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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랑 Jan 18. 2022

이사 후에 집에 들이고 싶은 것들

역시 미니멀리스트가 되긴 글렀다

지난번에는 비우는 이야기에 대해 썼으니까 이제는 채우는 것들에 대해서 써볼까 한다. 아직까지 갈 집이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일단 지금보다는 방이 넓어진다는 전제 하에.


당근에 열심히 물건을 팔아제끼더니 아직 이사 갈 곳도 안 정했냐?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원래 이사를 2월 초중순 쯤 계획했다. 지금 사는 방의 만기가 그때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때로 잡고 방을 지난주에 알아보러 갔는데, 대출을 받아 이사할 생각이다 보니 계약할 때 잔금일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방을 내놓는다고 통보를 하고 나서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원칙대로라면 만기일에 보증금을 환불받는 것이 맞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아귀가 딱딱 맞게 돌아가지 않기에 집주인에게 보증금 환불 날짜에 대해 문의했다.


일단은 2월 말까지는 방이 나가지 않아도 보증금을 환불해주겠다는 말을 들었고, 그래서 보증금 환불 날짜가 정확하게 픽스가 되면 그때 방을 알아보고 대출을 받으러 갈 생각이다. 이는 최소 2주에서 한 달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점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다. (만약 중기청 대출을 받을 계획이라면 훨씬 더 여유롭게 날짜를 잡고 알아봐야 한다고 들었다.)


어쨌든 보증금은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한 시름 놓고 나서 생각해보니, 새 집을 어떻게 가꾸어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는 곳은 생활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있고, 그게 싫은 것은 아니다.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볼 수 있는 새하얗고 깔끔한 인테리어는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조금 더 내가 원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리고 공간이 좁아서 들이지 못했던 물건들이 있는데(이 이유가 가장 크다!), 그런 것들을 미리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1. 핸드드립 세트

@Pixabay

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커피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니다. 커피도 와인도 음식도 맛이 없는 건 기가 막히게 알아차려도, 맛있는 것은 그 레벨의 차이를 잘 가늠할 수 없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집에 있을 때는 선물 받은 드립백을 마셔도, 아울렛에서 산 3만 원짜리 커피메이커를 사용해도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나는 카누도 좋아하는 편이니까... 그런데 전 직장을 다니며 핸드드립으로 마시는 커피가 꽤 좋아졌다. 탕비실에 믹스커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 마셨으니까. 소규모라서 가능했지 싶다.


확실히 원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것도 있고, 뜨거운 물을 졸졸 돌려가며 커피를 내리는 것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듯해서 좋아한다. 본가에 부모님이 쓰지 않는 핸드드립 세트가 있는데, 그래서 따로 구매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앗싸 지갑을 지켰다!) 기억하기론, 핸드드립에 쓰는 주전자도 전기 포트로 나와 있어서 더욱 쓰기 편할 것 같다. 원두 갈고 찌꺼기 버리고 이런저런 할 일은 늘어나겠지만 벌써 기대가 된다.


2. 턴테이블

@Pixabay

턴테이블을 사야겠다고 생각한지는 벌써 오만 년째. 하지만 지금은 놔둘 곳이 없어서 구매를 미룬 지 오래다. 요즘은 LP가 굿즈로도 많이 나오고 있다. 어마어마한 중고 프리미엄을 보고 가끔은 놀라기도 한다... 나도 프리미엄을 주고 구매한 상품들도 있고, 바이닐앤플라스틱이나 연남의 LP 가게에서 구매한 음반들이 있다. 문제는 턴테이블이 없어서 모셔두기만 했다는 거. 거의 인테리어 용이나 다름없게 사서 방치해두고 있는데 이제는 저 음반들을 좀 틀어보고 싶다.


턴테이블은 가격을 알아보기 전에는 마냥 비쌀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전에 바이닐앤플라스틱에 갔을 때 할인해서 파는 기계들을 보고 생각보다 살만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할인해서 10만 원 이하로 파는 것들도 있었으니까. 물론 구체적으로 알아보다 보면 스펙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나겠지만 엄청나게 비싸고 좋은 걸 살 생각은 없다. 맛있는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듣는 귀도 딱히 예민하지 않은 편이라서.


3. 오븐

삼성 비스포크 오븐

여기서부터는 위시리스트다. 막연하게 이런 거 있음 좋겠다~ 하고 생각만 하는 것들! 한동안 집에서 밥을 해 먹다가 오븐이 갖고 싶어 지더라. 빵도 굽고 싶고. 한동안 가지랑 애호박, 양파, 토마토를 깍둑 썰어서 스튜처럼 라따뚜이를 해 먹었다. 냄비에 볶아서 먹어도 맛있지만, 본토(?)의 라따뚜이처럼 원형으로 예쁘게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큰 것도 필요 없고 작은 걸로 하나 구매하고 싶다. 오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다 보니, 옛날 옛적 친구 집에서 포춘쿠키를 만들었던 기억도 난다. 만약 오븐이 생긴다면 내 마음대로 재밌는 문구를 뽑아서 지인들에게 포춘쿠키를 선물해주고 싶다.


4. 아이맥

아이맥 24인치. 보라색 아니면 파란색이 마음에 든다.

이것도 정말 오래된 위시템이다. 작년에 한창 재택근무를 많이 할 때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크기도 크고 옮길 때가 걱정이 되어 구매하지 않았다. 근데 그때 쓰려고 모아둔 돈은 어디 갔는지...? 아무튼 지금이야 데스크탑이 딱히 필요한 때도 아니지만, 왠지 갖고 싶은 것... 원래 맥북 16인치를 살 걸, 13인치 램 업그레이드와 아이패드를 사서 화면이 작아서 답답할 때는 정말 눈 딱 감고 질러버릴까 싶었다. 여전히 정말 갖고 싶긴 하지만... 아마도 당장에 살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5. 빔프로젝터

삼성 더 프리스타일. 저는 삼성과 관련 없는 사람입니다...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보고 감탄했던 물건. 그 집에선 TV는 없지만 빔을 연결해서 TV를 보고 OTT를 시청할 수 있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가벼운 모델이 많아서 더 괜찮은 선택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 삼성에서 나온 원통형으로 생긴 빔이 자리 차지도 많이 하지 않고 좋아보였다. 대학교 때 강원도 MT를 갈 때 학교에서 빔프로젝터를 빌려갔는데, 커다란 007 가방에 들어있는 무거운 물건이라 가는 내내 후회를 했던... 그런 것과는 달라서 탐난다. 새삼 세월이 많이 흐른 게 체감이 되네. 아무튼 이것도 비싸서 당장 살 일은 없겠지만 마음에 든다.




쓰기 시작할 땐 엄청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네. 물론 갖고 싶다고 적은 품목들이 큼직큼직하지만 말이다. 당장에 들일 일이 없는 물건이 더 많지만,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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