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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Dec 29. 2021

어떤 상황에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

글 쓰는 일은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정신이 말짱해야 하고 그러려면 피로하지 않고 건강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도 글을 쓸 수 있는, 글을 써내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글은 언제 못 쓸까?


1. 아프면 못쓴다.

감기에 걸려서 몸이 아프면 글을 못 쓴다. 그리고 딱히 감기처럼 무엇에 "걸리지" 않아도 몸이 아프면 글을 못 쓴다. 식당에서 하루 종일 칼질을 하거나 하루 종일 컴퓨터로 일을 하는 사람은 손목이 아파서 글을 못 쓸 수도 있다. 특히 터널 증후군이라도 왔다면 큰 일이다. 


평소 안 좋은 자세 때문에 글을 쓰려고 의자에 앉기만 하면 목이나 어깨가 찌르듯 아플 수도, 허리나 엉덩이가 아플 수도 있다. 글 쓸 때 필요한 자세와 행동을 취하는데 통증이 있다면 글을 못쓴다. 어디든 몸이 불편하면 못쓴다.


2. 피곤하면 못쓴다.

글쓰기는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리고 창의력은 피곤할 때, 졸릴 때 현저히 떨어진다. 몸으로 하는 일은 피곤해도 (물론 사고의 위험은 높아지지만) "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창의력을 요구하는 글쓰기는 졸리거나 피곤할 때 "되지가" 않는다. 한 글자도 못 쓰게 되는 거다.


3. 배고프면 못쓴다.

배가 고프면 아무것도 안된다. 뭐라도 먹을 걸 찾게 되고, 먹을 게 없으면 먹방이라도 보게 된다. 배고프면 집중이 안돼서 글을 못쓴다. 머리가 안 돌아간다.


4. 춥고 더우면 못 쓴다.

추우면 고통스럽다.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을 할 때, 발도 얼고 손도 얼고 몸에 달린 건 다 얼어붙은 것 같을 땐 글 쓸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손이 떨려 펜을 잡을 수도 없다. 온몸의 에너지는 어떻게든 추위에서 벗어나려는데 쓰인다. 그리고 가뜩이나 추운데 입고 있는 옷도 젖어 있다면 그건 더 최악이다.


더워도 글을 못쓴다. 더우면 짜증이 나서 글이 안 써진다. 특히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숨 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내 피부에 들러붙는 옷이 너무 찝찝하다면 정말 최악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글이 써질 리가 없다.




자, 그럼 이렇게 글을 못 쓰는 상황에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아프지 않은 방법

살면서 안 아플 수는 없다. 하지만 덜 아플 수는 있다. 건강하면 된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면 된다. 정크푸드를 피하고 건강한 음식들을 챙겨 먹어라. 가능하다면 영양제도 꾸준히 챙겨 먹는 게 좋다. 글쓰기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비타민 C와 오메가-3는 꾸준히 먹어야 한다. 덜 피곤하고 머리가 잘 돌아간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해라. 운동하면 덜 아프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걷기와 스트레칭부터 시작하자. 글쓰기는 사람에게 참 좋은 운동은 달리기다. 글 쓰기를 오래 계속할 수 있도록 달리기를 시작하라. 조깅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마라톤을 목표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2. 피곤하지 않는 법

잘 자야 한다. 많이 자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사람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에 관한 연구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사람을 시계가 없는 방에 오랜 기간 놔두고 원하는 시간에 잠들고 일어날 수 있게 했더니 수면 시간이 일정해졌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그게 몇 시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먹고살기 바쁜 요즘 매일 일정한 시간을 잘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우린 절대 충분히 잘 수 없다는 걸 인정해라. 그리고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질을 늘리는 것으로 "잘" 자는 법을 터득해라. 잘 자는 방법으로는 (1) 가능한 일찍 잠들고 (2) 자기 전 최소한 1시간 전에는 전자기기를 멀리하고 (자기 전 1시간 전에 알람을 맞추고 그 후에는 핸드폰을 들여다보지 말아라. 잠들기 전에는 종이 노트에 일기를 쓰거나 종이책을 읽어라) (3) 잠들기 최소 4시간 전부터는 물만 마시고 (4) 침대에 눕기 전 화장실에 다녀오는 방법이 있다.


피곤을 없애는 방법은 없다. 인정해라. 그 대신 피곤해도 무언가를 해내는 방법을 익히는 게 좋다. 피곤해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찍 일어나고, 피곤해도 매일 써라. 무조건 써라. 피곤해도 무조건 하다 보면 시간이 소중해져서 나를 피곤하게 하는, 나의 시간을 빼앗는 덜 중요한 일들을 안 하게 된다.


