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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Jul 06. 2022

이래저래 글이 안 써지는 날

유난히 글이 안 써지는 날이 있다.


이래저래, 이런저런 이유로 안 써지고,

그래저래, 그런저런 이유로 안 써지고,

요래조래, 요런조런 이유로 안 써진다.


안 써지니 이래저래, 

이러하고 저러한 모양으로도 써보고,


안 써지니 그래저래, 

그러하고 저러한 모양으로도 써보고,


안 써지니 요래조래, 

요러하고 조러한 모양으로도 써보지만,


안 써지는 건 매한가지다.




글이 안 써지면 불안한 마음에 집안을 서성거린다. 


이리저리, 일정한 방향이 없이 이쪽저쪽으로,

요리조리, 일정한 방향이 없이 요쪽조쪽으로,

집안을 서성거린다.


그렇게 요리조리 이리저리 집안을 서성이다 보면,

그렇게 맘 착한 우리 와이프도 정신없다며 성질을 낸다.

그렇게 성질을 내고는 미안한지 그럴 거면 방안에 들어가 서성이라 한다.


그러면 나는 풀이 죽어 츄리닝 반바지를 걸치고,

  양 발 발가락 사이에 조리를 끼운 채

한 여름밤 집 앞 골목으로 나선다.


이편저편, 이쪽과 저쪽을 아울러,

이쪽저쪽, 이쪽과 저쪽을 또다시 아울러,

노란 가로등 불빛이 밝히는 빈 거리를 서성거린다.


그렇게 아무리 서성여도 글감은 떠오르지 않고,

 터벅터벅 걸을 땐 내 발가락 사이를 쪼다가

나긋나긋 걸을 땐 벗겨지려 하는 

내 두 발 발가락 사이 조리만 눈에 들어온다.


조리야, 草履야,

너는 왜 내 발에서는 벗겨지려 하면서

왜 일본식 이름은 아직 벗지 못했니.


그러면 노오란 불빛 아래 조리가 조용히 내게 말한다.

내가 네 발가락 사이를 "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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