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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울라 최 Jan 14. 2022

한나와 지현이

마이크로 개인주의 micro - individualism 배우기

한나와 지현이

잠을 자러 침대에 누웠는데 불현듯 중학교 친구 한나와 독일에서 만난 친구 지현이가 생각났다.

둘은 내 인생에 각각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만난 친구지만 극한 개인주의 성향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학교 2학년.

줄곧 내성적이었던 내가 외향적으로 변화하던 시점이다. 학급 임원도 맡고 학업에 열중하며 선생님들과 관계도 좋았다. 그때 친구 3명과 유독 돈독하게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중 한 친구 이름이 "한나"였는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선한 친구였다.

외동딸이었고 HOT 토니 안에 광팬이었다. 우리는 그녀를 토니 부인이라고 불렀다. 그럴 때마다 한나는 약간 쑥스러워하며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어느 날 넷이 하굣길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우리 넷은 돈독하고 가족 같으며 끈끈한 관계라 믿었다. 한나가 길을 가던 중 분식집 앞에 멈췄다.

"잠깐 나 어묵꼬치 좀 먹고 올게!"

한나는 혼자 분식집으로 달려가 어묵꼬치를 열심히 먹었다. 나머지 셋은 길바닥에 뻘쭘하게 서있었다.

나는 약간 배신감을 느끼고 당황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낯설어서 어쩔 줄 몰랐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한 학기가 끝나고 우리는 점점 멀어졌던 것 같다.

한나는 신축 아파트에 살았고 공부도 꽤 잘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쓸쓸함과 신경질적인 예민함이 있었다.


프랑크프트에서 학교를 다니며 남은 간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같은 학교 친구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으로 찾아와  "지현"이를 나에게 소개해줬다. 동갑인 지현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매력적인 얼굴을 갖고 있었다. 그 당시 지현이는 호주에서 만난 독일 남자 친구와 함께 프랑크프루트에 왔다. 지현이는 프랑스어를 전공했고 영어를 무척 잘했다. 독일어도 일취월장했다. 그녀는 디자인학교를 가기 위해 전공하지 않은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열정적이었다. 학교에 입학하고 지현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있을 때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타지 생활을 하면서 학생인 우리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근근이 알바를 하는 내게 지현이는 10유로~50유로 돈을 빌려갔고 잘 갚았다. 내가 한국에 왔고 지현이에게 작은 도움을 청하면서 어떤 실수를 했을 때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다. 내용이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그 후로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두 친구는 매니아mania적이고 시니컬하며 스트레스를 잘 받는다. 하지만 취약한 점을 반등의 기회로 잘 다스려 자기 분야에서 높은 수준에 올라있다. 나는 두 친구의 개인주의를 간절히 배우고 싶다.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집단주의(Groupism)

선택해야 할 것은 자기희생이냐 타인의 지배냐가 아니라 독립이냐 아니면 의존이냐이다. 다른 인간을 이용하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포기하고, 다른 인간에 맞추어 살지 않으며, 타인을 자기 행동과 사상과 욕망의 원동력으로 삼지 않고, 에너지의 원천을 자신으로부터 길어 올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자기 중심주의 자이다.

인간은 재능이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지만, 근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그것은 인간이 도달한 독립성의 수준과 개인의 자주성이다.

독립성은 인간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이다. 타인을 위해 행하거나 행하지 못한 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자발적으로 행한 일에 의해서 한 인간이 평가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첫 번째 권리는 자기 자신이 되는 권리이고, 인간의 첫 번째 의무는 자신에 대한 의무이다. 그리고 가장 성스런 도덕적 원칙은 자기 삶의 목적을 타인에게 양도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도덕적 의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욕망이 타인에게 의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개인주의의 역사>


어느 날 미술사 교수가 동양인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얼마나 악명 높았던 교수였던지 이름도 잊혀지지 않는다. 야네케.

동양 학생들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발 그룹 지어 다니지 마세요!"

약간 뻘쭘했다. 불량 고등학생들이 학생부에 끌려가 훈계를 듣는 분위기였다.

야네케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 학교는 디자인학교이지만 이론이 중요한 학교입니다.

여기는 독일이고 당신들은 독일어에 열중해야 해요. 독일 친구를 사귀고 독일어로 이야기하고 독일 문화를 배우려 하세요."

우리는 굽신굽신 대답을 하고 흩어졌다.

개인주의는 서양에 뿌리를 두고, 전체주의는 동양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동양인은  조화로운 풍경과 함께 인물사진을 찍고 서양인은 인물을 큰 포커스로 화면에 담는다고 한다.

그림을 비교해보자. 폭넓은 풍경을 담는 동양화에 비해 정물화나 비교적 좁은 풍경을 담는 서양화에서 동서양의 관점 차이를 볼 수 있다.

개인주의는 집단보다 개인에 더 중점을 둔다. '더 이상 나눌 수 없는'이라는 어원에서 Individualism 개인주의라는 말이 생겼다.


20대 초반 공동체가 우선시 되는 한국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단체 생활은 개인의 약간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의존적으로 자란 나는 한나와 지현이의 행동이 불편했다.

8년이란 시간을 독일에서 생활하고 개인주의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유학생활 후반에는 집단으로 행사하는 모임을 거부했다. 나의 퍼스널 스페이스가 점점 좁아졌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귀국 후, 개인주의에 익숙해진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혼란스러워하며 어리둥절하던 게 떠오른다.

나는 20대까지 가족에게 의존적이었다. 30대 중반, 결혼 후 가족의 부재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부작용이 있었다. 기질적으로 갖고 있는 집단주의 성향과 환경에서 습관화된 개인주의 성향 사이에서 혼란을 겪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육아를 하면서 나는 한나와 지현이의 개인주의가 편하다. 불쑥 올라오는 의존적인 마음은 접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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