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직장인이 있을까요

by Paul
Screen Shot 2021-07-29 at 10.35.42 PM.png 직장인들의 다음 목표는 대체 어떻게 설정하는 걸까. Paul 제공

지난 수요일까지 집밖을 나가지 않았다. 뭐 밤에 운동하러 잠시 집 근처 학교를 다녀오긴 했지만 약속 없이 3일을 보냈으니 앞문장 표현이 맞다고 생각한다. 날이 점점 더워져 에어컨을 틀어도 좀처럼 일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이에 몇주간 얼굴을 보지 못했던 동네 친구를 만나 카페를 다녀왔다.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이 친구와 했던 대화는 시시콜콜한 주제가 많았다. 가령 맛있는 카페 위치를 공유하거나 할인하는 의류 브랜드를 누구보다 빠르게 알리는 등 따위였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불투명한 미래가 대화 주제로 종종 선정됐다. 그럼에도 철없는 남자들의 대화는 그리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깊지도 않았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 됐을 즈음에 나는 이미 취업을 한 상황이었고 친구는 코로나19 여파로 진로를 바꾸게 되면서 풀어야 할 고민들을 나누곤 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대화는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친구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뒤였고 나도 원하는 기사를 좀 더 많이 쓸 수 있는 매체로 이직한 때였다. 신기하게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취업의 다음 단계에 대해 줄줄이 이야기를 나눴다. 당분간은 절대 오르지 않을 것 같은 급여부터 다른 분야 사람들 이야기, 과연 이 일을 얼마나 하고 때려칠 것인지, 30대가 다가오며 이제는 가볍게 넘기지 못할 결혼 등 어른들의 세계라고 여겼던 이슈들이 자연스레 입밖으로 나오니 뭔가 으쓱하기도 했다.


딱 2달 전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매체에서 무언가 또다른 발전을 할 수 있을지, 친구는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증을 받지 못하면 제주도로 내려가 사업을 해야 하나 머리를 맞대던 우리다. 결과적으로 오늘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했으니 성공한 셈이다. 코로나 시국에 이같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수많은 청년들도 있기에 어쩌면 나와 친구의 한탄아닌 걱정이 사치라고 할 수도.


절대로 감사를 모르는 건 아니다. 실제로 오늘 우리 둘은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지'란 말을 수없이 내뱉었다. 그럼에도 인간은 쉽사리 만족하지 못해 지금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는 미래를 한없이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내일과 일주일 뒤를 걱정하기 전 먼저 오늘 하루를 값지고 알차게 보냈다 말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일로 받았던 스트레스를 두서 없는 푸념으로 날려버리니 한결 나아졌다. 새삼 직장인의 커피타임은 중요하구나 싶었다.


요즘 수십년간 직장생활을 한 부모님이 존경스럽다. 꿈에 맞췄던 출근의 초점을 당신들이 꾸린 가정을 위해 조정하셨단 점이 말이다. 깨지고 치이고, 때론 때려치고 도망가고 싶었을 때도 자식들을 위해 헌신을 택하셨으니 이 또한 얼마나 큰 감사인가. 덕분에 내가 포기하지 않고 기자가 될 수 있었다.


부모님에게 국한되지 않고 이 세상 많은 인생 선배들에게 묻고 싶다. 퇴근 후 자기 전까지 남는 시간을 도대체 무엇으로 채우시는가. 친구 혹은 연인,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같은 피상적 답변은 가급적 회피하겠다. 취업까지 했으면, 결혼이란 으레 당연하다는 다음 할 일 말고 도대체 어떤 다음 단계를 밟고 계시냐는 것이다. 이에 정년이 60세가 훌쩍 넘는 세대라는데 두렵기도 하다. 이같은 생각에 꿈보다 현실을 택한 '워커홀릭'은 비자발적보다 스스로 택한 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감히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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