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1
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아니, 더 명확하게는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강이지는.. 음.. 그냥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더 옳을 것 같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동물을 키우기를 소망해도, 나의 부모님은 그것을 절대 반대하셨다.
왜 그러셨을까?
내가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랐을 그 당시가 초등학생 때였고, 그렇게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나에게도 부담이 되지도 않았을 때인데 말이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 깊은 뜻이 있겠지..... 만, 아무래도 그냥 부모님이 강아지 키우는 것을 싫어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고양이는 좋아하고 키워도 봤지만, 강아지는 그냥 보는 것만을 좋아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한 여름날의 일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기독교인이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도 주말마다 교회에 갔었는데, 당시,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던 나는 교회의 어느 고학년 형을 따라서 몰래 예배 시간에 교회를 빠져나왔다.
당시, 어렸던 나는 “탐험”이라는 단어의 개념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형이 나에게 탐험을 가자고 해서, 무언가 텔레비전 만화에서 주인공이 말하는 단어처럼 들리기도 하고, 또한, 아마존의 밀림을 헤쳐나가며 사람이 한 번도 발을 들이지 못했던 곳을 가보는 나 자신을 상상하며, 마음이 들떠서 따라나섰던 것이다.
지금이야 교회 주변의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높은 빌딩들과 아파트들로 가득 찬 도시가 되어 버렸지만,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당시만 해도 아파트는커녕 그냥 시냇물이 흐르고, 수풀이 가득한 논과 밭이었다.
나는 그 형의 인도(?)를 따라서 교회 뒤편으로 흐르는 시냇물을 거슬러 상류로 갔다. 사실, 그 형은 그전에도 몇 번씩이나 나에게 이 시냇가를 따라 상류로 가면, 깨끗하고 멋진(?) 폭포가 있다고 자랑하며 알려주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이 그 멋진 폭포를 구경하는 날이었다. 마음 한편에는 내가 전혀 모르는 길을 교회에서 그냥 얼굴만 아는 초등학교 6학년 형의 인도를 따라간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그런 걱정보다는 그냥 멋진 폭포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컸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수풀을 헤치고 걸었던 것 같다. 한참을 가다 보니, 저기 조금 멀리에서부터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대감에 부풀어 그 형에게 이제 다 온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그 형도 나에게 그 멋진 장면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자신 있게 다 왔다고 말해 주었다.
드디어 그 멋진 폭포를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 그 형은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꽤 멋지게 생긴 조그만 폭포가 꽤 높이가 있어 보이는 절벽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폭포 아래에는 웬 코가 빨개진 아저씨들 대여섯 명이 웃통을 벗고 모여서 웅성대고 있었다.
뭔가 싸한 느낌과 함께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 형과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상류를 향해 걸어가는 척했다. 그리고,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를 보려고 머리를 돌리는 순간, 나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 아저씨들은 더운 여름날에 모닥불을 피워두고 있었는데, 한 손에는 술병을, 다른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었고, 그들의 몽둥이 앞에는 형채를 알 수 없는 크고 시커먼 물체가 두 개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형과 나는 순간 그 물체가 무엇인지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물체의 정체를 파악하는 순간 우리는 아무 말도 못 했고, 내 옆의 형은 아예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그 두 개의 물체는 다름 아닌 두 마리의 개였다.
그 아저씨들은 당시에 그 폭포 주변의 땅을 개발하여 아파트를 짓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점심때가 다 되어가자 주변에 미리 봐두었던 개 두 마리를 한여름의 삼복더위에 몸보신 삼아서 잡아먹으려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고 불속에 집어넣어 새까맣게 구운 것이다.
나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바로 자리에 엎드려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고, 그 아저씨들은 우리가 조금 멀리서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러자, 나를 데리고 온 형은 내 손을 잡고 재빨리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내 손을 잡은 그 형의 손이 마구 떨렸다.
내가 본 장면은 당시 아직 10년도 살지 않았던 나의 인생의 최악의 광경이었으며, 가장 잔인한 광경이었다. 당시 나는 텔레비전을 거의 시청하지 않았으며, 부모님은 나에게 학교에 다녀와서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만화영화 방영시간과 일요일 오전 8시 만화동산 방영시간, 그리고 토요일 저녁의 주말의 명화 시간에만 텔레비전 시청을 허락하셨기 때문에, 텔레비전에서도 전혀 못 본 종류의 장면이었다.
우리가 다시 뒤를 돌아 폭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을 무렵, 그 코가 빨간 아저씨들은 그렇게 축 늘어져 있는 개들을 절벽 사이의 빈 틈에 막대기를 사용해서 걸고, 몽둥이로 더 때리기 시작했다.
퍽! 퍽! 퍽!
나를 데려갔던 그 형은 나보다도 더 충격을 받았는지, 몽둥이 소리가 날 때마다 움찔거렸다. 시냇가를 따라 내려오는 도중에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방금 전의 모습에 둘 다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교회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 그 형과 내 눈에서는 눈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교회로 들어가기 전, 그 형은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오늘 본 것들은 기억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나를 달래듯이 말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바로 그 일이 큰 트라우마로 남아서 오랫동안 개를 무서워하며 멀리하는 원인이 되었다. 아니, 무서워한다기보다는... 길거리에서 개들을 보면, 자꾸 아저씨들의 몽둥이에 두드려 맞은 피투성이의 시커먼 개가 떠올라서 너무 마음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어릴 때 내가 봤던 그 장면은 잊히지가 않는다.
동물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나에게는 하나 더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트라우마
#개를 무서워하는 이유
#90년대
#어른들
#어릴 적 이야기
Q: 여러분은 고양이를 좋아하나요? 강아지를 좋아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