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어느날이었다. 아직 미생을 벗어나지 못한 주니어 기자는 출근해 편집국을 지키고 있을 때였다. 점심시간이 성큼 다가왔을 즈음에 눈에 들어오는 한가지 이슈가 있었다. 유명 아이돌 관련이었는데 아직 말 그대로 날것이었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원석(?)과도 같았다. 이를 빨리 선점해 작성하면 단독이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 무렵 나를 돌아보면 밸류(value) 판단은 쉽게 하지 못했다. 지금도 썩 잘한다고 말하지 못하지만 당시엔 까막눈이었다. 이때문에 노련한 선배들과 데스크들의 조언이 필요했다. 선배들은 슬쩍 훑더니 빨리 취재를 시작하라는 사인을 보내셨고 나는 곧바로 전화기와 노트북에 불을 내기 시작했다.
입사 후 한달 남짓 후 이같은 일을 벌인 터라 정확한 취재 방법을 몰랐다. 역시 그날 편집국에 출근했던 선배의 도움으로 다음의 과정을 헤쳐나갔다. 1. 야마를 잡고 2. 필요한 검증과 소스 3. 아이돌 소속사 멘트 4. 업계 관계자 멘트 등 주니어 기자라면 누군가 한번쯤 설명해줬으면 하는 공식 엇비슷한 단계를 밟아가며 취재를 진행했다.
다행인지 해당 소속사 관계자는 타 매체 출신 선배였고 우리 데스크와는 막역한 사이였다. 보통 이런 경우 한번쯤 유연하게 가기 마련이나 분명하게 짚어야 하는 이슈라면 예외가 없다는 데스크 지침에 따라 어려움 없이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 소속사도 이슈를 인지하고 있던 상황이라 타 매체에 공유하기 전 나에게 먼저 진행 상황을 포함한 대책 등을 공유해줬다.
문예창작과 출신인 나는 대학 시절 '제목이 작품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란 교수님의 잔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다녔다. 졸업하면 이 말은 영영 안녕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무리 단독이라도 제목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게 선배들의 전언이었다. 무엇보다 데스크가 편집기자 출신이었으니 말 다했지. 기사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사 프로그램 제목란에 넘치지 않도록 담길 수 있는 제목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했다.
기사 작성도 마쳤고 제목도 달았다. 이제 전송버튼만 누르면 세상이 이 이슈를 알게 된다. 이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생애 첫 단독을 손과 발이 떨리지 않고 전송한 기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온몸이 휴대전화 진동처럼 웅웅거렸다. 크게 호흡을 한 뒤 두 손으로 마우스를 붙잡고 전송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내 첫 단독기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기사는 포털 메인을 비롯해 실시간 검색어와 많이 본 뉴스 1위에도 안착했다. 매체들은 후속보도를 이어갔고 소속사는 후속 조처를 이어가며 이슈가 마무리되는듯 했다. 퇴근 전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갔다. 물론 선배들과 데스크에게 적잖은 격려도 받았다. 앞으로도 쫄지말고 이같이 기사를 작성하면 된다고 말이다.
사실 우리가 마주하는 단독의 대부분은 좋은 이야기보다 그렇지 못한 주제가 다수다. 그도 그럴 것이 대개 기자의 역할은 사회의 갖가지 일들 가운데 자정을 바라며 날카로운 펜대를 겨누기 때문이다.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생각하면 좋지만 한편으론 기사를 통해 누군가 혹은 공동체가 비판받아야 하니 썩 유쾌한 건 아니다. 그래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했다. 다만 한명이라도 기사를 통해 생각하고 변하며 다음을 위해 달라지려는 용기와 행보를 결심한다면 제 역할을 한 것 아닌가 조심스레 의견을 묻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단독을 쏴도 별 감흥이 없음을 이따금씩 느끼곤 한다. 후속 보도를 준비하거나 다음 발제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를 보며 때때로 무뎌졌음을 반성해야지 곱씹어본다.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일종의 다짐 따위를 이곳에 남긴다. 사실 내게 얼마나 큰 회초리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성실한 꼼지락거림을 그만두지 않을 만큼의 책임감은 챙겨가는듯 하다. 단독이든 아니든 강한 펜대를 선용하기 위해 이제 다시 다채로운 사부작거림을 시작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