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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Jul 05. 2022

나는 매일 아침 삶은 계란 5개를 먹는다

나는 삶은 계란을 좋아한다.

매일 아침 아내가 삶아주는 계란을 5개씩 먹는다.


결혼 전에는 하루에 10개씩도 먹었지만

아내는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다고 5개만 삶아준다.






내 아내는 예쁘다.

아내를 닮은 딸을 낳으면 다른 놈 못줄 것 같다.


예쁜 아내와 결혼하기 전,

연애 7년 차에 장인어른을 뵈러 갔다.


장인어른 댁으로 가는 길, 

나는 디데이에 노르망디 해안 상륙을 기다리는 병사처럼 떨었다.


하지만 긴장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장인어른은 처음 보는 나를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아직 여자 친구였던 아내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니

여전히 다른 놈 못줄만큼 예뻤는데 말이다.






장인어른을 세 번째 뵙던 날,

장인어른은 나에게 진지하게 물으셨다.



자네, 삶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진짜 시험 질문이다.

나는 최고의 대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네, 아버님. 삶은…….



내가 미처 대답을 하기 전,

장인어른이 말씀하셨다.



삶은, 계란이네.



(??!!)



조크네.

열심히, 하지만 너무 심각하지는 않게

농담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살게나.



장인어른이 주신 그 삶은 계란은,

내가 지금껏 먹어본 것 중 제일 맛있는 삶은 계란이었다.






나는 삶은 계란을 좋아한다.

매일 아침 아내가 삶아주는 계란을 5개씩 먹는다.


그리고 삶이 팍팍해서 목이 메일 땐,

장인어른이 주신 삶은 계란을 하나 먹는다.


삶은 계란이고,

삶은 살만하고,

나는 삶은 계란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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