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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Jan 01. 2020

서른다섯을 맞이하는 미혼남의 속마음

시간의 빠름, 그리고 연애와 사랑에 대하여

빠르다.
삶이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는 기분이다.
근데 뭐 그래도 괜찮다.
근데 또 조금 허전할 때가 있다


흘러갈 때는 천천히 지나갔는데, 지나고 나니 초스피드였다. 스무 살 대학 신입생 시절이 그랬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해 마음앓이를 했을 때가 그랬다. 군대에 입대하고 부대에 배치되었을 때가 그랬고, 제대하고 외국에 가서 어학연수했을 때가 그랬다. 편입 준비를 했을 때가 그랬고, 오랜 휴학을 마치고 다시 복학했을 때가 그랬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다시 입학했을 때가 그랬고,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연수를 받았을 때가 그랬다. 이십 대 중반이 눈에 선한데 삼십 대 중반이다 벌써. 서른 살 까지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힘들었을 때의 시간은 특히 더 천천히 흘러가는 듯했다. 그때는 그 힘듬이 조금 더 빠르게 지나가서 편해졌으면 했었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 와서 뒤돌아보니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빠르게 지나가길 바래서 뒤늦게 시간이 더 빨라진 것일까?


나는 서른다섯을 맞이하고 있다. 서른이 넘어가면서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볼 때면 너무 빠른 속도로 삶이 옮겨져 있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이렇게 시간이 빨라졌는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빨라질까? 그렇다고 이 빨라진 시간이 무작정 싫지는 않다. 딱히 반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거라면, 그냥 자연의 생리 같은 거라면 주저 없이 받아들이겠다. 어느 순간부터 내 시간에 가속이 붙었고, 그 가속들은 흘러 흘러 내 삶을 지금에 이르기까지 조형했다. 빨라진 시간이 나쁘지 않듯이, 그 시간이 만든 나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 어느 순간부터, 아마도 군대에 다녀와서부터 꽤나 목표 지향적인 사람으로 살았다. 앞에 목표가 확실히 정해져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열심히 노력해서 그 목표를 쟁취하고자 했다. 노력했다. 치열할 땐 정말 꽤나 많이. 실패도 분명 많았고 아픔도 있었지만, 없었다면 미래의 성취에 지장이 있었을 실패였고, 꼭 필요한 아픔이었다. 다 갖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성취한 것보다 더 큰 세상과 세계가 존재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과욕보다는 감사를 택했다.


큰 우여곡절 없이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진학을 하고, 여차저차 회사에 와서 어느덧 5년이 지났다. 신입사원이었는데 금방 대리 몇 년 차가 되었다. 광고회사에서 이리저리 구르다보니 멋있는 일부터 아주 짜친(멋있지 않은) 일까지 다양한 스콥의 경험을 해보았다. 인생에서의 큰 목표들 중 내 힘으로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그리고 지금의 내 시절 근처에 있는 목표들은 넘어선 단계다. 더 큰 목표와 목적지는 있지만 지금 당장 내가 바라본다고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은 아니기에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한다. 그래서 사회 속 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이다. 너무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을 정도로, 어느 순간 필요할 때 다시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이 자리에 대놓고 안분지족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긴장을 하긴 해야겠지만, 다가오는 서른다섯은 불안하지만 만족스러운 편이다. 나름 부족함도 많지만 만족에 가까움을 느낀다. 과거로 되돌아가라고 하면 언제로 되돌아갈까 몇 번을 생각해보다가, 가야 한다면 가긴 가겠지만, 지금도 나쁘진 않아의 결론을 낸다.



서른넷까지는 삼십 대 초반이었는데 이제는 삼십 대 중반이다. 만족한다고 했지만, 또 불안하기도 하다. 반올림하면 큰일 날 것만 같은 나이지 않은가. 이 정도 먹었는데 아직 철이 든 것 같지는 않다. 천방지축의 끼는 조금 잠잠해졌지만 아직도 부모님 눈에는 애가 아닐까 싶다. 철이 들지 않았지만, 이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만 같은 시기에 와있다. 불안한 경제 속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세상의 이치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여차저차 부동산 공부도 하고, 몇 달 간의 스터디를 통해 큰 그림의 퍼즐을 맞추다 보니 정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뉴스가 종종 재미있게 느껴지니 말 다했지. 어른이 되어가는 것일까?


