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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Jul 19. 2022

당신의 에세이 에너지 효율은 몇 % 인가요?

한 5년 전쯤, 아마존에서 보조배터리를 산 적이 있다.

태양광판이 달린 제품이었는데, 놀라운 상품이라고 생각했다.

외딴섬에 조난을 당했을 때 이것만 있으면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될 일은 없는 거 아닌가!

나는 바로 주문 버튼을 눌렀다.


물건이 도착하자마자 나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그걸 하루 종일 놔두었다.

그런데 오랜 기다림 끝 그날 저녁, 핸드폰을 보조배터리에 연결했는데 충전이 안 되는 게 아닌가?

불량품을 수령한 나는 다음 날 아마존에 연락을 했고,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배터리에 부착된 태양열판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약 10일이 소요된다고.

그러면 핸드폰을 한 번을 충전할 정도는 배터리가 충전될 거라고.

내 오판이었다. 나는 이것과 함께 외딴섬에 조난을 당할 수 없다.


태양열 보조배터리에 실망한 지 5년 후, 나는 또 대단한 걸 발견했다.

바로 지붕이 태양열판으로 된 2022년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오늘 환율로 세전 약 4,818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그 차는

지붕에 있는 태양판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달릴 수 있다고 했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하루 종일 충전을 하면 자그마치 약 3 km를 달릴 수 있다고 했다.

3km면 나는 우리 집에서 마트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집에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




태양은 많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 에너지로 광합성이 이루어지고, 지구가 달궈진다.

그 에너지로 누구는 선탠을 하고,

햇볕이 좋다고 너무 오래 쬔 누구는 등 껍질이 벗겨진다.

태양은 자신의 볕을 쬐는 사람에게 정말 많은 걸 준다.


해가 지고 난 후에도 태양의 덕을 보려면 에너지를 저장해야 한다.

그래서 태양열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고 저장하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태양열 에너지를 우리가 쓸 수 있는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고작 50%라고 한다.

게다가 50% 효율의 태양열 모듈을 만드는 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일반적으로 상용화되는 모듈은 고효율 제품의 최대 효율이 약 20%라고 한다.

태양광 에너지는 공짜지만, 그것을 제대로 누리는 건 공짜가 아니다.




사람도 해처럼 누구나 각자 자신의 빛을 낸다. 자신의 빛으로 주변을 비춘다.

누구는 그 빛으로 힘을 얻고, 누구는 그 빛으로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하지만 사람의 빛도 햇볕처럼 닿지 않는 곳에 있으면 누릴 수 없다.

그리고 그 사람의 생이 해처럼 져버리면 사라져 버린다.


어쩌면 에세이라는 것은

세상 여기저기에서 발하다 사라지는 빛들이

너무 아까워서 생기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빛을 담아두려고, 그 온기를 간직하려고

에세이에 자신의 삶을 담는다.

자신이 닿을 수 없는 곳에도,

자신이 떠난 자리에도 자신의 빛이 남을 수 있도록.

내가 지고 난 후에도 내 삶의 이야기와 지혜를 다른 이가 누릴 수 있도록.


물론 태양의 에너지를 다 담을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에세이에 다 담을 수는 없을거다.

하지만 20% 효율의 태양열 모듈을 고효율이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네 인생을 10%라도 담을 수 있다면 그건 남는 장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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