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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Apr 30. 2023

이유있는 미팅이 필요한 순간

최근 한 대학생을 만났다. 국어국문이 전공이었던 그는 내 직업을 듣자 "나도 꿈"이란 짧은 고백을 전해줬다. 이야기를 한참 나누던 중 내가 다시 "정말 기자가 꿈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대학생은 "많은 꿈 가운데 하나다. 사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모임을 이어가는 동안 이 답변이 눈에 밟혔다. 그러나 모임이 파할 때도 난 이 대학생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도움을 주겠다는 내 배려가 누군가에겐 과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만남들 뒤에 항상 똑같은 질문을 곱씹는다.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다. 내가 이들보다 월등히 뛰어나 해당 고민들을 곱씹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건 헤아리지 못할 만큼의 귀중한 도움들 덕분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받았다면 그보다 갑절로 흘려보내야 한다고 배웠는데 어떤 실천이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결론을 내리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생활 N년차에 접어들었을 만큼 시간이 지났다 변명을 해본다.


기자가 되기 전 한 연재물에 올라온 이어령 교수의 인터뷰를 읽었던 때가 떠올랐다.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교수를 몰랐던 독자들도 그에 대해 면면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 실제로 이슈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사엔 수많은 댓글이 달렸던 기억이 있다. 기자가 된다면 이런 기획 하나쯤 해보고 싶다 소망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학연수 시절 이미 기획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지 않은가. 무릎을 내리친 뒤 곧장 구글폼을 열어 당시 진행했던 인터뷰지를 들춰봤다.


인터뷰이 모집을 위해 작성했던 설명문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당신의 이야기가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 싶은 청년에겐 더없이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 내가 어학연수 당시 비영리 취재팀을 만들어 전 세계 청년들을 만나고 싶었던 이유였다. 모두가 똑같은 방법으로 길을 걷지 못하지만 참고는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나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꼭 하고 싶고 정말로 하고 싶은 꿈을 이뤄낼 수 있다는 용기 말이다.


비영리 취재팀을 운영하며 내세웠던 사(社)명은 다음과 같다. <콘텐츠를 접한 사람 가운데 한명이라도 꿈을 위해 어떠한 결심과 용기를 얻는다면 그걸로 됐다>. 과거를 돌아보고 난 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비영리 취재팀을 만들기로 결심했던 날과 똑같이 미숙함이 곳곳에 묻어나는 구글폼을 하나 만들었다. 하단에 굵직하게 강조된 링크 말이다.


혹 짧지 않은 청춘의 시간 동안 나만의 꿈을 놓고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마침내 그것에 다다른 경험이 있는가.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어떤 형태로 소비한 시간,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과정 중일 수도 있고 이로 가기 위한 결심일 수도 있다. 그 귀한 이야기를 구글폼에 접속해 남겨주길 바란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앞서 언급한 사명처럼 작용할 것이다. 이를 위해 빛깔 좋은 포장지가 필요할테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하려고 한다. 마음이 쿵쾅거린다면 경험자로서 망설이지 않는 편이 더 좋다.


https://forms.gle/QK8i3Gb1mFfCKtmf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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