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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울라 최 May 04. 2022

흰머리 할머니의 한마디

할매들의 내공 있는 위로 스킬

주변에 집중할 수 있는 날,

브런치를 눌러 기억에 남는 것들을 신속하게 타이핑을 한다.

요즘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이런 시간이 올 거라는 짐작도 못했지만 오늘 아들과 하루를 보내며 주변 소리를 차곡차곡 담아놓았다.


- 담아 놓은 scene -

1. 흰머리 할머니의 한마디.(격려)

2. 놀이터에서 마주친 10살 남자아이.(위로)

3. 언어치료실 앞에 쭈그려 앉아 치료실 안 소리를 듣는 한 아이의 엄마.(공감)


아침 일찍 안아병이 걸린 4세 아들을 업고 아파트 앞을 산책 하는 도중  흰머리 할머니가  지나다가 걸음을 멈춰 말을 건다.

"아들을 참 예쁘게 낳았어~엄마 닮아서 예쁘네. 아가야 건강하게 크거라~"

덕담과 함께 기분 좋은 한마디를 건네고 가셨다.

평소에 가볍게 지나갈 이 한마디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위로받은 느낌이었다.


30대 초반 방황하고 괴로웠던 시간,

한 여름 오후 2시쯤 망원역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슬픔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었다. 몇십 분을 목놓아 엉엉 울고 있었다.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동네 할머니들이 평상에 앉아서 참외를 드시고 계셨다. 한참 동안 울고 있는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내가 이성을 찾고 겨우 울음을 멈췄을 때 할머니 한분이 나에게 다가와 참외를 건네며 "먹어~"하고 자리로 돌아가셨다. 참외가 달고 맛있었다.


오늘 아침 만난 흰머리 할머니는 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마치 아는 것 마냥 적재적소에 달콤한 한마디를 남겼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들 그네를 더 힘껏 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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