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 고쳐보자! 만물상 이미테이션 공진단 만드는 DIY 방법 & 후기
저는 유년시절부터 손발이 찼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점점 나이가 들수록 ‘내 손발은 왜 이렇게 차가울까’라는 생각이 항상 들었습니다. 겨울만 되면 유독 불편했고,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도 역시나 핫팩을 손에, 심지어는 발에까지 달고 살았습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했습니다만,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 나서지는 않았었습니다.
얼마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수족냉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손발이 차다는 주제로 대화가 시작되니, 여러 사람들이 자기도 차다며 누가 누가 더 손이 찬 지 대결하듯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친구 중 한 남자아이가 자기도 손이 매우 찼는데 지금은 정말 따듯해졌다고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며 그의 손을 만져보았습니다.
나도 만져볼래
그 자리에 있던 6명의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그의 손을 만졌습니다. 아 핫팩 같은 따듯한 손, 감동이었습니다. 원래는 그 친구도 수족냉증에, 추위도, 잔병치레도 많았었는데, 25살 때쯤 공진단을 먹고 깨끗이 나았다고 했습니다. 100 환에 400만 원짜리 공진단을 100일 동안 유의사항을 지켜 먹고 난 후에는, 모든 것이 나아졌다고 더 나아가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정말 강력 추천을 하는 것입니다. 여동생과 함께 먹었는데 둘 다 큰 효험을 보았다고 증거 하였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효능이 유지되고 있다고 하니, 정말 부럽 그뤠잇이더라구요.
처음에 400만 원이라는 말을 딱 듣고 '아, 비싸다'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평생 손발이 따듯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아깝지 않겠더라고요. 매일 혈행 개선에 좋다는 영양제도 챙겨 먹고, 운동도 하고, 요가 수련도 하고 있는데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수족냉증,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정말 고치고 싶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그냥 참고 살았을 텐데,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안 좋은 곳은 고치고 살아야 마음 편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을 밤낮 뒤져서 수족냉증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저와 비슷한 증상의 정보들을 대거 발견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부조화, 교감신경 항진 등으로 손발까지 혈액순환이 잘 안되기 때문에 수족냉증을 앓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몸의 음양 균형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기의 순환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승화강이라는 원리로 물의 기운을 위로 올리고, 불의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공진단’이 수족냉증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손발이 찬 사람들이 공진단을 먹고 많이 괜찮아졌다는 후기를 많이 발견하였습니다. '아, 정말 400만 원짜리 공진단을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계속 꾸물꾸물 올라올 때쯤 어떤 콘텐츠를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400만 원이 아닌, 400원으로 만드는 공진단?
이건 뭐지?? 400원짜리 공진단이라니? 알고 보니 TV조선의 꿀팁 프로그램 ‘만물상’에 나온 레시피였습니다. 원래 공진단은 사향, 녹용, 당귀, 산수유가 주요 약재이며, 이 재료들을 가루로 만들고 꿀 등으로 반죽하여 환약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만물상 222회'에서는 차은정 약선 요리 연구가 님께서 원래 공진단 재료보단 떨어지지만, 상성과 효능이 유사하고 저렴한 쥐눈이콩, 검정깨, 당귀, 생강가루를 꿀로 반죽하여 만든 레시피를 소개하여주셨습니다. 이미테이션 공진단이긴 하지만 몸을 따듯하게 해 주고 혈액순환을 돕는 원리는 같다고 하네요. 만물상에 출연하신 한의사 님께서 말씀해주셨어요!
일단, 400만 원의 공진단은 제 마음의 준비가 조금 덜 되었다고 느꼈기에, 400원짜리 공진단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요! 공진단을 만들기 전 실제로 만들어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봤습니다. 공진단을 DIY로 만드는 사람들의 후기를 꽤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만물상의 레시피대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고, 실제 공진단 재료로 만드는 분도 좀 계시더라고요. 또는 실제 공진단의 재료인 사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침향 목향 등으로 만드는 공진단이 있는 걸 알았고, 침향 공진단 또는 침향원, 침향단이라고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어떤 곳에서는 침향 공진단 재료들을 가루로 보내주고 환으로 만드는 키트가 있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일단 만물상 400원 공진단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원래는 약재나 재료들을 직접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야 하지만, 저는 그냥 가루로 만들어진 재료들을 사서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과일, 야채, 곡물, 약초 등의 가루를 전문으로 파는 '가루랑'이라는 사이트가 있더라고요. 레시피의 재료 그대로 쥐눈이콩 가루, 검은깨 가루, 당귀 가루, 생강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실제 레시피에는 유자즙을 사용했지만, 가루랑 사이트에 유자 가루도 팔길래 담았습니다. 그리고 쥐눈이콩 대신 산수유를 쓴다고 했지만, 괜히 뭐 하나 더 사고 싶어서 산수유 가루도 보이길래 담아서 결재했습니다! 6만 5천 원 정도가 가루를 사는데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 앞 마트에서 1만 2천 원짜리 벌꿀, 이마트에서 환을 포장하는 유산지(2천 원)까지 따로 구매하였습니다. 총 7만 9천 원 정도 들었네요. 이제 재료 준비 완료!
