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은 생각보다 어렵다

by Paul
Screen Shot 2021-07-31 at 3.51.42 PM.png 기자의 모습은 어느 나라던 같았다. Paul 제공

종종 TV나 매체에서 들려오는 말이 있다. 취미가 직업이 되면 그것 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고 말이다. 학창시절에는 이 말을 마주칠 때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어렴풋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벌면 큰 감사가 아닌가' 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인생 선배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끼곤 한다.


그런 면에서 글은 참 웃기다. 마음이 복잡할 때 혹은 늘어지게 여유부리고 싶을 때 책을 집어들어 읽으면 위안을 주기도 하고 하루를 알차게 만들어 순식간에 지나가게도 해준다. 또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해 무언가의 배움을 남겨준다. 다른 면에선 잘못을 지적하고 사회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친다. 이 때 글은 매우 날카롭게 변한다. 나는 후자 역할을 맡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썩 유쾌하지 않은 순간들이 연속적으로 나를 스친다.


얼마 전 호주에서 만든 비영리 취재팀을 운영할 때 인터뷰에 응해준 한 청년이 브런치 글을 보고 연락을 줬다. 직장생활에 지칠 때 이따금씩 자신의 인터뷰 글을 꺼내 본단다. 최근 심오한(?) 글을 잇따라 작성한 내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 것이다. 이 연락을 계기로 마지막 접속이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은 비영리 취재팀 블로그를 뒤져봤다.


나름 초심의 마음을 기억해내고 싶어 처음 작성했던 인터뷰 글을 읽어봤다. 내용은 이랬다.


"대학교 4학년 때 하반기 공채 시험을 준비했고 부담도 컸고 힘들었다" "한국 취업시장에서 공통적인 조건은 전공무관이고, 전형적인 문과 분야인 경영학을 전공한 나는 이력서 100통으로 이리저리 뛰어봐도 취업 성공은 어려웠다" "수습이 끝나고 정직원이 됐지만 내 모습은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과 다를 바 없었다" "새벽 깜깜할 때 집을 나선 뒤 밤이 되어 다시 집에 돌아오는 삶이 허무했다. 모두가 이렇게 살지만 젊을 때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하면 후회만 남은 인생이 될 것 같았다" "쿨하게 사표를 던지고 호주로 떠났고 여행사에서 일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누렸다" "외국인 쉐어하우스에 살았는데 다양한 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밤마다 대화를 나누며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매일 작은 UN이 됐다" "어려서 많은 경험과 실패를 해야 하는데 누군가 대신 살아주지 않은 인생을 획일적으로 살고 있었다" "늦고 빠름은 없으니 범사에 감사하되 안주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이 인터뷰를 진행할 때 호주에 살고 있던 난 저녁이 있는 삶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보지 않았지만 선택의 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갖가지 이슈를 쫓으며 살고 있는 현재에 인터뷰 글을 다시 읽어보니 공감보다 더 완벽한 단어가 있으면 찾아 사용하고 싶어질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이렇게 살지 않은 청년이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청년은 또 어디에 있을까.


사실 현실이지만 해외를 나간다고 해서 파라다이스가 펼쳐지는 건 아니다. 그동안 살아왔던 환경과 달라 색다름을 느낄 뿐, 시간이 지나며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부담감은 어디서나 동일하다. 무엇보다 지금의 밥벌이를 동일하게 유지하며 타지에서 산다는 건 희박한 성공 확률이어서 섣부른 선택은 더 큰 후회를 남길지도 모르겠다.


물론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실하게 과정을 겪으며 선택한 직업이기에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나 역시 이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일까, 오락적 요소가 없지만 잔잔한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tvN '스트리트푸드파이터'를 한없이 돌려보는 나를 발견한다. 이상향이라며 맹목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나 그래도 만연한 국내의 획일적 삶을 벗어날 수 있어 계속 해당 방송에 머무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좀처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주저리 내뱉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다. 하루를 보내며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앚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지나간 오늘은 돌아오지 않으니 기록으로 남겨두면 다시 꺼내볼까 싶어 지금도 이렇게 끄적여보고 있다. 혹자는 주5일 동안 글과 씨름했는데 질리지 않냐고 하나 가만히 있으면 소파에 누워 유튜브 새로고침을 기약없이 시도하고 있을 게 뻔하니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라도 발버둥쳐본다.


하루 빨리 내곁으로 와줬으면 했던 토요일이 내게 왔다. 그러나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 내가 한 건 딱히 보고픈 프로그램이 없어도 리모컨을 꾹꾹 누르며 TV 앞에 앉아있기였다. 은퇴 후 줄기차게 할 텐데 지금부터 예습을 하고 있나 싶어 얼른 씻고 카페로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인터뷰 글을 인용하자면, 범사에 감사는 하고 있지만 안주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건 정말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들고 어떻게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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