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십 년 전쯤인가, 뒷마당에 무를 심은 적이 있다. 수확할 때가 되어 무를 뽑았을 땐 참 괴기한 모양의 무를 마주할 수 있었다. 갈지 않은 땅에 뿌려져 땅속의 돌들을 피하느라 그랬을까, 아니면 농사꾼의 실력이 부족했던 걸까.
에세이 소재를 찾아 내 삶의 경험을 돌아볼 때 저런 무 같은 경험을 할 때가 있다. 파릇하고 건강해 보이는 줄기를 보고 '아, 그건 좋은 기억이었어'하며 경험 하나를 쭈욱 뽑아보면, 그 이야기는 내 예상만큼 예쁘지 않을 때가 있다. 겉모습은 그럴듯했는데 그 밑에는 쓰고 못생긴 뿌리가 숨겨져 있다.
그건 내 환경이 울퉁불퉁해서였을까, 아니면 내 마음이 비옥하지 못해서였을까.
내 안의 모습이 왜 그런지 알고 싶어 매일 조금씩 에세이를 쓴다. 에세이 한 편에 내 경험 한 뿌리를 뽑아보고, 찬찬히 내 안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무엇이 내 마음 밭에 그렇게 많은 돌들을 던져 놓았을까. 마음에 필요한 어떤 영양소가 부족했던 걸까.'
그렇게 에세이 한 편에 내 마음 밭 한편을 살핀다. 걸리는 돌들은 골라내고, 못 먹을 경험은 곱게 갈아 거름으로 뿌려둔다. 그리고 조금은 기름져졌을 내 마음 밭에 오늘의 경험을 뿌려둔다. 훗날 오늘의 경험을 뽑을 땐 조금 더 성숙한 추억을 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