저는 15ml 계량스푼을 사용하여 계량했습니다. 원래 레시피에는 쥐눈이콩 5스푼, 검은깨 5스푼, 생강 1스푼, 당귀 1스푼 및 유자즙을 섞은 꿀이 들어갑니다. 저는 유자즙을 섞은 꿀 대신 유자 가루 2스푼을 섞어서 꿀을 사용했습니다. 추가분을 만들 때에는 유자 가루를 꿀에 섞는 과정이 귀찮아서, 그냥 유자 가루를 다른 가루와 함께 섞고 마지막에 꿀을 넣었습니다.
넓은 스테인리스 보울에 재료 가루들을 분량에 맞게 계량하여 넣습니다. 그리고 가루들을 고르게 잘 섞습니다. 검은깨 가루처럼, 약간의 습기를 머금고 있는 가루의 경우 덩어리가 계속 조금씩 남아있어서 잘 부시면서 섞어줘야 합니다. 저는 집에 '채'가 없어서 사용하지 않았는데, 처음에 가루를 넣을 때 '채'에 내려서 섞으면 더 잘 섞인다고 합니다.
가루를 환으로 뭉치기 위해서는 꿀이 필요합니다. 꿀은 환약의 맛을 좋게 하고 방부제 역할까지 합니다. 꿀은 중탕해서 수분을 날린 뒤 사용하면 음식을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중탕할 경우 더 묽어져서 계량 및 반죽 시 더 편하게 공진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중탕한 꿀을 조금씩 가루에 넣고 섞으면서 반죽을 합니다. 총 4~5스푼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만, 너무 질지 않되 양을 조절하여, 찰흙처럼 점성이 알맞게 되도록 계속 치대면서 반죽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반죽하는데 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반죽이 완료된 후에는 숙성시키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반죽된 덩어리를 크린백에 넣어 약 24시간 정도 실온에서 숙성시킵니다. 사실 그냥 만들어 먹어도 되긴 하지만(저는 만들면서 계속 조금씩 먹었어요...), 숙성 단계를 거치면 바로 환으로 만드는 것보다 재료 및 성분의 조화와 흡수가 잘 되고 풍미가 깊어진다고 합니다. 저는 퇴근하고 밤에 작업을 했는데요. 아래 이미지처럼 비닐로 싸서 하루 동안 숙성을 시키고, 다음 날 퇴근 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총 3덩어리를 만들어서 숙성을 시켰어요 : )
이제 드디어 환으로 빚는 단계입니다. 먼저 손쉽게 적정한 크기의 환으로 만들 수 있도록 반죽을 길고 얇게 만듭니다. 공진단은 보통 한 알에 4~5g으로 만든다고 하는데요. 저는 계량기가 집에 없어서, 제가 옛날에 먹어봤던 공진단의 크기를 머릿속에 되살려 비슷하게 만들어보았습니다. 긴 반죽에서 적당량을 조금씩 떼내어 손으로 빙빙 굴리면 어느새 동그란 공진단 환이 완성됩니다. (아래 긴 반죽 이미지의 위, 아래 반죽이 서로 색이 다른데요. 위의 반죽은 산수유를 2스푼 추가한 버전이고, 아래 반죽은 원래 레시피대로 만든 버전입니다.)
