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하며 작아지지 않을 용기

by Paul
KakaoTalk_20250207_144319551.jpg 눈이 내리면 부츠를 신어야 한다. 관련 취재를 나가야 하니까. 가끔 일을 위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이런 순간이 올 때 무얼 위해 살고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Paul 제공

얼마 전 기업 사회공헌을 함께 했던 한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다. 기자가 아니었던 그 분은 한 언론사로 이직해 사회공헌을 담당했었다. 이직 직후 잇따라 연락을 주고 받았었는데 사는 게 바빠 더 많은 안부를 묻진 못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문득 연락을 해볼까 싶었고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어떻게 지내냐는 내 말에, 퇴사한 뒤 개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사회공헌 분야는 맞는데, 이제는 누군가의 간섭과 평가를 받는 게 지쳐 본격적으로 내가 주도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여줬다. 그러면서 내 삶은 어떠냐고 묻길래 이런저런 근황을 전했더니 곧이어 따뜻한 경험을 막 전해주기 시작했다.


본인은 이전 회사를 다니며 퇴사 직전 마음적으로 참 많은 힘듦을 겪었다고 했다. 주도적으로 이끈 사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더니 불필요한 간섭이 시작됐다는 거다. 사업 특성상 꼭 필요하지 않다면 이익을 추구하는 여러 요인은 배제돼야 한다고 어필했지만 한낱 직장인이 무슨 힘이 있겠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 회사는 인재를 잃게 된거다.


결과적으로 퇴사란 결정을 얻게 됐으나 이젠 본인이 정말로 하고 싶고 진짜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으니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나이가 몇이냐고 물었다. 답을 하니 앞으로 변환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한 두번은 더 있을 것이라 했다. 물론 상대적인 이야기지만 내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그리고 현실적으로 맞는 말이었다.


본인도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지만 결국엔 자신의 분야에서,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면 기회는 주어진다는 게 결론이었다. 이 말엔 교회를 다니는 두 사람의 여러 첨언이 가득 담겼었다는 걸 참고로 하고. 누구나 나눌 수 있는 지나가는 이야기쯤이었는데 내겐 적잖은 용기가 생겼다. 상황 가운데 마냥 낙심하진 말자고 다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부시절 나는 입버릇처럼 '큰 물에서 놀거야!'란 말을 많이 했다. 생각해보면 이 말은 참 무서운 거였다. 그만큼 나를 지켜보는 시선도 많아지고 무한한 책임감도 무거워지는 거니깐. 마냥 멋있게만 내뱉던 말이 어느정도 현실이 되고 시간이 흐른 지금, 무얼 위해 나아가고 있는가 생각해볼 때가 많다. 더불어 행복한가 되묻곤 한다. 그렇다고 답했다면 이런 글도 쓸 필요가 없었겠지.


감사할줄 아는 것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받은 복을 헤아리면 감사의 제목은 끝도 없다. 내 스스로 그렇게 뛰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그렇기에 주어진 환경에 대해 겸손하면서 열심히 헤쳐가야 한다. 그런데 자꾸 도망가고 싶단 생각을 한다. 왜 그럴까, 도대체 이런 마음은 어떤 이유에서 시작된 걸까.


앞서 담당자와 나눴던 대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잘하는 걸 인정해주고 그걸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직군 혹은 회사를 위해 고민하고 또 나타난다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말. 원하는 아주 달디 단 밤양갱 같은 꿀단지만 쫓고 싶단 말이 아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노력으로 더 채워야 하는 것도 있겠으나, 혹여 맞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어내면서 더 잘 할 수 있고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시간을 놓치는 건 아닌지. 괜스레 '난 못하고 부족해'라며 스스로를 혹독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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