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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랑 Feb 16. 2022

INFJ의 전세방 구하기

How I Met My New House 1

MBTI로 뇌절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생각보다 내 검사 결과로 나온 타입이 나랑 너무 비슷해서, 그리고 집 구하는 과정에서 그걸 뼈저리게 느꼈기에 한 번 써먹어보았다.


INFJ는 선의의 옹호자? 기본 전제에서 나랑 잘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여러 가지 읽다 보면 공통적인 특징은 있다. 바로 걱정이 많다는 것... 걱정이 없으면 만들어내서까지 걱정하는 사람 ㄴㅇㄴ. 걱정 많은 피곤한 성격이 누군가에겐 부러운 점이라고도 하나, 나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걱정을 하다가 다른 일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일쑤이기에. 아무튼 오늘은 걱정 많은 내가 집을 구하는 과정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다.

2/7 방구경, 가계약

2/8 가심사

2/9 계약

2/12 대출 신청

2/15 대출 약정!




1. 이사 갈 동네 정하기


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마음에 둔 동네가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졸업한 학교 근처에서 산 지가 벌써 9년인데(미친 세월) 이제는 근처에 남아있는 친구들이 없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바로 달려가서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친구가 이 동네에선 사라진 지 벌써 2년이다. 외로운 서울 땅에서 친구들과 가끔 만나 노가리 까는 것도 삶의 큰 낙인데, 그게 사라지고 나니 이제는 학교 근처에 머무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 계약한 집 근처는 아는 사람도 많이 살고, 교통도 그다지 나쁜 조건이 아니며 서울 중심부로 오가기도 나쁘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이곳을 점찍어두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사는 방은 2월 만기라서 지난 달에 한창 알아보러 다녔는데, 결과적으로는 3월 초중순에 나가게 되었다. 현재 전세로 살고 있고, 대출을 받아 옮길 생각이라면 정확하게 이사할 날짜를 정해두는 것이 편하다. 사실 이사 갈 곳만 정해지면 계약까지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 나는 원래 만기에 나가려다가, 2월 말까지 기다려달래서 2월 초에 다시 연락을 했다가, 다시 3월 초까지 가능하냐고 해서 날짜만 정확히 박아두면 상관없다고 했다. 아무튼 이런 과정들을 논의하는 게 제일 골치 아픈 부분이다.


2. 방 구경하기


집을 구하기 위해선 당연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데, 이전에 손품을 팔고 가면 과정이 조금 더 쉬워진다. 집을 구하기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여러 가지인데, 네이버부동산/직방/다방 3대장이 대표적이다. 내 주변에서도 대부분 이렇게 보는 듯.


4년 전에 전세방을 구할 때는 네이버부동산의 존재를 몰라서(그때 없었을 수도 있다) 이번에 처음 써봤다. 주변 사람들의 평으로는 허위매물이 적다는 평이 있었는데 글쎄... 내가 돌아다녔던 곳에는 '허위매물' 자체는 딱히 없다고 생각되긴 했는데, 디테일한 조건에서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융자금 없음이라는 표시가 뜨지만, 떼보면 사실 근저당 잡힌 게 있다든지. 실물과 다른 경우도 다반사고. 그래서 어플에 뜨는 정보만 보지 말고,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다면 직접 확인해야 한다. 눈으로도 보고 알아서 등기부등본도 떼보면 좋다. 뭐든 신중할수록 리스크는 줄어든다는 것. 요즘 전세난이라고들 하지만 어디든 내 한 몸 뉘일 곳은 있고, 여러 곳 다니다 보면 보는 눈도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조건에 맞는 곳들은 많이 보고 다니면 좋은 것 같다. 만약 애매한데 옆에서 자꾸 푸시를 한다... 그런 건 개무시하는 게 좋다. 정말 좋은 매물이라면 내 눈에도 찰 것이고, 만약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좋은 매물을 놓쳤다고 해도 그건 인연이 아닌 것이라 생각하고 넘기면 된다. 큰 돈이 오가는 만큼 신중함은 과해도 된다.


나는 이미 1월에 방을 보러 다니기도 했고, 대충 이 동네에서 이 가격이면 어떤 조건이라는 게 파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방을 보는 날에 무조건 가계약을 걸리라 생각하고 갔다. 다행히 좋은 분이 안내를 해주셔서 세 시간 정도 여섯 군데의 방을 보러 다녔다. 가서 멀뚱하게 구경만 하고 오는 게 싫어서 확인하면 좋을 조건들을 체크하면서 봤다.


- 확인하면 좋을 물리적 조건 

전용 면적과 수납: 방에 들어가면 대충 넓이를 알 수 있는데, 전용 면적 같은 부분은 기준을 정해두고 보러 다녀도 좋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너무 좁아서 최소한 20 제곱미터 이상이었으면 했다. 만약 딱 봤을 때는 좁아 보여도 수납공간이 넓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반면에 넓어 보여도 수납이 거의 없다면 짐 들어왔을 때 많이 좁아질 수도 있고.