연애, 사람, 사랑 그리고 안정된 관계


어른이 되어 가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이슈는 연애다. 연애인지, 사람인지, 사랑인지 그 언저리의 것이 내 불안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 많은 것들이 안정되어 있는데 불안하다. 마음이 허하다고 할까? 외로운 걸까? 단순히 외롭다고 하는 것은 내 감정을 확실히 표현하지 못한다. 인간의 외로움인가? 이제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과는 또 다른 외로움을 구분할 나이가 되었다. 인간은 누군가 곁에 있어도 개인이 견뎌야 할 원초적 외로움을 가지고 있음을 알기에 거기에 크게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누가 곁에 없어서 외로운 건 또 아니다. 누구를 만나고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 옆에 누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외로움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나이를 먹는 동안 어느 정도 사람을 만나보며 느낀 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구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사귀는 것은 더 쉽지 않다. 어렸을 때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만나도 크게 부담이 없었는데, 이제는 자꾸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같이 나와 걸어갈 사람, 내일모레만 걸어가는 게 아니라 평생을 걸어가면 좋을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마음도 머리도 더 고민하게 된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 그리고 나와 잘 맞는 사람, 외형적으로도 내면적으로도. 다 바라는 건 욕심인 걸까?


아직 안 급해서 그래. 친구들이 이야기한다. 진짜 그런 걸까?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이 아닐 때도 있었다.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만나면서 내 마음이 무거운 적이 있었다. 무거운 풍선인가 보다. 내 마음이 허공에 떠있다. 부유한다. 나는 그 마음을 가라앉혀서 안정시키고 싶은데 그만큼의 무게로 좋아하지 못하고 있었나 보다. 더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그건 내 마음에 솔직하지 못하는 것이다. 외롭다고 그냥 만나볼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이 움직이는 시기를 기다리려고 조금 더 스스로 외로워지길 택한다. 큰 아쉬움을 가지고 선택을 내린다. 조금은 이기적이라도 미안해하면서 그냥 떠나보낸다.


결국은 안정된 관계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 서로가 이어져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관계. 서로 힘든 일이 있어도 같이 의지할 수 있는 관계. 마음에 불편함 없이 서로가 행복한 관계 말이다. 너무 꿈같은 생각일까? 실제는 그렇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에 가까운 관계를 원한다. 처음에는 그렇다고 생각해도 나중에 만나다 보면 환상이 깨질 수 도 있겠지. 그래도 그게 사랑이고 관계일 것이다.


결혼이 급한 건 아니다. 결혼은 나중에 해도 상관없다. 대신 평생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마음이 드는, 함께 걸어가면서 아끼고 배려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다. 그 관계가 바탕이 되어 있다면 힘든 일이 있더라도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관계에 대해 인상 깊은 이야기가 있다. 유희열 씨가 와이프와 연애하는 당시에 집에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와이프가 속사정을 다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그녀가 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멋있다고 느꼈다. "내가 행복해지려고 오빠를 만나는 게 아니라 불행해도 오빠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참 유희열 씨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받혀주는 강력한 본딩이 있는 관계가 참 부럽고, 나도 원한다. 그런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 이것저것 재는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이 좋으면 이것저것 고민 안 하고 빠지는 내 성향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기대해본다. 큰 기대는 큰 실망을 몰고 올 수도 있지만, 너무 겁내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나를 놓는 거지.


어렸을 때 서른다섯 하면 되게 많은 나이 같았다. 그 나이가 이제 된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다. 그리고 항상 그랬다. 삶에서 선물은 갑자기 찾아오더라. 갑자기 찾아오는 선물을 기대하며, 그때 내가 그 선물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할 것이다.




P.S. 너무 솔직하게 제 심정을 밝힌 듯한 느낌인데요... 혹시나 의견이나 생각이 같이 않아도, 한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이겠거니 하고 좋게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


개인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kimpaulie/


대문 사진 출처 : https://www.needpix.com/photo/download/1497980/sign-miles-per-hour-clouds-sky-35-miles-per-hour-sign-free-pictures-free-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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