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뒤에서 날 놀리키려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걸 눈치챌 때가 있다.
그러면 되려 내가 놀라게 해 줘야지,
하며 웃음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오늘 저녁, 컴퓨터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데
책상 앞에서 조는 나를 놀래키려
아내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그걸 눈치채자 눈을 감은 채 미소가 지어지면서
아내가 가까이 오면 "나 안 자는데!" 하며
놀라게 해 줘야지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따릉" 핸드폰이 울렸다.
"에이, 김샜네" 하며 핸드폰을 보니
아내에게 온 부재중 전화였다.
잠에서 깨서 생각해보니 아내는 지금 집에 없다.
잠시 졸며 절로 미소가 나오는 꿈을 꿨나 보다.
얼른 아내가 날 좀 흠칫 놀라게 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