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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an 18. 2024

할머니의 기일과 나의 생일

EP 09

할머니.. 감사합니다

'생일 축하해!'

'감사합니다!'



1월 22일은 내 생일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어머니가 해주시는 제대로 된 미역국을 한 번도 먹지 못하다가 이번에는 미역국을 내가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또 다른 분으로부터 얻어먹을 수 있음을 인하여 감사드린다.


그리고, 1월 22일은 돌아가신 나의 친할머니의 기일이기도 하다.

할머니는 1920년에 태어나셔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 한국전쟁 등 대한민국의 지난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재난들을 모두 겪으셨고, 또한 살아남으셨으며, 정확하게 97년의 삶을 끝으로 지난 2017년 1월 22일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은 그 당시의 세대가 거의 그랬듯이, 할머니께서는 항상 양력이 아니라 음력으로 생신을 기념하셨었는데, 2017년 1월 22일은 할머니의 음력 생신인 12월 25일이었다.


그러니까, 2017년 1월 22일은 나의 생일이면서, 할머니의 음력 생신이기도 하며, 또한 할머니의 기일도 되는 것이다.


나는 15살 때 아버지를 따라서 해외유학을 떠나게 되었는데, 당시의 집안 사정때문에 아버지가 나보다 2년 정도 먼저 출국하셨어야했었고 나의 친어머니는 그때를 기준으로 이미 1년 전에 돌아가셨었기 때문에, 나는 유학을 가기 전 약 2년 동안을 처음에는 외갓집에서 지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 외갓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의 학교로 다시 전학을 가게 되었고, 출국하기 전까지 몇 개월 동안 그곳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었다.


그 당시 벌써 70세가 넘으셨던 할머니는 손자인 나를 위하여 매일 밥을 차려주시고, 돌봐주셨으며, 아플 때는 새벽까지 간호해 주셨던 것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또한, 설날이 되어 할머니가 끓여주셨던 떡국을 맛있게 먹었던 것도 기억한다.


당시, 그렇게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지냈던 7개월은 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많이 남겨주었고, 지금도 나의 인생의 황금기 중에 하나로 기억된다.


올해 1월 22일도 역시 내 생일이면서 할머니의 기일이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며 서로 축복을 빌어주는 연초에, 그리고 또 내 생일에, 온갖 역사의 모진 풍파를 이겨내며 나라는 인간을 존재하게 해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깊은 감사를 드린다.




To the next episode..



#년초

#생일

#할머니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Q: 여러분은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기억에 남는 추억, 그리고 감사한 추억이 무엇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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