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이슈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진다. 사건과 사고는 물론이고 정치, 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대하는 기자들의 오늘날 모습은 어떨까.
인턴을 할 때는 내게 권한이 없었다. 취재를 한다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도 돌아오는 답은 무시가 담긴 거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내 얼굴을 박은 기자페이지가 만들어지고부터 기사를 대충 쓸 수는 없었다. 아 물론 보도자료는 예외다. 아무튼 내 기사라고 부르려면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게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주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이전 글에서 잠깐 언급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확인하기다. 사실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타 매체에서 받은 멘트가 오보일 확률은 극히 드물다. 만약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CP 매체라면 더욱 그렇다. 조금 더 나아가 통신사에서 나온 인용구라면 생각할 필요 없이 받아서 쓰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다. 그래도 내 바이라인을 달고 나가는 기사인데 으레 그렇다고 할지라도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난 아주 짧은 말이라도 전화를 돌리고 돌려, 30분이고 1시간이고 인내의 과정을 거쳐 답변 혹은 확인 과정을 거친다.
일반인은 잘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속도와 조회수는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단독이 아니더라도 먼저 쓰는 기자가 높은 PV를 갖게 된다. 연예판은 더 심하다. 본인이 확인을 하지 않았음에도 출처를 밝히지 않고 관계자 말을 인용한다. 물론 조회수를 이끌 수 있는 '공식'은 반드시 붙이고 말이다. 나도 유혹이 없진 않다. 조회수를 마다할 기자가 누가 있겠는가. 곧바로 쓸 수 있지만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기사는 블로그나 카페에 옮겨지는 글과 다를 바 없기에 어제도, 오늘도 귀찮은 과정을 거쳐 기사를 내보냈다. 간혹 '그냥 따라가지 뭐'라고 말하는 데스크도 있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그런 무책임을 권장하는 데스크는 만나지 않았다.
요즘 뉴스판 배열을 보면 일간지, 경제지 할 것 없이 기사 내용과 배열이 똑같다. 기준은 딱 한 가지, 조회수가 잘 나올 것 같은 이슈를 모으고 모은 것이다.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 할 수 없다. 발로 뛰는 취재를 통해 써내려간 기사는 '지면용'으로 여겨질 뿐, 온라인이 중요해진 시대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모든 기사가 그렇지 않다. 안타깝게도 그냥 현재 흐름이 그렇다.
최근 기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비판이 일은 기사들이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토씨 하나 안 빼먹고 긁은 기사였다. 유력 매체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란 플랫폼에 '기자'란 이름을 내걸고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독자들이 보기에 있어보이고 싶은 코너를 만들고 싶으면 해당 내용에 전문가 의견을 한문단 추가한다. 또는 유명인의 인스타그램을 사진과 함께 작성하는 것. 이러면 그날 랭킹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사가 된다. 이를 두고 한 기자 출신 유튜버는 "이런 기사를 써놓고 홍보 담당자를 만나면 자랑스럽게 명함을 내밀 수 있겠나"라고 일갈했다. 나 역시 되새기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내일도 기자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발제를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과 이름, 이메일이 새겨진 바이라인을 기사 하단에 삽입하게 된다. 우리의 글은 그 어떤 글보다 영향력이 있다. 누군가를 혹은 사회를 웃게 만들고 울게 만든다. 사회적 책무는 아니더라도 펜대를 쥐고 있다면 적어도 처음 이 길에 들어서려고 했을 때 먹었던 아주 작고 작은 마음은 잊지 않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