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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an 23. 2024

실패를 경험하지도 못한 사람의 슬럼프

EP 10

아버지 댁의 어느 겨울 아침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고 느낀 것은 내 나이가 거의 40이 다 되어서이다.


지난 100년 동안 이 세상은 많이 발전했다. 특히, 지난 30여 년 동안은 컴퓨터와 IT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으며, 그에 따라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회사나 학교에 반드시 가야만 일이나 공부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집에서도 컴퓨터만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서 거의 모든 일들을 다 할 수 있다. 또한, 돈을 버는 방법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사람의 손이 직접적으로 필요한 일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사람들이 기존에 생각했던 '직업'의 큰 변화를 의미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전문분야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5,60대 농부도 유튜브에 동영상과 사진을 업로드하고, 20대 유치원 선생님도 아이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 '제로투' 춤을 추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으며,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은 빠르게 성공을 향하여 달려가지만,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더 빠르게 도태되고 있다.


나는 어디쯤 있을까? 도태되고 있는 쪽에 더 가까울까?

아니면, 성공하는 쪽에 더 가까울까?

아니, 애초에 성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2020년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영미권 국가들로 유학을 가려는 학생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난 10년 넘게 달고 살았던 토플강사라는 타이틀을 잠시 접어두고, 아버지 댁으로 내려가야 했다. 사실, 나는 이미 2018년부터 무언가 큰 변화가 필요함을 직감적으로 느꼈고, 좋은 영어 강사의 삶이 나에게 더 이상 최종 목표가 아님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의 인생의 목적과 목표에 대한 여러 강연을 찾아보며, 나의 지난 30여 년의 인생을 계속 돌아보고 있던 참이었다.


그리고, 2020년 2월에 발생한 팬데믹은 그런 나의 마음에 하나의 돌을 던졌고, 그때를 기점으로 나는 일 년 동안 나의 인생의 목적을 다시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 나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내어주신 2층의 조그만 방에 둥지를 틀고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영어강사의 삶을 시작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슬럼프라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었다. 슬럼프라는 것은 그저 큰 성공과 그에 걸맞은 실패를 겪고 난 사람만이 겪는 어떤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뒤돌아서 생각해 봤을 때, 나는 지난 몇 년 간을 슬럼프 속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나의 과거와 나의 마음을 살피는 동안에 나는 슬럼프가 '현대인의 현실도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가진 꿈과 계획에 나의 현실이 따라주지 못했을 때, 내 머릿속에서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게 되고, 바로 그때, 내가 나 자신 속에 계속 숨으려고 하는 현상이 바로 슬럼프라는 것의 정체라는 사실을 나는 직접 경험했다. 적어도 나에게 찾아온 슬럼프는 그랬다.


어떤 전문가들은 그렇게 슬럼프를 겪는 사람의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으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스스로에게 숨지 않는 방법을 친구들의 배려를 통해서 배우게 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방법은 궁극적으로 나를 슬럼프에서 꺼내주지 못한다. 나의 곁에 아무리 좋은 친구들이 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내 문제를 해결할 사람; 즉, 나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시각이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의 모든 해결책도 역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경험으로 깨달았다. 사실, 나는 내가 앞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본 적은 없다. 다만,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일임에도 나 스스로가 나 자신의 의지를 자꾸만 저 밑의 공허 속으로 끌어내린다는 느낌이 나를 슬럼프에 빠지게 한 것이다.


슬럼프는 여러 가지의 형태로 사람에게 나타나지만, 특별히, 나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마음에서도 올 수 있다. 사람은 “나 스스로의 재능을 파악”하고, “목적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또한, “나 스스로의 한계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만 잘 모르고 있어도 인생의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분명히 슬럼프는 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슬럼프가 언제 오느냐는 그 사람이 언제 자신이 가치를 매긴 그것으로부터의 진정한 실패를 경험하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진정한 실패”의 의미는 각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많은 돈을 날리는 것이 진정한 실패일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명성과 인기를 잃어버리는 것이 진정한 실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진정한 실패는 그런 것과는 조금 달랐다.


