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만 맞다고 우기는 사회

by Paul
KakaoTalk_20250311_154159682.jpg 지난 7일 대통령의 석방 결정이 있던 날 구치소 앞에는 많은 지지자가 몰렸던 바 있다. Paul 제공

지난주 아주 평화로운 금요일이었다. 좀처럼 사건사고도 없었던 터라 끝내주는 주말의 시작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전 일정을 보낸 뒤 나름 여유롭게 점심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사무실로 복귀했는데 웬걸, TV 화면에서 속보가 나오는 것 아닌가. 대통령의 구치소 석방 판결이었다.


휴대전화 알림은 빠르게 울리기 시작했다. 광화문과 관저 등 가야할 장소와 그곳으로 보내질 기자가 잇따라 정해졌다. 내 이름은 호명되지 않아 마음속으론 안심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평온함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구치소에 가야할 후배 이름이 거론된 뒤 곧바로 내 이름도 불렸기 때문이다.


재빨리 하던 일을 정리하고 구치소로 향했다. 다행히 내가 있던 곳과 멀지 않아 비교적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현장은 이전보다 더 시끄러워진 것 같았다. 지지자들이 구치소 삼거리 쪽부터 행렬을 이루고 있었고 혹시 대통령 차량이 지나갈까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있었다.


시위대를 비집고 현장으로 들어갔다.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탄핵을 반대하고 하루 빨리 석방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곤 특정 언론사를 거론하며 취재나 영상 촬영을 막으라는 말도 들려왔다. 실제로 시위 참여자들은 기자들에게 접근해 어디서 왔냐고 묻거나 영상취재 기자들의 카메라를 막아섰다.


말을 잃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우리 모두는 어른이고 어린아이와 다른 성숙함을 가져야 하지 않나. 간단하게만 봐도 시위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삶을 걸고 중요한 것처럼 여기는 만큼 다른 사람들의 일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해야 하는 기자들의 업무도 동일하다. 그런데 그게 아예 사라진 현장이었다.


나는 줄곧 사람들에게 정치색이 없다고 말한다. 내가 다니고 있는 언론사가 보통의 사람이 봤을 때 특정 정치 환경을 쫓는다고 하겠지만 실제로 나를 포함한 다수의 선후배들은 별 생각이 없다.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할 뿐이다.


그런데 요즘 이같은 현장을 방문하면 이념과 진영의 논리가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을 지배했다고 느낀다. 과거에도 상대방의 말과 생각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늘날엔 더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유치원에 가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친구를 배려하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어른들은 '하기 싫다'를 당연하게 주장하지 않나.


내가 생각하는 것만 맞다고 여기는 사회 속에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되짚게 된다. 적어도 내가 속한 팀과 공동체에서 내 말만 우기고 있진 않은지, 성숙하게 누군가를 배려하고 존중하고 있는지 말이다. 고도화 된 사회에선 양극화가 한층 심하다고 하지만 세상은 꼭 이분법적으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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