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사진, 영상, 그리고 이제 가상현실까지. 문명과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은 자기 모습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명이 더 발전한다 해도,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타인의 입장에서 겪어볼 수 없다.
내 남편과 똑같이 생기고 행동하는 복제인간을 남편 앞에 데려놓는다 해도, 그는 내가 될 수 없기에, 여자이자 자신의 아내인 내게 자신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없다. 오히려 자기 마누라는 자기 같이 좋은 남자와 살면서 불만도 많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을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엉큼하고 흉악한 남자를 늑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 남자를 수컷 늑대에 비교하는 건 진짜 늑대에게 누가 되는 일이다.
수컷 늑대는 본능적으로 애처가라고 한다. 평생 한 마리만의 암컷만을 사랑하고, 그 암컷이 죽기 전까지 다른 개체와 바람을 피우지 않으며, 암컷이 자신보다 먼저 죽으면 높은 곳에 올라 울음으로 슬픔을 표현한다고 한다. 그리고 암컷이 먼저 죽어 다른 암컷과 재혼하는 경우에도, 세상을 떠난 암컷의 새끼들을 책임지고 키운다고 한다.
수컷 늑대는 다른 짐승이나 인간에겐 위험한 짐승이지만, 자기 아내와 아이들은 끝까지 지켜주는 멋진 본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신은 내 남편에게 늑대 같은 근사한 본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은 대신 인간 남자에게 언어를 주었다. 언어는 지식 전달에 아주 탁월한 도구다. 늑대 같은 짐승을 보고 배운 지식, 경험을 통해 배운 지식, 선대로부터 전해진 지식, 사회생활을 통해 배운 지식을 언어를 통해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고 전달받을 수 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지식을 전달받아 품위가 생긴 사람을 "교양"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남편에겐 교양이 없다. 아내에 대해, 여자를 존중하는 법에 대해 배운 게 없다. 하지만 괜찮다. 그래도 데리고 살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에게 한 청년이 찾아와 자신의 스승이 되어주기를 청했다.
모차르트는 청년에게 음악을 배운 적이 있는지 물었고, 청년은 자신의 화려한 음악 경력을 늘어놨다. 모차르트는 청년에게 비싼 수업료를 요구했다.
또 다른 청년이 모차르트를 찾아와 스승이 되어주기를 청했다. 모차르트는 청년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고, 청년은 음악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모차르트는 두 번째 청년에게는 수업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첫 번째 청년이 부당한 수업료에 대해 항의하자 모차르트는 말했다.
"자네가 이미 갖고 있는 습관을 없애는 데는 큰 노력이 든다네. 그러니 난 비싼 수업료를 받을 수밖에 없지."
여러 버전으로 전해오는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교훈은 유효하다. 엉터리로 배운 사람은 배울 자세가 되어 있는 못 배운 사람만 못하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좋은 남편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몰라도 상관없다. 들을 준비만 되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대개 남편들은 그렇지가 않다.
남편은 나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체한다. 내가 내 감정을 얘기하는데도 듣지를 않는다. 그러면서 내가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그리고 해결 방법에 대해 스스로 논한다.
당신이 항상 피곤한 건 운동을 안 해서 그래. 나이 들수록 근육량을 늘려야 해.
당신이 그렇게 우울한 건 사회생활을 안 해서 그래. 낮에 나가서 사람들 좀 만나고 그래. 어차피 집에서 집안일 밖에 안 하는데 시간도 많이 남잖아.
남는 몽둥이를 찾아서 남편을 두들겨주고 싶어 진다.
못난 남편도 다른 못난 남편은 잘 알아본다.
남편과 <나는 SOLO> 같은 연애 프로그램을 같이 볼 때면, 남편은 저 남자는 이래서 안 되고 저 남자는 저래서 안된다고 논한다. 그런 말을 할 때면 남편이 뭐가 못난 짓인지 알긴 하는 거 같은데 왜 자기 모습은 제대로 못 보는지 의문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는 속담이 있다. 자기는 더 큰 흉이 있으면서 도리어 남의 작은 흉을 본다는 뜻이다.
이 속담의 교훈은 무엇일까? 내 남편이 똥 묻은 개라는 것?
물론 내 남편은 똥 묻은 개다. 하지만 더 깊은 뜻이 있다.
바로 똥 묻은 개나, 겨 묻은 개나, 둘 다 개라는 사실이다:
개 「명사」
행실이 형편없는 사람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
하여간 남편은 똥이 묻으나 겨가 묻으나 구찌에 프라다를 입거나, 그놈이 그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