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후배의 꿈에 불이 지펴졌다

by Paul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문자를 보며 꿈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대견스러웠다. Paul 제공

최근 모교 신입생 입학식에서 강연을 한 바 있다. 특정 전형으로 뽑힌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약 450명 정도였는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강연 전날 그 수를 생각하니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었다. 그 많은 이 앞에서, 특히 이제 막 부푼 꿈을 갖고 대학에 온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준단 말인가. 다른 건 모르겠고 제발 꼰대 같은 이야기를 하지 말자가 내 목표였다.


강연 당일 강당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많은 후배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사이로 띠동갑 정도 되는 아저씨가 정장을 입은 채로 이리저리 연단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건 좀 창피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강연 시간이 다가왔고 숨을 고른 뒤 연단 위로 올라갔다.


사실 강연 주제는 수도 없이 했던 말이라 복잡할 것도 없었다. 그래도 긴장이 됐던 건 앞서 말했지만 대학생활을 막 시작하는 새내기들을 상대로 말해야 했단 거다. 어쩌면 대학에서 처음 마주하는 선배일 테고 그렇다면 하나의 이미지가 형성될 텐데 시작을 잘 갖춰야 한단 부담이 적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말을 하는 데에는 막힘이 없었다. 말을 시작하자 긴장됐던 마음이 사라지고 힘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내 작은 경험을 듣기 위해 모인건데 필요한 말들을 해주자는 용기가 자신감을 만들어줬다. 진심을 다해 이런저런 말을 하고 나니 어느새 12분 정도가 지나 있었다. 다음 일정을 앞두고 약속한 시간을 모두 사용했던 터라 아쉬움이 컸었다.


연단에서 내려와 별다른 인사를 할 틈도 없이 서둘러 강당을 빠져나왔다. 강연 전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선배로부터 연락이 와 “잘하면 현장에 갈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고 예정된 점심 약속을 가기 위해서였다. 그렇지 않으면 강당에서 여러 사람과 인사를 길게 나누며 그 여운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건물을 벗어나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었다.


강연 마지막 ppt를 넘기면서 후배들에게 남긴 말이 있었다. 한 번 뿐인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낼 거냐고. 내가 기자란 직업으로 일하고 있지만 이건 답을 찾은 게 아니라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선용할 수 있는 도구를 발견한 것이라 했다. 그러니 부디 하고픈 무언가가 있다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간이 날 때면 무조건 넓은 세상으로 건너가 보고 느끼고 얻어내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연락을 달라고도 덧붙였다.


점심 약속을 마치고 그 동네를 벗어났는데 하루가 마칠 때까지도 내게 연락을 준 후배는 없었다. 강연을 불러줬던 모교 팀장님과 전화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팀장님은 “신입생들이 와닿게 느껴지지 않을 거다.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그 말을 떠올리고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 난 누구일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씨앗을 뿌려준 걸로 내 역할은 다했다 스스로 위로했다.


그리고 다음날 일을 하고 있는데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어제 강연을 들은 한 후배였다. 입학식에 왔다가 예상치도 못했던 선물을 받았다며 너무 고맙다는 연락이었다. 본인의 꿈을 위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 강연으로 답을 얻게 됐다며 길잡이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나아가겠다고 했다. 나와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말도 덧붙여줬다.


연락을 준 것도 고마웠지만 무엇보다 문단 띄어쓰기가 없었던 장문의 글이 감사했다. 문자를 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또 그것을 정리하며 보냈을까 싶었다. 그런 이야기 속엔 서툴지만 진심이 가득 담겼었다. 이제 막 고등학생에서 성인이 된 것에 지나지 않은데 정말로 본인의 꿈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후배임이 분명했다.


사실 이런 종류의 강연은 소위 돈이 되지 않는다. 교통비와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그럼에도 모교에서 섭외가 올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나서는 이유가 있다. 흘려보내는 나의 지난날 가운데 이런 후배들이 하나씩은 나오기 때문이다. 대단히 큰 결심을 쥐어주지 못해도 좋다. 한명이라도 내가 정말로 하고 싶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야겠다 다짐하면 그걸로 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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