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상반기에 봉사활동을 하던 대기업의 주력 계열사가 론칭하는 CSV 신사업 홍보를 담당했다. 기업 설립 이래 처음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너무나도 척박했다. 당연히 빵빵한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다. 난 그냥 책상에 앉아 글만 쓰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홍보 담당의 업무는 생각과는 다르게, 다시 말하면 보여지는 것 이외에 부차적 일이 많았다.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대학교 학과 사무실을 돌며 동의를 구해야 했다. 홈페이지 게시글 업로드를 위해선 관련 기관에 이메일과 전화로 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일이 힘든 건 둘째치고 깊은 한숨을 유발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거절이었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거절의 이유는 참 다양했다. 그러다보니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리기 전, 제발 받지 말아라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다.
언론사는 다를줄 알았다. 기사에는 항상 '한 관계자' '업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 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줄의 멘트를 따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지. 이 과정을 버티고 전문가 혹은 관계자 말을 인용할 수 있으면 다행인거다. 대개는 '그런거 안 합니다' '죄송합니다' '다른 분 찾아보시죠' 등의 회신이 다반사였다. 본인의 이름이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밝혀두는 바는, 신문 혹은 뉴스에 등장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인싸'일 확률이 높다.
기사는 내 주장을 펼치면 안 된다. 일기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이에 기자가 알지 못하는 전문가적 지식 혹은 의견이 들어간다면 그 기사는 더 좋은 글로 채워진다. 수십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야 취재를 하면서 발생하는 거절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게 됐다. 어떻게 극복했냐고?
앞서 언급했듯 선배들이 닦아주신 길을 따라갔다. 취재에 응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분야의 기사를 작성할 때 재차 도움을 구했다. 또 '이 분야면 이 사람?'이란 막연함 대신 좀 더 세밀한 기준으로 취재원을 선별했다. '인싸'가 아니더라도 답을 기꺼이 줄 수 있는 '찐' 관계자들을 찾아 나선 것. 당장에 원하는 무언가를 얻지 못하더라도 일명 '유도하며 말하기'가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계다. 보도자료의 중요성은 나중에 다시 밑줄을 긋겠다. 예고편으로, 보도자료가 쌓이면 사람이 쌓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취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진다. 이같은 관계로 수십, 수백, 수천가지의 다리를 놓을 수 있고 양질의 기사를 작성하는 힘이 생긴다. 더 이상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 두드리지 않고서, 발로 뛰지 않고서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성실해지면 상대방에게 'NO'를 듣게 될 확률은 떨어진다. 그러니 움직여보자. 글쟁이는, 더욱이 기자는 더 분주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