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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Jun 24. 2018

발리에서 생긴 일 '하루 요가 8시간'

요가하는 남자, 발리에 가다 3편

요가 여행자에게 발리는 여행지를 넘어 수련지이다.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발리의 휴양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오전 10시쯤 슬그머니 일어나서 바다를 보며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부리고, 물에 풍덩 빠져들어 점심까지 놀다가 비치베드에 누워 책을 읽는다가, 저녁때쯤 아름다운 석양을 보며 칵테일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요가 여행자에게 발리, 특히 우붓이라는 지역은 수련지였다.


내가 가려는 요가 스튜디오의 클래스를 확인해보니 아침 7시 30분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 수업에 가면 첫날부터 몸이 정말 축날 것 같아 9시 수업부터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첫날이라 등록도 해야 하고, 위치도 어디인지 확실히 모르고, 숙소에서도 15분 정도 떨어져 있어서 좀 일찍 일어나기로 했고, 혹시 몰라 기상 알람은 7시 반에 맞춰 놓았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었을 때의 풍경과 조식 사진


이래야 발리고 우붓이지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에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렸다. 커튼을 젖히고 문을 열었다. 눈 앞에는 맑은 하늘과 수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 이래야 발리고 우붓이지. 이걸 상상하고 온 거잖아. 문 밖에 나와있으니 주인집 아들이 와서 조식 메뉴를 주고 간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토스트 사이에 바나나와 딸기가 들어간 메뉴가 있길래 시켰다. 파파야와 노랑 수박이 함께 곁들여져 나왔고 금세 맛있게 해치우고 커피도 한 잔 했다. 거의 완벽한 우붓의 아침이었다. 이제 요가하러 가야지. 날씨도 왜 이리 좋은 거야.


우붓의 길거리 (사실 메인도로는 좀 더 정신없다)


숙소에서 나와 요가 스튜디오까지 걷는 우붓의 거리. 하늘도 맑고 거리조차 고즈넉하니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길거리에는 강아지도 여유를 가지고 슬금슬금 걷다 사람이 오면 피해 간다. 메인 도로는 좀 정신없고 차들이 많기는 한데, 그래도 우붓은 꾸따에 비해서는 깨끗하고 차분한 느낌이 많이 드는 곳이다. 여긴 미세먼지가 없겠지? 하늘이 볼수록 맑아서 요가 스튜디오까지 가는 길이 너무 상쾌했다. 요가 스튜디오는 내가 상상하던 그런 곳에 있을까? 어떤 수업이 펼쳐질까?


Radiantly Alive 전경


내가 원래 가보려고 했던 요가 스튜디오는 <Yoga Barn>과 <Radiantly Alive> 2곳이었다. 다양한 리뷰와 많은 분들의 의견을 종합하였다. 요가 초심자에게는 Yoga Barn이 더 적합할 수 있으나, 요가를 계속 해왔던 사람에게는 Radiantly Alive가 더 괜찮은 듯하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그냥 Yoga Barn은 한 수업만 듣던지, 아니면 구경만 가던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결국 Radiantly Alive를 베이스캠프로 삼기로 했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약간 아쉬웠던 건 Radiantly Alive가 현재 공사 중이라는 점이다. 확장 공사를 하고 있고 내년에는 카페까지 오픈한다고 하니 나중에 또 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 중이어서 수업 중에 간헐적인 소음이 들렸던 게 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요가하러 와서 모든 것이 수련인걸 어쩌랴...


Radiantly Alive의 가격표


나는 Radiantly Alive에서 1주 무제한권을 끊기로 했다. 1개 수업의 가격은 130,000 루피아로, 우리 돈으로 대강 환산하면 0을 하나 떼고 13,000원 정도로 볼 수 있다. 나는 비록 일정 상 우붓에서 수업을 4일밖에 들을 수 없지만, 7개의 수업 이상만 들으면 1주일 무제한권이 이득이기 때문에 1 Week Unlimited로 800,000루피아를 결재했다. 그리고 듣고 싶었던 대부분의 수업을 다 들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수업 정보 : https://www.radiantlyalive.com/classes/)



나는 1주일 무제한 권을 신청했기에 조그만 바코드가 달려있는 카드를 받았다. 수업을 들으려면 리셉션에 가서 그 카드를 바코드 리더기에 인식시키면 직원분께서 내 결재 정보를 확인하고 이런 돌을 준다. 이 돌이 수업 참가권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매트 앞에 돌을 놔두면 수업이 시작되고 스태프가 와서 이 돌을 걷어간다. 어떤 돌에는 Good Luck이 새겨져 있기도 하고, 또 어떤 돌에는 Happiness가 새겨져 있다. 이 돌을 보며 오늘 하루의 내 감정을 어루만져보는 것도 이곳의 꿀잼 포인트 중 하나이다.



