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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Sep 26. 2023

대학가여서 가능했던 생각 꼬리물기

남들은 밥을 먹는 시간에 커피를 찐하게 마시며 일을 하고 있자니 색다른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긍정회로를 돌려보기도 했다. Paul 제공

지난 금요일 취재를 위해 서울의 한 대학가를 찾은 바 있다. 무더움과 선선함의 중간쯤 되는 날씨였는데 꽤 두터운 긴팔을 입어도 무리가 없었다. 점심시간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대학가 주변으로 식사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대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자각한 내 나이를 돌아보니 시간이 빠르다른 어른들 말이 진리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취재를 위해선 1시간 가량 뻗치기를 해야 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을 체크해야 하는 발제를 한 나를 원망하며 그 주변을 쉼 없이 걸었다. 한눈을 팔면 엎어지는 아이템이었기에 쉽사리 딴 곳을 볼 수 없었지만 이따금씩 기회가 될 때 거리를 거니는 학생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이렇게 한 데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았다. 그저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으로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그리워하고 싶어서랄까. 요즘 대학생들을 곳곳에서 마주치면 이같은 생각이 부쩍 늘어난 걸 실감하곤 한다.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말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싱그러움이 전해지는 그런 느낌. 아재 같은 소리를 잇따라 내뱉는 걸 보면 30대로 접어들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마주쳤던 대학생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대화의 많은 부분은 전공 공부나 과제 따위였다. 강의 때 들었던 내용을 멋드러지게 나열하며 옆 친구들의 의견을 묻거나 아직 채 끝내지 못한 일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닥쳐온 취업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걸어가면서도 관련 공부를 놓지 않는 학생들도 종종 보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다시 학부시절로 돌아간다면 기자 말고 다른 직업을 희망했을까. 말하고 글쓰는 것 이외에 내게 다른 재능이 있었다고 확신해 그에 관한 도전을 이어갔다면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싶었다. 글쓰는 건 적당히 잘하지만 피아노나 축구는 월등히 뛰어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잡생각을 깊이 하지는 못했다. 기사에 들어갈 인터뷰들 가운데 끝내지 못한 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학가 근처 맛집에서 여유롭게 점심을 먹겠다는 안일했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근처 햄버거 가게로 들어가 10분 만에 끼니를 해치운 게 다행이었으니까. 우여곡절 끝에 저녁 7시쯤이 지나서 마감을 할 수 있었고 이틑날 기사가 출고됐다.


기사 반응은 생각했던 것보다 썩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무언가 기분은 좋았다. 그 전날 취재를 갔을 때도 동일한 기분을 느낀 바 있었다. 어쨌든 하고 싶고 원하는 일을 한다는 안도감 비슷한 마음 때문인 것 같았다. 정답이 없는 대학생활을 지나 나름 선방했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랬다면 어땠을까' 계속 곱씹게 되는 건 끝없는 욕심을 가진 사람의 특성인가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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