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을 하나 집었다. 뒤돌아서니 욕심이 나서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새로 집어 든 사탕을 만져보니 아까 집었던 사탕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훨씬 더 컸다. 껍질 위로 잘 더듬어 보니, 이게 웬걸, 사탕 알이 2개가 들어있는 것이다. 노른자가 2개 들어있는 쌍알을 발견한 것 같았다.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한 것 마냥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사탕을 잘 살펴보니 껍질 한쪽에 구멍이 나있었다. 한 개의 포장 껍질 안에 사탕이 실수로 2개가 들어갔으니, 그 압력을 못 이겨서 한쪽이 뜯어진 것이었다. 뜯어진 구멍 사이로 살짝 보이는 사탕에는 뭔가 먼지가 많이 묻어있는 것 같았다. 그렇겠지. 공장에서 생산되고 수많은 곳을 거쳐 내가 집었을 텐데(심지어 요가 선생님이 인도에서 사 오신 캔디를 내가 요가센터에서 집었다.) 많은 곳에서 안 좋은 게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먹는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니까 또 아쉬웠다. 사탕 2알을 발견해서 잠깐 행복했는데, 그걸 먹지 못한다는 사실에 내가 쓸모없는 걸 발견했구나 싶었다. 금세 안타까운 감정이 나를 찾아왔다.
금방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구멍을 발견하지 않고 그냥 먹었으면 탈이 났을 수도 있겠다 싶다. 잘 발견했다 싶기도 하고. 그러니까 다행이란 감정이 또 나를 찾아오더라. 욕심과 행복, 실망과 다행이란 감정들이 짧은 찰나에 나를 찾아와서 지나갔다.
비록 사탕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많은 것들이 이렇다. 욕심으로 인해 거머쥐고 움켜쥐어 그게 행복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비눗방울처럼 날라 가기도, 먹어보니 앙꼬 없는 찐빵일 때도, 열어보니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공갈빵일 때도 있다. 작지만 귀하고 소중한 것도 있고, 하나지만 크고 영롱한 것도 있다.
출근길에 이 글을 쓰면서 지하철을 잘못 내렸다. 걸어가면서 뭔가 이상한데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삼각지였다. 한강진에서 버스로 갈아타려고 했는데, 한강진을 삼각지로 잘못 듣고 내린 것이다. 그런데 삼각지에서도 강남 가는 길은 있다. 어찌 보면 지하철이라 더 빠를 수도. 사당을 거쳐 출근시간 내에 맞춰 회사 앞에 잘 도착했다.
행운인 줄 알았는데 그게 꽝인 경우도. 꽝인 줄 알았는데 당첨일 때도 있다. 너무 욕심내지 않는 것이 포인트일까? 아니면 긍정적인 생각이 포인트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스토리가 나에게 주는 교훈은 나쁜 마음이 나에게 들어온다 하더라도 휘둘리지 않게, 따라가지 않게 나를 잘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욕심이 나에게로 들어왔고, 그다음에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내게 왔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생각을 살짝 전환해서 다행이라는 감정으로 바꿀 수 있었다. 많은 것에 실망하고 기분 상할 수 있지만, 그것에 휘둘리지 말자.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분명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무조건 긍정적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부정적 감정에 따라가지 말고, 나의 중심을 세워보자. 그리고 흘려보내자. 곧 그 감정들은 나를 지나갈 테고 새로운 생각들이 나를 가득 채울 것이다. 그렇게 나를 잘 다듬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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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폴리
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5년 차 직장인입니다. 궁금한 점 및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더 많은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개인 인스타그램 또는 이메일 (karis86@gmail.com)로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