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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Jun 23. 2019

브런치에 쓴 글이 내 첫 책이 되었다

내 첫 요가 책을 서울국제도서전 브런치 작가의 서랍전에서 만나다

지난달 브런치팀에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브런치와 서울국제도서전이 브런치 작가를 대상으로 POD북(종이책)을 만들어주는 이벤트 공지였다. 책에 담고 싶은 글의 주제와 10편 이상의 글이 담긴 브런치 매거진 주소를 댓글로 남기면, 신청자 중 20명을 뽑아 책을 만들어주는 행사다.


https://brunch.co.kr/@brunch/157


서울국제도서전 주최 측에서 응모 댓글과 매거진 글을 읽고 독창성, 완성도, 문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당선작을 선정한다. 당첨이 되면 신청한 매거진 글이 담긴 워드 파일이 메일로 온다. 그러면 그걸 내가 직접 수정해서 원고를 서울 국제도서전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에 전달하고, 일관된 가이드에 의해 책이 제작된다. 최종으로 6월 말 서울국제도서전 행사 기간에 브런치 부스에 방문해서 책을 수령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래와 같이 댓글로 이벤트에 참여했다.


□ 책에 담고 싶은 글의 주제 :

저는 ‘요가하는 남자’를 주제로 제 생각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나누고 싶습니다.

최근 요가에 관심을 갖는 남자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센터를 찾으시는 남자분들도 꽤 많아진 것 같고, 요가하는 남자분들을 SNS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브라더'와 '요가'를 결합한 '브로가'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했죠. 이렇게 남자 요가인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요가는 한국에서 여자들이 주로 하는 운동으로 고정관념이 남아있습니다. 요가 수업을 듣다 보면 남자가 저 혼자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면 왠지 모르게 괜히 살짝 위축이 됩니다.

제가 요가를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지났는데요. 막상 해보니까 신체적, 정신적으로 좋은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종종 뵙게 되는 다른 남자분들도 요가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유연성과 근력을 함께 기를 수 있어서 신체 건강 유지에 크게 도움이 되었고, 요가를 하는 시간 동안 제 자신에게 관심을 온전히 가져줄 수 있어서 마음의 여유까지 챙길 수 있었어요. 이렇게 몸과 마음에 모두 이로운 요가, 고정관념 때문에 남자들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 현실이 저는 좀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가하는 남자’ 매거진에 제 생각을 나누고 있습니다. 남자가 요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남자분들이 요가를 시작하고, 여자분들도 남자 요가를 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요가에 대한 제 경험, 초보자로서의 시선, 남자 요가 수련자로서의 시선 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과 함께하는 POD북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이런 이야기를 꼭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실 당첨자 발표날을 괜히 기다렸었다. 왠지 선정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총 100명이 넘게 지원을 했는데 20명을 뽑으니까, 당첨 확률은 20%, 즉 5분의 1이다. 5명 중 1명 안에 혹시라도 들 수 있지 않을까? 진짜 출판을 해주는 거면 훨씬 더 좋겠지만, 그래도 POD북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큰 지원이고 응원이자 선물이다. 정말 선정되고 싶었다. 그래서 발표날을 그렇게 기다렸나 보다.


발표날 당일, 당첨자 된 작가에게 이메일로 개별 연락이 온다고 했기에, 자꾸만 메일함을 들여다본다. 메일이 언제 올까, 내가 과연 당첨이 될까, 떨어질까 등등 여러 생각을 하며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니 하루가 거의 저물고 말았다. 결국 퇴근 시간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고, 약간 실망한 채로 퇴근하는 길에 올랐다. 만원 버스 내 정신없는 도중 주머니에 진동이 온 것 같았다. 앗, 뭐지? 메일함을 클릭했더니! 두둥! "서울국제도서전과 함께하는 POD북 이벤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이라는 제목의 메일이 도착한 것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당첨의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나만을 위한 책을 만들어준다니.