햇빛: 북향은 좋지 않다, 고 항상 살아본 사람들은 얘기한다. 생각보다 햇빛이 주는 영향은 크기 때문에 창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단열: 단열이 잘 안 되어 있다면 춥고 곰팡이가 잘 핀다. 벽을 두드려봤을 때 빈 소리가 나면 단열이 되어 있는 것이고, 딱딱하다면 벽에 바로 벽지를 바른 것이니 참고하면 좋다.

곰팡이, 물자국: 신축이면 확인할 길이 없긴 하나, 이미 사람이 살았던 곳이라면 곰팡이가 잘 피는지 확인한다. 창틀 주변 벽지 상태 등을 잘 보면 좋다.

기타: 분리형인지 오픈형인지, 엘리베이터 유무, 보안 카메라, 보일러, 수도, 옵션 등등...


이 정도로 물리적 조건은 확인할 수 있는데,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기준을 정해두고 체크해가며 보면 좋다. 반박 시 당신 말이 모두 맞습니다. 절대적으로 뭐가 좋다기보단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의 우선순위를 정해두면 좋다. 완벽한 곳은 찾기가 어려우니까 ^^


그래서 너는 어떤 방 계약했는데?


직전에 쓴 글이 복층 원룸에 대한 글이었다. 근데 놀랍게도 이번에 이사 가게 된 곳이 복층 원룸이다. 이쯤 되면 인생에도 복선이라는 게 있나 싶기도 하고...


3. 서류 보고 가계약하기(혹은 가심사)


마음에 드는 방이 있다면 찜꽁하는 것이 가계약! 대출을 받을 예정이라면 이 단계 이전에 은행에 다녀오거나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나는 가계약부터 우선 했다. 대출이 안 되면 돌려받는 조건으로. 가계약 후에 계약 날짜를 정할 수 있으니까 그때쯤 대강 알아봐도 좋을 것 같다. 어차피 가계약 상태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니까. 시중 은행에는 주소를 알고 가면 대출이 얼마 정도 나올 수 있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보통 등기부등본은 부동산에서 떼 달라고 하면 떼주긴 하는데, 어플로도 손쉽게 볼 수 있다. 700원을 결제하면 가능하다. 중요한 부분이니 계약 과정 내내 틈틈이 떼보면 좋을 것 같다. 건물과 토지 소유자가 같은지, 근저당은 없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갑구의 최종 소유자에 신탁회사가 없는지 등등... 나도 건물과 토지를 모두 뽑아달라고 해서 봤다.


보통 융자금+선순위보증금+내 보증금이 주택가의 60%~70% 이하면 안전하다고 그러더라. 선순위보증금은 다가구주택(단독주택, 건물 소유자가 1명)의 경우, 나보다 앞서 대항력을 갖는 사람의 보증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확정일자+전입신고까지 이루어지는 이사 다음날 0시 기준이므로 계약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하고는 상관이 없다. 이건 보통 물어보면 이야기해준다. 신축 건물은 거래된 적이 없어서 시세를 일반인이 알기는 어려운데 부동산에 물어보면 대충 이야기는 해주더라고... 나는 이마저도 불안해서 주변에 비슷한 조건의 주택들이 얼마에 거래되었는지를 KB 부동산을 통해 조사했다. 사실 요 몇 년 바뀐 게 넘 많아서 이런 걸 본다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참고용으로만 보면 좋을 것 같다.


4. 계약하기


가계약 후 이틀 뒤, 본계약을 하러 갔다! 전에 이야기했던 조건이 맞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특약사항에 넣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융자금 일부를 언제까지 상환하고 소멸한다는 조건과 대출이 되지 않으면 계약금을 돌려받는다는 조건, 잔금일 익일까지 소유권 변동 없을 것 등을 넣어달라고 했다. 잔금일 익일까지 소유권 변동이 없어야 하는 것은, 전입신고 후 대항력이 다음날부터 생긴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만약 이사하는 날에 소유권이 이전된다? 그러면 내 순위가 밀리게 되는 것이다. 불안하니까 이런 것도 넣어주면 좋다. 사기 칠 생각이 없다면 보통 알겠다고 하겠지...


계약하고 나서 근처가 바로 동사무소길래(요즘은 행정복지센터라매) 가서 확정일자를 바로 받았다. 요즘에는 확정일자를 받으면서 임대차계약신고필증을 같이 주더라. 계약하고 난 뒤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계도기간이고 올해 중순부터 의무라고 한다. 아마도 세금을 확실하게 걷기 위해 생긴 제도가 아닐까 궁예해봄.




사실 집 보러 가기 전에, 그리고 계약하러 가기 전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하나라도 놓친 부분이 있을까봐 알아보고 또 알아보고...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유튜브 썸네일 같은 것도 계속 보이니까 들어가게 되고... 그래도 '이것 만큼은 확실하게 해라' 하는 부분만 알아두고 체크해가면서 보면 괜찮을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성격인 모든 임차인, 예비 임차인들 파이팅!


다음은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과정에 대해 기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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