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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May 26. 2019

미세먼지 없는 날

좋은 날씨라는 조건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

문득 하늘을 보았다. 요즘 참 맑다. 초록이 물든 계절에 파란 배경이 참 보기 좋다. 바람은 살랑살랑 곁에 와있다가 물러간다. 날씨가 참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저 멀리까지 선명하게 잘 보이는 것을 보니 미세먼지도 낮음인 것 같다.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는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게 딱이다.


행복하다. 좋은 날씨라는 조건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니. 이렇게 미세먼지가 없고 청량한 날이 일 년 중 며칠이나 될까. 나는 개인적으로는 봄보다 선선함과 청량감이 조금 더 느껴지는 가을을 더 좋아하는데, 마치 오늘은 봄이라기보다 가을 같다. 봄에 있는데 가을을 느낀다.



매일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내일도 이랬으면 좋겠다. 한 달 내내 이런 날씨 격하게 환영이다. 마치 밴쿠버나 캘리포니아 같은 느낌의 햇살과 공기. 멀리 있는 풍경들도 선명하게 보이는 시야. 예쁘게 하늘을 물들이는 맑은 노을까지. 우리나라도 이런 날이 많았을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조금 아쉽다. 아니 많이 아쉽다. 많은 날 하늘은 뿌옅고, 매일 아침 나가기 전 미세먼지를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다. 좋은 날씨를 잃어버린 기분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인가, 우리나라 내에서의 환경오염 문제일까? 뭐가 문제인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새파란 하늘과 멀리까지 잘 보이는 선명한 날은 일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미세먼지 타령을 시작한 건 사실 몇 년 되지 않는다. 갑자기 찾아온 미세먼지 이슈. 좋은 날씨를 상당 부분 미세먼지에게 빼앗겨버렸다. 


그렇다고 훌쩍 다른 나라로 가버릴 수도 없다. 여기가 내 나라인데. 내가 살던 곳인데. 그냥 살아야 할까? 내가 이 날씨를 지키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나 하나 조금 바뀐다고 미세먼지가 없어질까? 저기 중국, 또는 우리나라 공장, 아니면 굴러다니는 수많은 자동차들이 매연을 계속 내뿜으면 바뀌는 것은 없는 게 아닐까? 그래도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여러 질문들을 내게 던져본다.


그래도 지금 좋다. 요 며칠 좀 더 좋았으면 좋겠다. 이제 곧 여름이 온다. 많은 것 바라지 않는다. 선명한 여름에 맑은 공기 마시며 물놀이하고 싶다. 마스크 쓰고 다니지 않길 바란다. 맑은 하늘 수영장이 함께 있는 한강에서 요가하고 땀 흠뻑 내고 싶다. 올여름은 그랬으면 좋겠다. 미세먼지 없는 하늘, 좋은 날씨와 함께 하고 싶다. 그래도 언젠가는 파란 하늘이 다시 일상인 우리의 하늘을 바라본다. 나중에는 뭐 좋은 기술이 나와서... 하늘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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