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탔던 택시에서 벌어진 일

by Paul
아침마다 택시를 탈 때 나와 같은 차종이 뜨면 부디 신형이 오기를 바라곤 한다. Paul 제공

어제 아침 출근길, 어김 없이 택시를 불렀다. 택시가 잡히면 차종을 알 수 있는데 나와 같은 차종이 잡힐 때면 제발 동일한 신형으로 와라 마음속으로 바라곤 한다. 이런 내 간절함이 닿았는지 우리 집 앞에 도착한 택시는 신형이었다. 기분 좋게 택시에 올라타 사무실로 향하는데 차량 계기판이 내 눈길을 끌었다.


몇일전부터 택시를 탈 때마다 눈에 보였던 게 차량 계기판이었다. 신형 차량을 타고 다니시는 모든 기사님의 계기판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계기판을 내 취향에 맞춰 바꿀 수 있다는 걸 말이다. 택시 기사님들은 고령이 많으시니 이 기능을 모르실 것 같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대뜸 오지랖을 부려봤다. 아주 연로하신 어르신이셨는데, 차량 계기판을 바꾸는 법을 아시냐 물었고 기사님은 당연히 모른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차량이 풀옵션이라고 귀엽게 자랑을 하셨다. 현재 국내에서 다니는, 나와 차종이 같은 택시는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차량 전장은 국내 판매 차량보다 길다. 그것 말곤 옵션은 앞서 언급했듯 신형 차량이라면 모두 들어가있는 것들인데, 과거 오래된 택시들은 그야말로 깡통이었던 터라 기사님들은 최신 기능들을 ‘풀옵션’이라고 여기시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내가 쓰는 기능들을 안내해드리겠다고 했다. 곧이어 목적지에 도착했고 나는 익숙하게 버튼들을 눌러 설명을 잇따라 드렸다. 머쓱하게도 내게 있는 옵션들이 택시에는 빠져있었다. 이런 내 머쓱함을 아셨는지 기사님은 내게 디지털 키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휴대전화를 보여주셨는데, 차량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앱이 깔려있었다. 차량을 인도받을 때 딜러가 깔아줬다는 거다.


옳다구나 싶었다. 요즘 같은 더운날 특히 유용한 기능이었다. 나는 기사님께 시동을 끄고 차에서 하차하라고 하신 뒤 기능을 설명해드렸다. 집이나 식당에서 나오시기 전 앱을 활용해 시동을 켜두시면 아주 시원하게 운행하실 수 있다고 말이다. 기능을 전해들은 기사님은 웃으며 연신 감사하다고 하셨다. 마치 손자가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아주 좋은 청년을 아침부터 만났다길래 나는 넉살 좋게 “아유 그럼 기자페이지 구독이나 눌러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기사님은 흔쾌히 네이버 앱을 열어주셨고 그렇게 구독자 1명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매일 똑같은 출근길 이날은 금요일이어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꽤나 큰 뿌듯함을 장착할 수 있었던 아침이었다.


매일밤 자기 전 내가 가진 것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달라 기도한다. 말은 쉽지만 막상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망설이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 같은 상황에서도 정말 별 특별한 건 아니었지만 알고 있는 작은 부분 하나를 나눴고 기사님의 여름은 시원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실천이 나름 잘 된 것 아닌가. 이렇게 하나씩 적립하다 보면 어느새 걸어온 길마다 주렁주렁 여러 감사를 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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