나에게 슬럼프는 바로 내가 지금껏 믿어왔던 나 스스로가 가진 그 무엇이 모두 다 헛된 것, 또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었구나를 깨닫는 순간... 즉, 나는 그저 한 사람의 또 다른 인간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깨닫는 순간에 찾아왔다. 나는 그 순간을 “내가 가진 모든 것이 힘을 잃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말 그대로 어깨로부터 시작하여 온몸의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현실 감각이 없어지고, 그냥 하루가 지나간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은 하고 있지만, 행동이 없다. 전혀 행동할 수 없다. 나는 그저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며, 내가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져서 환경의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사는 장소도 바꾸었다. 아버지가 계시는 시골로 내려가서, 밥 먹고, 자고, 일어나서 부모님의 일을 조금 돕고,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그러나, 이런 깊은 슬럼프의 구덩이가 나에게 요구했던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바로 나의 마음에 존재했던 쓸데 없는 것들을 가려내어서 버리는 작업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당시에 은퇴하신 지가 7년째 되셨고 시골에서 집과 하우스를 짓고 농사를 지으며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지내신다. 그곳에서 나는 몇 개월 간, 부모님의 밭일과 집안일을 도왔고, 어머니께서 자연에서 막 수확한 건강한 채소와 과일로 해주시는 밥을 먹으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


나는 모든 인스턴트식품을 끊었고, 야식을 끊었으며, 깨끗한 물을 마셨다. 그리고,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저녁 10시에 잠을 자는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나에게 매일마다 주시는 할 일을 시간을 정해서 꾸준히 했다.


3개월을 그렇게 살면서 나의 하루의 생활이 지극히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자, 내 생각과 마음에서도 어느 정도의 현실성이 없는 것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나의 이기심과 욕심을 어느 정도 몰아내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갈 무렵, 나에게 뚜렷하게 보이는 몇 가지의 것들이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내가 가장 잘하는 두 가지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내가 다시 선택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내가 선택한 그 일과 목표가 나의 사명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인지?'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새롭게 계획을 짜 보았고, 그대로 실천했다. 내가 다시 일어나기로 마음먹었을 때의 마음은 20대의 열정만 넘쳤던 때의 마음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자기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과 헛됨을 깨닫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가지는 순간, 슬럼프는 아주 빠르게 극복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내가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스스로 다시 일어서려는 힘을 낼 수는 없었다. 무언가 내 속의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잘 안되었다. 그렇다고, 외부적인 요인이 그러한 힘을 줄 수 있는가? 그것은 오히려 더 힘들다. 그럴 때에 나는 내 속의 이기심에 기초한 수많은 것들을 버렸다.


돌이켜 보면, 나의 슬럼프의 기간은 내 속에 가득 들어있던 것들을 하나씩 버리는 작업; 그러니까,

나의 잘못된 인생의 목적을 수정하고, 나에게 주어진 사명을 발견하기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나의 필수적인 “타임아웃”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버리다 보니, 내가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끝까지 남아 있는 그 몇 가지의 버릴 수 없는 것들이 나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것이 되었던 것이다.


내가 나의 목표를 진정으로 온전하게 잘 이루기 위하여 가장 필요한 것은 나의 내면을 정리하는 것이었으며, 여러 가지 일들과 걱정으로 복잡하게 얽힌 나의 일상을 전부 다 갈아엎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나의 내면을 정리하는 방법을 슬럼프를 통하여 배웠다.


언젠가 나는 온라인 영어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나의 태블릿 PC가 먹통이 되는 상황을 경험했었다. 비디오와 오디오를 사용하여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온라인 수업의 특성상, 전혀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고, 어찌어찌하여 학생 분과 키보드로 채팅을 하면서 수업을 잘 마쳤고 다행히 반응도 좋았다.


수업을 마치고, 나는 갑자기 먹통(벽돌)이 되어버린 나의 태블릿 PC를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다시 작동시킬 방법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되었고, 결국, 여러 버튼을 동시에 눌러서 재부팅을 시키는 방법을 알아내었는데, 기기를 재부팅하자 언제 먹통이 되었냐는 듯이 멀쩡하게 잘 되는 것이었다.


나는 슬럼프의 시간도 갑자기 먹통이 되어버린 나의 태블릿 PC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극한의 슬럼프는 내가 스스로 생각한 나 자신의 능력과 실제 내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 사이의 부조리를 견디다 못한 나의 마음이 스스로를 먹통 시켜버린 것이었다.


슬럼프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는지는 단지 자기 스스로가 얼마나 빨리 자신의 부족함과 스스로에 대하여 지금껏 가지고 있었던 잘못된 생각을 깨닫는가 그렇지 못한가에 달려있을 뿐이다. 그리고, 슬럼프는 자기 자신의 껍데기를 벗어내는 순간에 극복되는 것이다.


물론, 인생을 살면서 여러 번의 슬럼프가 올 것이다. 그때마다 나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바로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사명감을 생각하며, 나의 마음속으로부터 쓸모없는 것들을 버리는 작업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다.


성공은 나의 삶의 최종적인 목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슬럼프는 바로 그 최종적인 목적으로 나를 한발 더 다가가게 하는 신의 선물이기도 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지금 슬럼프를 겪고 계시다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여러분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겸손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찾아내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힘내시기를 바란다. 터널은 그렇게 길지 않다.




To the next episode..



#슬럼프

#극복

#성공

#내려놓기

#사명



2024년 여러분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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