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혹은 그와 비슷한 영향력을 가지는 기사를 출고할 때 대개 2가지 경우로 나뉜다. 첫째는 사실이 분명하고 절대 봐줄 생각이 없지만 최소한의 소명이 담긴 기사, 둘째는 기사 당사자와 긴밀한 관계로 어물쩍하게 넘기는 기사. 일을 하다보면 후자의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평소 친밀함을 무기로 관계자가 재빠르게 연락하거나 찾아오고, 더 나아가 데스크급의 선배 전화를 받는다. 이럴 땐 기사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뭉개지는 게 다반사다. 물론 '나중'의 무언가를 약속받게 되지만 특히나 이 바닥에서는 나중을 믿으면 바보란 소리를 듣는다. 그만큼 기사는 시의성이란 힘을 받았을 때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연예판도 이 모든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한가지 추가된 경우의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팬덤이다. 배우는 아무리 많은 팬을 보유한 한류스타라도 기자가 출고한 기사에 대해 직접적인 어택(?)을 하지 않는다. 작품을 1년 365일 찍는 것도 아니기에 띄엄띄엄 활동하는 배우가 큰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은 극히 적다.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몇 인사가 있으나 소수에 해당되고 이마저도 2주일에 한번씩 촬영하는 때도 많아 작품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사실상 휴지기나 마찬가지다.
아이돌은 그렇지 않다. 매일매일이 전쟁터와도 같은 음악계에서 정규앨범만 발매한다면 이름을 쉽게 잊히게 될 것이다. 이때문에 미니앨범을 비롯해 컬래버, OST 등등 될 수 있는 만큼 많은 앨범을 발매한다. 또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 TV에서 채널을 돌릴 때마다 얼굴이 나와야 팬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어 하루가 모자르게 이곳저곳 출연하며 얼굴을 내비친다. 그만큼 적잖은 이슈에 둘러싸여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펜대를 날카롭게 만들어 나오는 기사의 주인공이 특정 아이돌 혹은 가수가 됐을 때, 일반인이 아닌 그 팬덤이 접하게 되면 반응은 2가지로 나뉜다. 스타의 잘못을 받아들이고 공식 성명문을 통해 재발 방지 혹은 일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경우, 또 한가지는 '왜 이런 기사가 나오냐'라며 기자를 아주 못살게 구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 매우 성숙한 팬덤이다. 나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응원하는 연예인이지만 무언가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때 냉정하고 따끔한 시선으로 일종의 경고를 날린다. 이들의 사랑이 활동의 중요한 동력인 스타들은 이같은 팬덤의 충고를 새겨 이후 동일한 실수 혹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 또 촉발됐던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선한 영향력을 가득 채운 다양한 만회 방법을 보여준다. 당연히 기자들은 이에 감동하여 해당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해준다. 향후 활동에서도 그 스타가 돋보일 수 있는 다채로운 기사로 서포트하기도 한다.
반면 건강하지 못한 팬덤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구태여 기자가 짚어냈다며 메일, 전화 등을 통해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연일 울리는 전화통에 편집국은 연결선을 뽑아버리기도 한다. 여기에도 반응이 없다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기자에 대한 인신공격에 들어간다. 때때론 허위 루머를 퍼뜨리기도 한다. 기사가 주요 포털 메인 화면에 배치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다른 기사를 띄우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이렇게 해야 기자가 두번 다시 이런 기사를 쓰지 못한다'라고 호언장담 한다. 스타 역시 팬들과 톤앤매너를 같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동일한 혹은 엇비슷한 내용으로 실검의 중심에 서는 걸 우린 보게 된다.
여기에 질려버린 기자들은 극성 팬덤이 있는 스타의 이슈를 더는 건드리지 않기도 한다.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의 안부까지 묻는 경우가 흔하니 심신의 안정을 위해 손을 터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자의 책무를 가벼이 여길 수 없어 불도저처럼 밀고 보도를 해나가는 기자도 있다. 어떤 모습이든 잘했고 잘못했다 잣대를 들이밀 수 없으나 소속사가 아닌 팬들이 보내준 글을 그대로 기사에 옮겨적는 걸 택하기엔 내 바이라인이 블로거와 다를 바 무엇일까 생각해봐야 한다.
정확한 취재가 바탕이 된 기사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다. 설사 당사자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더라도 기사를 접한 다른 이 혹은 이들의 소소한 결심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니 일부 잘못된 팬심이 걱정돼 간과하는 보도는 없어야 한다고 오늘도 다짐해본다. 내가 안하면 누군가는 하겠지만 나도 그도 펜대를 쥐고 있는 건 같으니 쫄지 말고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