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장래희망란에 '현모양처'라 기입한 적이 있다.
누군가에 비웃음을 샀고
그 이후 '화가, 교수, 작가...'등 계획 없는 장래희망을 적어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어릴 적 꿈이 없으면 희망이 없는 듯 취급받았다.
꼭 모두가 꿈을 좇아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라디오에서 '돌봄'과'의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살면서 꼭 필요한 '돌봄'과'의존'에 시장이 개입되면서 그 둘이 괄시되고 있다는 내용을 이야기하며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라는 웹드라마를 소개했다.
대장암에 걸린 별거 중인 아내의 건강을 위해 단 한 번도 요리해 본 적 없는 남편이 준비하는 소중한 한 끼.
줄거리를 듣는데 의존에 서투른 대쪽 같은 여주인공에 내 모습이 스쳤다. 다른 사람의 도움과 의존은 부끄러운 일이고 독립적인 내 모습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
인간에게 필요한 '의존'은 왜 부정적인 의미가 되었는가.
나의 2023년 6월 15일,
목디스크 진단 이후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커리우먼이 되기 위한 꿈을 접었고
전업주부의 삶을 택했다.
집안일을 하며 가족을 생각하고
한 끼 식사를 정성껏 준비하면서...
살림은 가족을 돌보는 듯 하지만
꼭 나를 돌보는 일과 같다.
가정을 돌본다는 중요한 의미를 깨달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