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냈고 살아내기 위해서

by Paul
KakaoTalk_20250625_214840293.jpg 하늘로 이륙하기 직전 창문을 바라보는 순간은 늘 짜릿하다. Paul 제공

최근까지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계엄을 시작했을 때부터 계엄이 끝난 지금도 내 삶은 마치 '계엄'처럼 살고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떤 발제를 해야 할까 고민해야 하고, 그에 앞서 내 나와바리에 어떤 큰 사건이 터지지 않았는지 가슴을 졸여야 한다. 당연히 하루를 보내면서 사건이 터지면 잽싸게 현장으로 가야 하고. 주말엔 데스크 전화를 받으며 뉴스 속도를 따라 잡고. 체력과 정신력을 동시에 잃는 이 직업, 기자다. 사람을 많이 만나지만 정작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는 사람들.


한창 치열하게 시간을 보내고 잠시 멈춰 한숨을 쉬던 어느날, 문득 떠오른 곳이 있었다. 후쿠오카였다. 두 달 전 딱 1박 2일로 이미 다녀온 곳이었다. 다시 복기하면 작년에도 숱하게 찾았던 곳이다. 근데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자주 가면 할 게 무어냐 핀잔을 받겠지만 그냥 떠나고 싶었다. 날씨도 흐렸고 그래서 비가 세차게 내렸고, 더위는 매서웠지만 말이다. 제일 가깝게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이었다 후쿠오카가.


뭘 특별히 하진 않았다. 그냥 지난번 갔던 그 길을 다시 걸었다. 하루종일 말이다. 쇼핑센터를 돌고 시장도 돌았다. 맛집을 SNS에 찾아보지 않았다. 발길 닿는데로 걸으면 어디든 맛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렇게 해도 행복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도시에서,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와 문자를 보지 않아도 되서 였을까. 비가 오는 날씨마저도 좋았다. 어쩌면 그 비 덕분에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앞에서 말했듯이 눈치보지 않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까.


성수기는 아니어서 비행기값과 숙소가 아주 저렴했으나 누군가는 촘촘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떠난 이 여행을 못마땅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겐 그런 여행은 필요하지 않았다. 잘 놀았다는 말 대신 잠깐 살아냈다고 말하고 싶어서였다. 돌아와서 다시 일상을 견딜 수 있는 힘, 그걸 잠시라도 얻는 게 중요했다. 어디든 복잡한 머릿속을 조금이라도 쉬게 해줄 수 있는 곳이라면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떠나야 했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던 것 같아 3일 내내 행복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지 한참 시간이 흘렀다. 오늘도 기사는 끝이 없었고 보고를 둘러싼 전화와 문자는 이어졌다. 나를 찾는 경찰들의 연락이 줄을 지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업무를 조율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매번 달콤한 무언가를 얻어낼 순 없지 않은가. 내겐 책임이 있고 그 의무를 다해야 또 다시 도망갈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그래서 퇴근 후 방에 들어와 앉으면 다음엔 어디로 도망갈까 마음 속 고향들을 유튜브로 찾아보곤 한다. 그곳들이 내겐 아주 작은 숨구멍인데,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다른 직장인들은 어떤 딴생각을 하며 오늘도 살아낼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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