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문학』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다. 뜻에도 나와 있다. 나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자유로운 문장으로 쓰면 된다.
누구나 에세이를 쓸 수 있고 에세이가 어떠한 형식을 따르지 않긴 하지만 에세이의 좋은 예는 있다. 대표적으로 에세이의 아버지이자 에세이라는 단어(프랑스어로 Essais)를 처음 쓴 사람, 몽테뉴(Montaigne)의 에세이가 있다.
그런데 방금 에세이를 아무나 쓸 수 있다고는 했지만 에세이의 아버지 몽테뉴의 삶을 보면 왠지 아무나 쓰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1533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몽테뉴는 24살에 법대를 졸업한 뒤 법관으로 일하다가 38살에 은퇴를 한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성에 들어가 1,000권이 넘는 책으로 둘러 쌓인 그의 도서관에서 1571년부터 1580년까지 자그마치 10년 동안 그의 첫 에세이집을 썼다.
38살 그 당시 중년의 남자가 자그마치 1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책에 둘러 싸여 쓴 것이 바로 에세이였다. 게다가 그는 10년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자신의 에세이들을 고치고 보완해 1588년까지 5판을 출간했다. 그리고 1588년에 출간된 자신의 마지막판 에세이집 여백에 1592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빼곡히 노트를 적어 놓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10년에 걸쳐 초판을 쓰고 그 후 죽기 전까지 계속해서 그의 에세이들을 고쳐 나갔다.
초판을 쓰는데만 10년. 요즘 시대에 1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에세이만 쓸 수 있는 사치를 과연 누가 부릴 수 있을까? 이런 것이 에세이라면 에세이는 정말 아무나 쓰면 안 될 글일 것만 같다. 몽테뉴라는 사람도 초판을 쓰는데만 10년이 걸렸고 죽을 때까지 고쳐나갔던 장르 에세이. 하지만 그가 죽을 때까지 고쳐나갔던 장르이기에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리고 몽테뉴처럼 초판을 쓰는데 10년이나 할애하지 않고 에세이를 발행해도 된다. 진짜다.
몽테뉴는 자신이 에세이집을 쓴 이유를 "자기가 죽은 다음 자기를 추억할 친지들을 위해 '꾸밈없이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보통 때의 내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집필과 발간의 취지를 밝혔다."* 꾸밈없이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보통 때의 내 모습. 에세이의 아버지 몽테뉴가 말한 이것이 바로 우리도 에세이를 쓸 수 있는 이유다.
몽테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꾸밈없고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지금의 내 모습을 에세이에 담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지금 쓴 우리의 에세이를 쓰고 발행해도 된다. 어쩌면 몽테뉴가 초판을 출간하는데 10년이나 걸린 것은 아마 10년 만에 에세이라는 것은 퇴고를 마칠 수 있는 글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은 아닐까? 죽을 때까지 내 모습과 생각이 성숙해지고 달라지듯이 어쩌면 에세이도 나와 함께 변해가고 성숙해져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의 내 모습으로 써야 하고 또 달라진 내가 되어서도 써야 하는 글. 그런 것이 에세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쓴 내 에세이는 혹시 부끄럽더라도 완성작이고, 몽테뉴처럼 평생에 걸쳐 고쳐갈 것이기에 습작이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 에세이를 쓰고, 솔직한 모습 그대로 발행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