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는 글에 생각과 마음을 담는다.
선택적으로 자신의 삶을 타인과 공유하며
그 경험을 지나 무엇이 남았는지 나눈다.
때로는 두렵지만 내 부끄러운 모습까지 들춰내
나를 돌아보고 그 경험에서 건질 것을 찾아낸다.
앞으로의 삶을 더 견고하게 해 줄 삶의 지혜를 낚는다.
때로는 내 삶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 경험 안에
나에게 잊고 싶은 상처와 아픔을 남긴 사람이 있다.
그럴 땐 자신에게 행해진 범죄를
형사 앞에 털어놓는 피해자처럼
글에 나의 아픔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나에게 아픔을 준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 때,
에세이스트는 혼란에 빠진다.
그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않으면서
내 상처만 치유받을 수는 없을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내 마음에 범죄를 행한
그 사람을 모자이크 처리해버릴 수는 없을까.
다시 떠올리면 심장이 멎을 듯이 밉지만
그 사람을 독자라는 심판자에게 넘기고 싶지 않은 마음.
최대한 따갑지 않게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려는 사람처럼,
에세이스트는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글에다 조금씩 조금씩 풀어놓는다.
글에 나의 아픔을 하소연하다 문득,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을까.
혹시 그 사람은 나의 웃는 모습을 볼 때
내가 자신에게 남긴 흉터에 눈이 가지는 않을까.
내가 나의 가해자를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처럼,
내가 상처 줬던 사람의 삶에도 모자이크가 덮이기를.
내 상처는 살짝 보여도 좋으니 그 사람의 상처는 희미해지길.
그 사람이 더 이상 그 상처를 알아보지 못할 날이 오기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잊혀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