Radiantly Alive의 2층 수련실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따뜻했다. 열려있는 창문 사이로 풀숲이 우거져있고, 바닥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빛이 들어오는 곳에 잠깐 서있었는데 이게 휴가구나 라는 생각이 잠깐 들고 금세 더워지더라... 요가 매트는 따로 가져가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도록 비치되어 있다. 그런데 사실 냄새가 좀 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업 끝나면 클리너로 닦고, 매일 저녁 수업이 끝나고 나면 스태프가 닦고 말린다고 하는데...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발 냄새가 스며들어 있는 느낌... 그래도 참을 만하다. 나도 첫날 첫 수업에는 매트 위에 덮는 타월을 가져갔는데 없어도 할만해서 그냥 매트 위에서 요가 수업을 들었다. 종종 그래도 자기 매트에서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개인 매트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게 요가를 할 수 있다.



6월 13일 수요일의 시간표이고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내가 수강한 수업들이다. 처음 수업에 감동하여 사진을 청한 뒤로, 모든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한 마디라도 나누고, 사진을 남기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조르르 선생님 옆으로 가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끝나길 기다리다가, 수업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을 함께 직어달라고 청하였다. 선생님들은 너무 고마워하며 사진을 흔쾌히 함께 찍어주셨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들도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는지 또 마주쳤을 때 "Hey, Paul~"이란 말로 반갑게 인사해주셨다.





수업명 : RA Vinyasa
강사 : Cole Chance
시간 : 6월 13일 9:00 - 10:30


그녀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했다.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자유를 외부로부터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찾는 자유는 흔들릴 수 있는 자유지만, 내면에서 만들어지는(cultivate) 자유는 흔들림 없는 단단하고 진정한 자유라고 수강생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Cole의 빈야사 요가 수업은 파워풀 그 자체였다. 빈야사는 본래 시작부터 끝까지 호흡과 동작이 끊기지 않고 진행되는 요가 종류이다. 그녀의 수업 스타일은 내 온몸 근육의 힘과 유연성을 깨웠다. 평생 이렇게 흘려본 적이 없을 정도로 땀을 흘렸다. 마지막에 옷을 짜보았는데 주르륵 물 따르듯 땀이 흐를 정도로 말이다. 난 개인적으로 힘든(?) 요가를 좋아하는 편인데,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싶긴 했다. 내가 그녀의 수업을 모두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수업명 : Flexibility & Mobility
강사 : James Allan
시간 : 6월 13일 11:00 - 12:30


'유쾌한'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제임스 선생님의 유연성과 가동성 수업! 몸을 잘 쓰기 위해서는 유연성, 힘, 건강함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고 말을 떼며 수업을 시작하였다. 우리는 그의 지도에 따라 머리, 목, 어깨, 손, 팔, 다리 등을 자유롭게 움직여보는 시간을 가졌다. 팔과 어깨를 내 마음대로, 무용수처럼 휘저어도 되고, 손이 용이 되어 움직이는 듯한 동작을 해도 되는 등 정말 마음대로, 내 몸이 가는 데로 움직이도록 놔두는 시간이었다. 


여러분이 하는 동작에 틀린 것은 없다. 
제일 피해야 할 것이 맞고 틀린 것을 구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임스 선생님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보는 것이 중요하며, 맞고 틀린 것을 구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그는 다양한 동물 모션을 통해 유연성과 가동성을 트레이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고릴라, 개구리, 원숭이, 도마뱀 등 여러 로꼬 모션을 통해 우리 몸을 좀 더 다양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Radiantly Alive에 있는 내내 제임스는 나에게 유쾌하게 인사를 해주었다. 왠지 떠날 때는 친구 같은 느낌이 들던 선생님이었다.


Warung Biah Biah


수업이 끝난 12시 40분부터 다음 수업 2시까지 시간이 비어 우붓 시내를 돌아다녔다. 한 30분 정도 돌아다니고 이젠 어딘가로 점심 먹으러 들어가야겠다고 생각되었을 때쯤, 어제 내가 저녁 먹었던 식당을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아 그래, 구관이 명관이지 하며 이곳에 다시 들어갔다. 이번에는 꼭 면을 먹어야지 하며 미고랭과 다른 사이드 메뉴, 그리고 맥주까지 시켰다.


Warung Biah Biah의 미고랭과 사이드 메뉴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볶음밥은 한국이 더 맛있는 느낌적 느낌이고, 면 요리는 여기가 더 맛있었다. 다른 사이드 메뉴는 장조림 같은 돼지 간장 조림과 치킨이었는데 둘 다 부드럽게 맛있었다. 요가 클래스 2개를 듣고 마시는 삔땅 맥주는 정말 꿀맛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소화가 좀 되었을 즈음, 다시 요가원으로 돌아와서 수업을 준비했다. 듣고 싶었던 오후 수업도 3개나 되었기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수업명 : Thai Yoga Massage
강사 : Ade Adinata
시간 : 6월 13일 14:00 - 15:30


