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말 안 해주면 모른다. 하나부터 열까지 말을 해줘야 안다. 속 터지지만 이건 남편의 기본값이다.
내 남편이 지금은 그래도 나중 되면 변할 거라고? 큰 희망은 더 큰 절망을 낳는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결혼 삼 년 차에 이해심 없는 남편, 죽을 때까지 그런다. 그냥 내 아들이나 남편처럼 되지 않도록 엄히 키우자. 이 세상에 내 남편 닮은 남자를 배출하는 그런 나쁜 짓은 하지 말자.
안다. 억울하다. 내 속이 뒤집혀도 남편은 모른다. 자기 때문에 아내가 숨쉬기 어려워도 태평하다. 이건 뭔가 아니다 싶다. 아무리 그래도 남편인데 너무하다 싶다. 이러려고 결혼했나 싶다. 이 딴 게 남편이냐.
그런 게 남편이다.
남편은 무지하다
없을 무(無)에 알 지(知). 무지. 아는 게 없다는 뜻이다.
남편은 아내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아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끔찍하게 싫어하는지, 화났을 땐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지. 모르는 건 몇 년을 같이 살아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성인이 기본적으로 알아 것들도 모른다. 집에 오면 손을 씻어야 한다는 것, 벗은 옷은 빨래통이나 옷장에 넣어두어야 한다는 것, 오줌을 싸다 변기 밖으로 튀었으면 닦아야 한다는 것, 집안일은 돕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일이라는 것,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것,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 여자는 남자보다 힘이 약하니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 기타 등등.
남편은 정말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살면서 지금까지 학교는 어떻게 다녔는지, 사회생활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이런 남자와 결혼한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괜찮다. 모르는 것은 가르치면 된다.
20년 가까이 멀쩡히 살던 남자도 입대해서 훈련소에 들어가면 먹고 자고 옷 입고 청소하는 것까지 다시 배운다. 결혼을 해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결혼하면 다시 한번 리셋된다. 모든 걸 다시 다 가르쳐야 한다.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 자기가 사랑한다 고백한 여자와 함께 산다는 건 어떤 것인지 가르쳐줘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먹고 자고 제때 일어나고 깨끗이 싸는 것까지 가르쳐야 한다. 똥오줌 못 가리는 강아지는 귀엽기라도 하지 남편은 귀퉁이를 때려주고 싶다.
그래, 안다. 그 답답한 마음 안다. 하지만 어쩌랴. 내 선택이었던 것을.
남편은 어리석다
이런 유명한 말이 있다:
I can fix your ignorance. But I can't help your stupidity.
무지는 고칠 수 있지만 어리석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린아이는 무지하다. 아는 게 별로 없다. 하지만 아는 게 없어서 생긴 무지는 교육으로 고칠 수 있다.
근데 배운 대로 하면 양반이다. 양반의 반대말은 상놈이다:
상-놈 (常놈)
「명사」 보고 배운 것이 없고 남 앞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예의가 없는 남자.
보고 배운 것이 없어 예의를 못 지키는 사람을 상놈이라고 한다. 남편은 상놈을 능가한다. 보고 배운 것이 있어도 예의를 안 지킨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을 어리석음이라고 한다. 어리석음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내 남편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렇게 말하면 내 마음이 아프다고, 이렇게 싸우는 우리를 보면 애들이 상처받는다고, 그렇게 돈을 쓸데없는 데 쓰면 나중에 애들한테 제대로 된 옷 한 벌 못 사준다고, 당신이 다른 여자랑 놀아나면 내 마음이 무너진다고. 남편은 잘못된 걸 알면서도 한다. 해도 해도 너무한 짓들을 알면서도 계속한다.
어리석은 남편 때문에 속상한 채로 있지 말자
"Hunt the good stuff"라는 놀이가 있다. 직역하면 "좋은 것을 찾아라".
미국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자주 하는 놀이인데, 오늘 감사하거나 좋은 일을 한 가지 찾아 말해보는 것이다.
남편 때문에 또 열불 나는 오늘, 감사한 일을 하나 찾아내보자.
오늘은 2월 첫째 날이다. 이번 달은 남편과 함께 살 날이 다른 달보다 적어 다행이다.
폴챙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