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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Aug 01. 2022

이런 데 칼을 가져오시면 어떡해요

미국에는 이런 관용구가 있다.


Don't bring a knife to a gunfight!

총싸움에 칼을 가져오지 마라!


싸움(상황)에 맞는 적절한 연장을 준비하라는 의미의 이 관용구는 1987년에 개봉된 영화 언터처블(The Untouchables)의 대사에서 유래했다. 영화의 배경은 술의 제조, 수입, 운반 및 판매가 불법이었던 미국의 금주법 시행 시대(1920년~1933년)인데, 그 당시 불법으로 술을 유통하던 이탈리아 출신의 알 카포네(Al Capone)의 조직에 맞선 특별 부서에 대한 이야기다.


이 특별 부서는 그 당시 부패했던 경찰들과 달리 알 카포네가 뇌물로 매수할 수 없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조직이 "건드릴 수 없다"는 뜻의 언터처블(The Untouchables)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이 언터처블에는 숀 코네리(Sean Connery)가 연기한 지미 말론(Jimmy Malone)이라는 경찰이 있었다.


어느 날 지미 말론이 자기 아파트에서 우아하게 양주 한 잔을 손에 들고 음악 감상을 하려 하는데, 알 카포네의 부하가 지미 말론의 집에 칼을 들고 숨어든다. 그리고 레코드 플레이어를 만지고 있던 지미 말론을 등 뒤에서 찌르려는 순간! 지미 말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샷건을 들고 뒤로 돌아서며 이렇게 말한다:


Isn't that just like a wop*!
Brings a knife to a gunfight!

이런 멍청한 이탈리아 놈 같으니!
총싸움에 칼을 가져오다니!


자신에게 총을 겨눈 지미 말론을 본 알 카포네의 부하는 바로 뒤로 돌아 도망쳤다.




살다 보면 총싸움에 칼을 들고 간 사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준비됐다고, 이런 일쯤이야 쉽게 해치워 버릴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던 일이 갑자기 돌아서 나에게 총을 겨눌 때가 있다. 그럴 땐 "와, 해치우는 게 아니라 내가 해치워져 버리겠네." 하며 줄행랑을 친다. 물론 돌아서서 도망칠 때는 정신이 없어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때 왜 그랬지 나를 자책하고 이불을 걷어찬다. 당당하게 들어서던 내 모습에 무서워서 도망치던 내 모습이 겹쳐 보여 민망하기 그지없다.


아마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쫓아오는 지미 말론을 보고 줄행랑을 치던 알 카포네의 부하도 나처럼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안타깝게 그 부하는 심지어 이름도 없었다. 아무도 아니었다. 그저 자기가 곧 당할 일도 모른 체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는 꼴불견일 뿐이다. 민망하기 그지없는 나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게 안타까운 알 카포네의 부하의 뒷 이야기가 있다. 자신에게 총을 겨눈 지미 말론이 무서웠던 무명의 부하는 겁에 질려 아파트 밖으로 도망친다. 그런데 아파트 밖에는 부하의 동료가 멋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무려 기관 단총을 들고서. 그리고 무명의 부하를 쫓아 아파트 밖으로 나왔던 지미 말론은 셀 수 없이 많은 총알을 맞고 쓰러진다. 기관 단총을 든 사람의 이름은 니티(Nitti)였다.




살면서 내가 내 역량을 모르고 섣불리 나설 때마다 내 뒤에서 니티처럼 버티고 있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의 이름은 부모님, 형, 친구, 그리고 아내다. (하나님은 기본값이고 말이다.)


지금까지 나의 니티들 덕분에 삶의 어려웠던 순간들을 죽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남아 다음번 싸움에는 좀 더 적절한 연장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나를 살려준 내 삶의 모든 니티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들 덕분에 내가 살아남아 지금 글을 쓰고 있을 수 있다. 앞으로는 나도 그들처럼 누군가의 니티가 되어줄 수 있기를.


(그리고 니티는 악당이었지만 나의 니티들은 언터처블이다.)



[1] https://idiomorigins.org/origin/dont-bring-a-knife-to-a-gunfight


*wop: 금기어 속어 <남부 유럽, 특히 이탈리아인을 가리키는 매우 모욕적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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