발리 사람 Ade는 차분하지만 위트 있고, 친근하지만 위엄 있는 선생님이었다. 타이 요가 마사지 수업은 그냥 타이 마사지 수업이 아니라, 여러 요가 동작을 활용해 마사지를 타인에게 시전 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이었다. 우리가 흔히 마사지를 한다고 하면 힘을 사용해서, 또는 근육을 사용해서 상대방의 신체 부위를 지압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이 요가 마사지 수업에서는 근육을 쓰는 것이 아니라 중력, 자연스러운 체중의 힘으로 지그시 누르는 것을 통해 상대방에게 마사지를 한다. 2명이서 짝을 지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서로 마사지를 해주었다. 내가 마사지를 받을 때는 거의 잠들어있었던 것 같다. 다음 편에서도 Ade 선생님은 몇 번 다시 출연하시겠지만 정말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었고, 가장 마음 따듯하게 발리에서의 내 여정을 축복해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쉬는 시간에 휴식 공간에서 마주친 고양이. 여기서는 개와 고양이가 너무나 편안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 검정고양이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오른쪽을 보고, 또 찍으려고 하면 왼쪽을 보는 도도한 아이였다. 이렇게 소소하게 쉬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명 : Dance of the Dragon and Qi Gong Flow
강사 : David Dharmabum
시간 : 6월 13일 16:00 - 17:30


우리말로 하면 '기공권' 수업이다. 용의 움직임을 토대로 중국의 태극권을 가르쳐주는 수업이었다. 두 손이 용이 되어 다양한 무술 동작을 보여주시는 데이비드 선생님을 함께 따라 하는 것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이게 뭐하는 동작이지 라는 생각도 들었던 수업이었는데 생각보다 운동량이 꽤 되었고 땀도 많이 흘렸던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나이가 50대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하는데, 그에 반해 몸이 다부지고 단단해 보였다. 이런 게 기공권의 효능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앉지 않고 서서 이루어진 수업이라 힘들었지만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다. 



수업명 : Sky Yoga Flow
강사 : Pedro Salazar
시간 : 6월 13일 18:00 -19:30


오늘의 마지막 수업은 스카이 요가 또는 플라잉 요가라고 불리는 요가로, 천장에 매달린 해먹을 사용해 다양하고 새로운 요가 동작들을 접해볼 수 있는 수업이었다. 본 수업의 강사는 유쾌하고 재미있게 수업을 이끌었던 페드로였다. 생각보다 해먹 위에서 할 수 있는 동작들이 많았고, 특히 물구나무처럼 거꾸로 매달려서 균형을 잡는 동작들이 나에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동작들을 마치고 마지막 5~10분의 쉬는 자세(사바아사나)도 해먹 위에 누워서 쉬었는데, 살짝 흔들거리는 공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의 자유로움에 매료되었다. 다른 스카이 요가 수업도 들어봐야지!





내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 40분까지 요가를 하다니...  한 클래스 당 시간표에는 1시간 30분이라고 써져 있지만, 실제로는 10분 정도 더 수업을 하기 때문에 1시간 40분인데, 총 5개 클래스를 들었니 넉넉잡아 하루에 8시간 20분 동안 요가 수업을 들은 셈이다. 이게 정녕 휴가였던가 이른 출근에 늦은 퇴근이었던가... 요가인의 삶은 쉽지 않았다.



저녁 8시쯤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요가원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지나가던 길에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음직스러워 한 입에 흡입해버렸다. 그 후 진짜 저녁은 어디로 갈까 다시 고민하다가 꽤 괜찮은 분위기의 카페 & 퓨전 식당이 있다길래, 이름을 듣고 나도 블로그에서 본듯하여 그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무드라 카페(MUDRA cafe)라는 분위기 좋은 곳이었는데, 참치와 아보카도가 들어간 포케를 주문하여 맛있게 순삭 했다. 신기하게 김치를 곁들여 주다니 퓨전은 퓨전이었나 보다.



발리에 와서 요가와 서핑 이외에 꼭 하고 싶었던 액티비티(?)는 마사지였다. 1시간에 1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라 한국에 비해 부담이 훨씬 적었고, 어디를 걸어가도 마사지 샵이 눈에 많이 띄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아서 매일 받을 수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AUDRY'S SPA라는 곳에서 마사지를 1시간 받았다. 마사지샵의 실력은 사람마다 대부분 다 달라서 어디가 좋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내가 갔던 곳들은 평균 이상의 마사지를 제공해주었다. 실패하지 않는 하나의 팁이 있다면, 처음 들어갈 때 샵매니저에게 세게 받을 건지, 약하게 받을 건지, 몸의 어떤 부위가 많이 불편한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그 내용에 맞게 마사지사를 배정받을 수 있다. 나는 세게 받는 것을 좋아해서 대부분 남자 관리사에게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를 받고 좀 개운해져서 유명하다는 라이브 바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0시가 넘어 도착한 Laughing Budda 라는 바에서는 락 스피릿 넘치시는 분들이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고 계셨다. 흥이 절로 나는 음악 덕분에 많은 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었다. 그 모습을 함께 했으니 요가와 함께 한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꽤나 거리는 있지만 재미있고 힐링되었던 일정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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