완성된 공진단 환, 영롱하지 않나요? 위의 레시피대로 3덩어리를 만들었었는데요. 모두 환으로 빚고 나니 180알 정도가 나왔습니다. 제가 조금 크기를 작게 만든 감이 있는지라, 대강 계산해보면 1덩어리 당 50알 정도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재료값이 7만 9천 원이었으니까, 180알로 나누어보면, 1알 당 440원 정도의 단가가 나오네요. 하지만 검은깨 가루(1만 4천 원가량)만 재구매하면, 다시 200알을 넘게 만들 수 있는 량의 재료가 남긴 했기 때문에, 400원보다 훨씬 더 저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귀, 생강, 산수유, 유자 가루는 조금밖에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남은 재료들은 다음번 제조를 위해 냉장고에 고이 모셔놓았습니다.
드디어 다 만들었습니다. 포장만 하면 공진단 제조 모두 완료! 저는 이마트에서 산 2천 원짜리 유산지(베이킹할 때 사용하는 기름종이)를 구매해서 포장에 사용했습니다. 제가 구매한 유산지는 A4용지 크기여서, 가로 세로 대략 8cm로 컷팅하여 사용했습니다. 잘린 유산지 위에 공진단 1알을 올리고 사탕처럼 말아 포장했습니다.
짠! 드디어 제가 만든 수제 공진단이 완성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귀엽지 않나요? 조그만 통에 여러 개를 가지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사탕인 줄 아시더라고요. 비싼 재료로 공진단을 만드시는 분들은 약효가 날아가지 않도록 금박을 씌우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냥 유산지로만 포장했어요. 저는 부모님께 이대로 20알을 드리긴 했지만, 선물 등을 목적으로 좀 더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시고 싶으실 경우에는 환 포장지와 공진단 청병을 구매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쇼핑몰 또는 오픈마켓 사이트에 '환 포장지'라고 치시면 가로 세로 7cm 크기에 맞게 컷팅이 되어있는 얇은 한지 종이가 1500장에 5천 원 정도 하고요. '공진단 청병'이라고 치시면 100개의 청병이 1~2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구매하실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TV조선 만물상에 소개되었던 공진단 레시피로 직접 공진단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전체적인 과정을 놓고 보면 난이도가 높은 레시피는 아니었습니다만, 생각보다 공수가 많이 드는 작업이었습니다. 가루를 섞는 작업도 정성이 많이 들어가 오래 걸리는 편이었고, 꿀을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을 하는데 좀처럼 잘 뭉쳐지지 않았으며, 가루가 자꾸 보울 바깥으로 튀어서 방이 더럽혀지더라고요. 하지만 다 만들고 포장까지 완료한 공진단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이 느껴졌고, 스스로 만든 이 수제 공진단을 먹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제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저는 이 공진단을 간식처럼 회사에 가지고 다니면서 공복에 먹고 있습니다. '만물상'에서 한의사 분이 하루에 5개까지는 먹어도 된다고 하셔서, 오전에 2개, 저녁 먹기 전에 2개, 밤에 운동하고 1개 정도 섭취하고 있습니다. 먹은 지 2주일 정도가 되었는데,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씩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정도 날씨에도 원래 손발이 차갑게 느껴지고 추워했고, 아직도 저녁 되면 손이 금방 차가워지긴 하지만, 요새는 손 끝에 온기가 살짝 느껴지면서 묘하게 따뜻할 때가 좀 있습니다. 플라시보일까요...?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1차로 만든 공진단 다 먹어보려고요. 상황을 지켜보고 그 후에 더 좋은 약재로 만들어 먹던가, 아니면 올해 가을, 겨울쯤 400만 원짜리 공진단을 먹어볼지 결정하려고 합니다.
제가 손수 제조를 하면서 정리해 보았던 '400원짜리 수제 공진단 DIY 만드는 방법 및 후기'를 통해 원하셨던 정보를 얻어가셨길 바랍니다. 혹시 수족냉증 치료에 대한 노하우 또는 정보가 있으시면 댓글로 공유 부탁드립니다. 큰 감사드리겠습니다!! 언젠가는 제 손발이 따뜻해질 수 있겠죠?
수족냉증 고쳐보자! 만물상 이미테이션 공진단 만드는 DIY 방법 &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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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폴리
광고 회사에서 디지털 마케팅 및
캠페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가와 글쓰기,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기획,
문화 예술 등에 관심이 많은 5년 차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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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진단을 만들면서 참고했던 사이트들입니다. 만물상 공진단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공진단 또는 침향 공진단을 만드시는 포스팅도 있으니 참고하실 수 있도록 링크를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