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로 보는 원조의 '역설'

by Paul
왜곡의 역설을 들여다보면 참 씁쓸하다. Paul 제공

아프가니스탄은 전 세계에서 원조를 받는 대표적 국가 중 하나다. 최근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며 정권은 붕괴됐고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은 국민들을 뒤로한 채 비행기에 올라타 다른 나라로 도피했다. 미처 떠나지 못했던 인사들은 탈레반에 의해 공개적으로 처형당했다.


이로 인한 여파는 걷잡을 수 없었다. 당장 거리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을 하던 여성들이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언론 등을 모두 장악해 자신들의 세력을 펼쳐가고 있다. 피해를 보는 건 시민들이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해당 사태 발발 후 국제 원조가 끊기면서 밀가루, 기름, 쌀 등 생활 필수품들의 값이 며칠 사이에 10~20%까지 급증했다. 돈을 융통해야 하지만 은행들이 문을 닫아 불가능했고 생활고는 수도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에 주목을 받은 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아들 타렉 가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학에서 국제 안보학으로 석사까지 마쳤다. 이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사립 워싱턴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타렉은 미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불과 1.6km 정도 떨어진 타운하우스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이 집 가격은 지난 2018년 95만 9000달러(한화 11억 3000만원)에 달했는데 집이 있는 지역의 평균 부동산 가격은 미 전국 상위 7%에 속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딸 마리암 역시 미국에서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도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주요 외신들은 "가니 대통령은 조국을 버렸고, 그의 두 자녀는 미국에서 고급스럽게 살고 있지만,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의 억압적인 통치에 공포에 떨고 있다"라며 잇따른 비판을 쏟아냈다.


책임 여부는 지극히 상대적이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직접적으로 몸담아 일했다면 조금의 책임을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외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엄밀하게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이같은 논쟁은 잠시 뒤로하고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들의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프가니스탄은 국제적으로 다양한 원조를 받는 나라다.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자녀들은 부모의 고향 땅에서 벌어지는 각종 현안들 혹은 시민들의 삶과 매우 동떨어진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스탠퍼드의 1년 학비가 학부생 기준 약 5만 3529달러 (한화 약 5987만원)라고 하는데, 과연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을까 추측하게 된다. 지난 4월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국민 3900만명의 GDP는 3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최빈국 수준의 생활고를 겪고 있단 뜻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같은 국가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아주 선명하게 실현되고 있었다.


지난 2018년 정부 기자단으로 활동할 당시 전세계 법무부 관계자들이 모인 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국외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각종 원조를 받는 베트남도 상황은 비슷했다. 포럼에 참석한 베트남 법무부 관계자는 "법을 바꾸면 국민들에게만 적용된다. 고위 관료들은 그들의 가난을 생각하지 않고 각종 비리로 호화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근래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각종 상황들을 마주하니 딱 이 일화가 생각났다.


씁쓸하게도 '태생부터 다르다'란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이런 국가들의 고위 관료 자식들과 일반 시민들의 갭(차이)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크다. 오늘날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과거 발빠른 산업혁명 같은 국가적 움직임이 없다면 이들 국가들에 빈부격차 심화는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는 은퇴 후 재단을 설립해 개도국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일을 하고 있다. 세밀한 부분에서 변화가 이뤄지면 나라 전체에 반향이 일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지겠으나 이들 국가에서도 존재하고 있는 '카르텔'이 깨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국제적 원조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같다는 결론이 머릿속을 멤돌고 있다. 기업 혹은 선교사를 통해 의료, 교육, 주거 등에 대한 사회공헌이 이뤄지면 뭐하겠나. 또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등을 통해 기부금을 쏟아내면 눈에 보이는 움직임 외에 어떤걸 기대할 수 있을까. 펜로즈의 계단처럼 영원히 올라가거나 내려가며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발전 불가능'을 우린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또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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