원고를 수정하다 보니 생각보다 내가 글을 대강 썼구나 싶었다. 글마다 존댓말, 반말의 톤도 다 다르고, 맞춤법과 문장 구조 등들도 고칠 점들이 너무 많았다. 수정하는 기간 동안 서점도 여러 번 가서 다양한 에세이 책들을 보며 내 글을 어떻게 고칠까 참고했다. 원고의 가이드인 100장 내로 원고를 맞추려니까 생각보다 힘들었다.

평소에 내가 글을 많이 썼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내가 쓴 요가 관련 글이 사진을 모두 빼고도 200페이지 정도였다. 수정을 모두 마친 후에도 10편 가까이 되는 글을 지우고 나서야 분량 가이드에 맞출 수 있었다. 그 글들을 빼면서도 너무 아쉬웠지만 나중에 실제 출판을 대비한다고 생각하고 보내주기로 결심했다. 원고 수정을 모두 마치고 메일을 보내 놓고도 잘 갔는지 한 두 번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고 뿌듯했다. 원고를 넘긴 작가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드디어 서울국제도서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친구와 함께 토요일 아침에 가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행사가 열리는 코엑스로 향했다. 이벤트 당첨자에게는 서울국제도서전 초대권이 제공되었다. 표를 현장 부스에서 받아 행사장 내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브런치의 '작가의 서랍전' 부스로 향했다. 못 찾아서 한참 헤매다가, 한쪽에 단독으로 꾸며진 브런치 부스를 찾았다.



부스 앞의 스텝 분께 POD북 이벤트에 당첨되었다고 말씀을 드리니 친절하게 한쪽으로 안내해 주셨다. 브런치 작가명을 이야기하자 노오랑 책을 2권 꺼내어주셨다. 아, 이게 내 첫 책인가. '요가하는 남자, 김민석'이라고 표지에 써져 있었다. 브런치 서울국제도서전 로고가 박힌 예쁜 책이었다. 받아 들고 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게 내가 매주 썼던 글로 꾸며진 첫 책인가. 온라인에는 매주 글을 올렸지만, 이렇게 책의 형태로 지류의 형태로 내 작품이 뽑힌 것을 보니 신기했다. 같이 간 친구도 축하한다며 연신 함께 좋아해 주었다. 책이 너무 얇은 느낌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책처럼 보여서 다행이었다.



정식 출판은 아니었지만 이내 뿌듯해하며 사진을 여러 번 찍었다. 내 요가 책이다. 매주 글쓰기를 시작하며 꿈꿨던 내 책이 현실이 되었다. 브런치에 글쓰기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이제야 정신 차리고 부스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넓지는 않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여러 개의 주어진 키워드 중 본인이 관심 있는 키워드를 고르면, QR코드가 내부에 있는 책 모양의 케이스를 보여준다.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읽어 관련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메인 경험이었다. 브런치를 통해 실제 판매하는 책으로 만들어진 도서들도 전시가 되어있었다. 나도 곧 저렇게 만들어야지 마음먹었다. 신경 많이 썼네.



집에 와서 어머니께 내 첫 책이라며 읽어보라고 건넸다. 어머니께서는 책을 읽으시면서 "이거 너무 공감 간다, 재미있다, 이거 너무 웃겨" 등 박장대소하시며 피드백을 주셨다. 내가 하나하나 어머니께 이야기하지 못했던 감정들과 사건들을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전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이것도 하나의 소통방식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쓴 글들과 앞으로 쓸 글들을 잘 정리해서 내 책도 진짜 팔리는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아니 만들어 볼 테다. 최근에 글 쓰는 게 더 고통처럼 느껴지고, 일주일에 한 번 쓰는 글도 대강 쓰고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마음을 바로 세우고 용기를 내야겠다. 요가도 더 열심히 하고, 글도 열심히 쓰도록 나를 움직여야지. 그래서 POD북 이벤트 지원 댓글에 썼듯이 남자가 요가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게 될 수 있도록 세상을 움직일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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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5년 차 직장인입니다. 궁금한 점 및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면, 더 많은 일상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개인 인스타그램 또는 이메일 (karis86@gmail.com)로 언제든지 편하게 문의 부탁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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