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기 위해서 이곳저곳 손품을 팔고 발품을 팔고 있다. 이제는 잔금일을 정하고 정말 알아보러 다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사실 이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사를 앞둔 다른 친구가 복층에 대한 로망이 있더라. 보통 복층 매물을 광고할 때에도 '로망'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던데... 나야 딱히 로망이랄 건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매물 중 복층 형태가 껴있었다.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놀러 가서 느꼈던 점, 혹은 직접 살아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 복층 원룸의 장단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가장 싫다고 느끼는 부분. 바로 수납이 별로라는 점이다. 일단 방 자체가 좁기도 하나, 수납을 할 공간이 너무 적다. 자그마한 베란다가 딸려있기에 안 쓰는 짐들을 넣기는 좋지만, 생활공간에 필요한 물건들은 넣을 곳이 애매하다. 수납공간에 차마 들어가지 않는 짐들은 밖으로 나와 있는데, 이걸 보면 마음이 참 심란해진다. 아무리 정리를 해도 정신 사나운 느낌!
한편 복층이라면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넓다. 그만큼 기본적인 가격 자체가 비싼 편이지만, 여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선 끌리는 선택지이기도 하다.
공간이 넓다는 것, 그것은 먼지가 쌓일 틈도 많다는 뜻이다. 혼자서 살다 보면 거슬리는 것들이 많은데, 치워도 치워도 쌓이는 머리카락이 그렇다. 아마 긴 머리를 가진 분들은 더욱 골치가 아플 것이다. 자연 상태로 며칠을 있다 보면 금방 머리카락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 있고, 먼지도 쌓인다. 세심하게 쓸고 닦는 것은 아니라도, 기본적으로 살만한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소가 필요하다. 복층은 그 수고가 2배 가까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원룸에 살면 천장이 낮아서 답답할 때가 많다. 특히 평수도 좁은데 천장이 낮아서 더욱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놀러 갔던 친구들의 복층 집은 대부분 넓어 보였다. 이는 천장이 높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가뜩이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시국에, 집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어도 비교적 덜 답답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온전히 2층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모르겠지만, 복층 중에서도 2층의 층고는 낮은 방들이 많다. 허리를 숙이고 기어 다녀야 하는 정도로... 놀러 갔던 한 친구의 방은 2층에서도 서있을 수 있었는데, 그 위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아 보였다. 그런데 다른 한 친구의 방은 2층에서 허리를 숙이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 보통 그쪽으로 올라가지는 않고 창고로 활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활용 공간 자체는 넓어도 제대로 쓰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층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는 친구가 이야기해준 장점. 여기에 대해선 십분 공감하는 편이다. 방 가운데서 손을 뻗으면 어디든 닿을 수 있는 좁은 원룸에 살고 있어서 더 그런가 보다. 친구는 냉장고 소리에 민감해서, 적어도 그것과는 확실하게 분리가 된 곳이 좋다고 했다. 만약 2층에서 잠을 잔다면, 적어도 냉장고 옆에서 잘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책상을 머리맡에, 냉장고를 발치에 두고 잠을 자는 나에게도 꽤나 혹하는 포인트다. 적고 보니 상당히 슬프구나...
복층이라는 것은 곧 계단을 오르내릴 일이 많다는 것과 같다. 어릴 때야 잘 몰랐지만 나도 슬슬 나이를 먹어가며 무릎 건강의 중요성을 느낀다. 특히나 계단은 오를 때보다도 내려갈 때 무릎에 더욱 무리가 간다는 것! 집에서도 하루에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할 일이 있다면 무릎에도 분명 좋은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내가 가장 걱정을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복층의 여러 장단점을 적어보았는데... 나도 주변인의 시선으로 관찰한 바라, 실제로 살아보면 또 다른 장단들이 눈에 보일 수 있다. 이외에도 겪어본, 혹은 관찰한 복층의 특징들이 있다면 알려주시길! 나도 보러 가야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