피곤을 건강하게 이기는 방법에는 물을 많이 마시고 비타민 B군을 섭취하는 방법이 있다. 웬만하면 물 외의 다른 음료는 마시지 마라. 커피나 차처럼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순간 잠을 깨우는 효과는 있지만 그때뿐이고 카페인은 몸속의 수분도 빼앗아 간다.


3. 배고프지 않은 법 

우리는 배고파서 죽을 것 같을 때가 많지만 사실 굶어 죽기란 엄청 어려운 일이다. 기억해라. 배고파도 죽지 않는다. 그리고 매일 배고프지만 먹을 게 없어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많다. 그 사람들은 배가 고파도 해야 할 일을 해낸다. 특히 군인들이 그렇다. 배가 고픈 것도 참다 보면 견딜만하다. 미칠 듯이 배가 고플 때 어쩔 수 없이 참다 보면 미칠 것 같은 허기도 어느 정도 사라진다. 그러니 배가 고픈 상태로 무언가를 해내는 연습을 해보라. 군대를 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간헐적 단식을 추천한다. 그러면 살도 빠진다.


4. 춥고 덥지 않는 법

이런 건 없다. 여긴 에덴동산이 아니다. 참고 버티는 방법을 터득해라. 그러다 보면 적응된다. 밖에 5분만 있어도 후덥지근하고 온 몸에 땀이 줄줄 흐르는 날. 땀에 젖어 피부에 들러붙는 티셔츠가 너무 짜증 나는 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빨리 집에 들어가서 샤워나 하고 싶은 날. 이런 날은 벤치에 앉아서 절대 글을 못 쓰겠는가? 아니, 쓸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더운 날 하루 종일 밖에서 행군을 하다가 해가 지면 벌레가 무성한 숲 속에 들어가 흙바닥 위에 침낭 하나 깔고 잠에 들어야 한다면? 땀에 젖고 먼지투성이가 된 몸을 씻기는커녕 입던 옷을 그냥 입고 잠에 들어야 한다면? 그리고 같은 옷을 입은 채로 2주간 그런 생활을 해야 한다면? 그래도 인간은 쓸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저런 상황은 아니니 추워도 쓰고 더워도 써라. 정말 쓸 기운이 나지 않아도 써라. 




사람은 적응한다. 해내야 할 상황에 몰리면 해내고 마는 게 사람이다. 그런 상황에 나를 몰아넣지 않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사는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가? 무조건 쓰면 된다. 시간이 없다고, 몸이 안 좋다고, 배고프다고, 글 쓸 기분이나 상황이 아니라고 글을 쓰지 않는 건 글 쓰는 게 우선순위가 아니어서 그렇다.


우리 형과 나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가 끝나면 어머니와 함께 건물 청소를 하러 다녔다. 학교가 끝나면 1-2시간 정도 쉬다가 은행, 병원, 회사 등의 건물 청소를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청소를 하고 집에 오면 항상 새벽 1-2시였다. 우리가 청소했던 회사들이 쉬는 주말에는 치킨집에서 하루에 14시간씩 일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한때 초밥집에서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을 했다. 뒷정리를 하고 집에 가면 밤 11시였고 튀김 냄새가 찌든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밤 11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시 새벽 2시 반에 일어나 베이글 가게에 베이글을 구우러 갔다. 아침 6시, 회사원들이 출근길에 베이글을 사들고 출근할 수 있도록 갓 구운 베이글을 진열한 뒤 뒷정리를 끝내면 나도 베이글 하나에 크림치즈를 발라 들고 아침 7시에 퇴근을 했다. 그리고 다시 10시까지 초밥을 만들러 갔다.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그렇게 일을 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이루고 싶은 원대한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니, 오히려 힘들게 모은 돈을 커피콩을 판답시고 사업에 투자해 다 날리기나 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까? 모르겠다. 그때는 그냥 했다.


삶이라는 게 참 불공평해서 나는 가뜩이나 글을 못쓰는데 좋은 글을 읽을 시간도, 글을 쓸 시간도, 글을 쓸 체력이나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쓰면 된다.




마치는 말


이 글은 20년째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떠들기만 하는 나에게 내가 하는 말이다. 나는 그동안 글쓰기에 참 게을렀고 여전히 게으르다. 


그러니 폴챙, 내일도 새벽 3시 45분이면 알람이 울릴 테지만 그래도 뭐라고 쓰고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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