는 소리에 완전히 힘이 빠진 것은 오래고 미소마저 희미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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