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8
'철컹.. 철컹.. 철컹.. 철컹..'
'드드르륵..'
'저기.. 삶은 달걀이랑 사이다 하나 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달걀 안에 소금은 있죠?'
'네, 들어 있어요.'
'여기 돈이요.'
'감사합니다.'
'엄마, 아까 기차타기 전에 우동 한 그릇 먹었잖아? 왜 또 먹어?'
'원래, 기차타면 삶은 달걀이랑 사이다는 먹어줘야 돼.'
'철컹... 철컹................슉...슉...슉...슉...'
지금 나는 KTX에 앉아 있다.
어디 가냐고?
명절에는 역시 기차타고 부모님을 뵈러 가는게 국룰 아닌가?
나는 항상 기차역의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향수를 느끼곤 한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자주 부산의 외할머니댁으로 기차를 타고 놀러가던 때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때 기차역에만 가면, 왠지 가슴이 뛰고, 즐거웠다.
그리고, 기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면서 어머니가 사주시던 우동과 깁밥도 기억난다.
'그.. 그.. 기차역 우동 브랜드 이름이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네.. ㅎ'
'그, 뭔가 개국적이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할 것 같은 이름이었는데..'
'맞다! 홍익회!'
'휴, 이걸 알고 있다니. 나는 아재가 맞나보네.'
내가 기차를 많이 타지 않게 된 언젠가부터 기차역의 우동과 김밤, 그리고 홍익회는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렇게 홍익회는 기차역에서조차 사라졌다.
요즘 KTX를 타보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식당 칸을 운영하지 않는다.
그 대신 객실을 나오면 객실과 객실을 이어주는 연결 공간에 화장실도 있고 밴딩머신도 있어서 몇가지 과자와 음료수를 구입할 수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기차를 많이 타본 나로써는 역 플랫폼에서 더이상 우동과 김밥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꽤 아쉽게 느껴진다. 아마도 어머니와의 추억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몇 개 남지 않은 연결고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달라진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기차의 숨소리도 달라졌다.
옛날 엄마와 함께 탔던 무궁화호, 새마을호는 모두 '철컹.. 철컹.. 철컹.. 철컹..'이라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 지금 KTX는 그냥 '슉.. 슉.. 슉..' 소리 밖에 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발전된 기술과 현재의 모든 상황들이 낭만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조용히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던 기차칸의 다정함은 상대방을 위한 매너라는 이름 아래에서 점점 더 차갑게 식었고, 이제는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가 모두의 입을 막아버려서 옆자리 사람과 서로 눈으로 대화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또한, 바깥 풍경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뭘 볼 수도 없다.
기차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일상의 낭만이 사라지는 속도도 빨라진 것이다.
지금은 그런 기차의 낭만은 관광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몇 개의 열차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세상이 좋아진 만큼 경험할 수 있는 낭만은 추억에만 존재하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슬프기도 하다.
나는 기차에 앉아서 잠시 눈을 감아본다.
그리고 조용하게 소리를 내본다.
'철컹.. 철컹.. 철컹.. 철컹..'
To the next episode..
#기차여행
#홍익회
#우동과깁밥
#플랫폼
#엄마와의추억
Q: 여러분은 어린 시절 기차에 얽힌 추억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