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을 'COOL'하게 받아들이기

by Paul
Screen Shot 2021-05-27 at 8.47.38 PM.png 거절당하면 취재를 멈추고 그저 그런 기사로 남길 것인가. Paul 제공

지난 2019년 상반기에 봉사활동을 하던 대기업의 주력 계열사가 론칭하는 CSV 신사업 홍보를 담당했다. 기업 설립 이래 처음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너무나도 척박했다. 당연히 빵빵한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다. 난 그냥 책상에 앉아 글만 쓰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홍보 담당의 업무는 생각과는 다르게, 다시 말하면 보여지는 것 이외에 부차적 일이 많았다.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대학교 학과 사무실을 돌며 동의를 구해야 했다. 홈페이지 게시글 업로드를 위해선 관련 기관에 이메일과 전화로 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일이 힘든 건 둘째치고 깊은 한숨을 유발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거절이었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거절의 이유는 참 다양했다. 그러다보니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리기 전, 제발 받지 말아라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다.


언론사는 다를줄 알았다. 기사에는 항상 '한 관계자' '업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 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줄의 멘트를 따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지. 이 과정을 버티고 전문가 혹은 관계자 말을 인용할 수 있으면 다행인거다. 대개는 '그런거 안 합니다' '죄송합니다' '다른 분 찾아보시죠' 등의 회신이 다반사였다. 본인의 이름이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밝혀두는 바는, 신문 혹은 뉴스에 등장하시는 분들은 대체로 '인싸'일 확률이 높다.


기사는 내 주장을 펼치면 안 된다. 일기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이에 기자가 알지 못하는 전문가적 지식 혹은 의견이 들어간다면 그 기사는 더 좋은 글로 채워진다. 수십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야 취재를 하면서 발생하는 거절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게 됐다. 어떻게 극복했냐고?

앞서 언급했듯 선배들이 닦아주신 길을 따라갔다. 취재에 응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비슷한 분야의 기사를 작성할 때 재차 도움을 구했다. 또 '이 분야면 이 사람?'이란 막연함 대신 좀 더 세밀한 기준으로 취재원을 선별했다. '인싸'가 아니더라도 답을 기꺼이 줄 수 있는 '찐' 관계자들을 찾아 나선 것. 당장에 원하는 무언가를 얻지 못하더라도 일명 '유도하며 말하기'가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계다. 보도자료의 중요성은 나중에 다시 밑줄을 긋겠다. 예고편으로, 보도자료가 쌓이면 사람이 쌓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취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진다. 이같은 관계로 수십, 수백, 수천가지의 다리를 놓을 수 있고 양질의 기사를 작성하는 힘이 생긴다. 더 이상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 두드리지 않고서, 발로 뛰지 않고서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성실해지면 상대방에게 'NO'를 듣게 될 확률은 떨어진다. 그러니 움직여보자. 글쟁이는, 더욱이 기자는 더 분주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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