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이 대기업을 문화를 만드는 곳으로 잘 알고 있다. 문화를 만드는 기업답게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드는 곳이었다. 사회공헌사업도 그랬다. 톤 앤 매너에 맞게 쫌 있어보였다. 소외계층아동이란, 딱 한가지 분야를 아주 깊이있게 지원했으니깐.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창의학교, 인성학교, 장학캠프, 스포츠육성, 미혼한부모 등 아마 내가 가보지 않은 현장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지난 3년간 아주 찐하게 빠져 살았다. 어떻게 보면 지금 밥벌이의 예행연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장에 나가 살펴보고, 필요한 인터뷰를 하고, 스케치와 사진을 담아와 제3자에게 공유하는 것. 당시엔 몰랐는데 이 프로세스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으니 이 자리에서 수줍은 감사를 전한다.
3년이면 교육과정을 마칠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어마어마한 시간 동안 드라마틱한 변화를 잘 경험하지 못했다. 혹자는 깨진 항아리에 물을 붓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그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를 포함한 동행자들은 굳게 믿었다. 작은 행동이 거대한 실천을 만드는 발판이 될 거라고 말이다.
자신있게 배운 한가지는 '기꺼이'다. 우리는 인색한 사회를 살고 있다. 나의 것을 내어줄 때면 계산이 먼저 들어간다. 되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비용을 먼저 셈하니 관계는 '밥이나 한 번 먹자'로 마무리 되는 스타벅스의 종이 빨대처럼 변해간다. 이곳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다. 밤을 훌쩍 넘긴 시간이어도 답을 얻기 위해 고민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았다. 아마 내 인생에, 현업에 종사하면서도 이런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싶다. '기꺼이' 뭉칠 수 있고,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용기를 배운 덕에 나누면 2배의 기쁨이 온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요즘 미팅을 할 때마다 내가 꼭 묻는 것이 있다. ESG 경영에 관한 것이다. 개략적인 나의 과거를 들은 이들은 '그래서 관심이 많으셨구나'라고 하며 말을 이어간다. 꼭 기업만 이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 개개인도 각자의 분야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나눔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외면한다고 손가락질 받지 않는다. 단, 어딘가에 있을 창문 밖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면 나도 한번쯤 건네도 좋을 손이 준비되는 건 그리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