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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Aug 22. 2022

일요일 아침, 샤워를 하다 말고 욕조 바닥을 닦았다

일요일 아침,

평일보다 느긋하게 일어나

교회 갈 준비를 하려고 샤워를 하는데

욕조 바닥의 물때가 눈에 들어왔다.


욕조의 물때가 항상 거슬리긴 했다.

하지만 모처럼 여유로운 샤워를 즐기며

평소보다 찬찬히 바닥을 들여다봐서 그랬던 걸까.


거슬림을 참지 못하고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욕조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금방 한 번 문지르면 없어질 것 같았던 물때는

한 번에 조금씩 꽤나 힘을 줘서 여러 번 문질러줘야

매끈하게 벗겨졌다.


샤워를 하다 말고 주저앉아 바닥을 박박 문지르고

매끈하게 벗겨졌나 손으로 문질러보기를 한참,

시계를 보니 30분이나 지나있었고

여유롭던 아침은 어느새 조급한 아침으로 변해있었다.


허겁지겁 대충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는데,

손목에 너무 힘을 썼는지 오른쪽 손목이 조금 저렸다.


남자인 나도 이렇게 손목이 아픈데

아내에게 욕조 청소는 얼마나 힘들까.

앞으로 욕조 청소는 꼭 내가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물때가 너무 심하게 끼기 전에

자주 청소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마음 안에도 욕조에 찌든 물때처럼

박박 문질러서 벗겨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을 벗겨내려면 손목보다 마음이 아플 테니

그리고 나보다 마음이 여린 아내는 더 아플 테니

내 마음 청소도 꼭 내가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내 마음에도 물때가 너무 심하게 끼기 전에

자주 문질러보고 청소를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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