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폴리 Jun 16. 2018

발리 우붓에 도착하다

요가하는 남자, 발리에 가다 2편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리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휴양지이다. 넓은 모래사장과 맑은 바다, 서핑, 스노클링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당연히 발리는 '신들의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휴양하기 좋은 곳이지만, 요가를 하는 사람들에게 발리는 좀 다르게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붓은 휴양지를 넘어 수련지이다.


우붓에는 수십여 개가 넘는 요가 스튜디오들이 있으며, 요가인들에게 최적화된 슬로우 푸드, 비건 푸드 레스토랑들이 널려있다. 수풀이 우거진 곳 또는 트로피칼 뷰가 잘 보이는 곳에서 자연과 함께 요가를 하면 안 되던 동작도 될 것 같다. 요가를 수련하고 받으면 피로가 싹 사라질 것 같은 마사지샵도 거리마다 있으니 요가인들의 천국이 아니한가? 그래서 발리의 우붓에는 요가인들로 북적인다. 요가한 지 만 1년이 된 나도 그래서 발리에 와있다. 


Radiantly Alive 요가원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가 뜬 지 7시간 만에 인도네시아 발리의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장시간(?) 비행을 하니 몸도 찌뿌둥하고 피로감도 느껴졌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으려고 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짐이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내 짐만 안 나오는 건 아니었다. 비행기를 내린 지 50분이 넘어서야 짐이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나오다가 또 멈추고 10분 기다리고 나오다가 또 멈추고 몇 분 기다리고 하는 것이 반복되었다. 비행기는 6시에 도착했는데 결국 내 짐은 7시 반에 되어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참 답답해서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살았던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나를 위로했다. 클룩이라는 앱으로 공항부터 우붓까지 택시를 예약해놨는데, 이 또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아마 내가 너무 늦게 나와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데에 가셨다가 오셨는지 또 20분가량 기다려서야 기사분을 만날 수 있었다. 나에게 발리의 첫 느낌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여행을 다니면 항상 배우는 게 있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기다림을 확실하게 배울 수 있었다. 


발리 덴사파르 공항


저녁 8시 즈음에 공항에서 나와 1시간 30분가량이 걸려 우붓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는데, 이곳은 호텔이라기보다는 가족이 운영하는 펜션 느낌을 받았다. 방은 굉장히 간소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나처럼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들에게 꽤나 적합한 숙소였다.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했는데 숙소가 일반 호텔과는 다르게 주인집이 있고 따로 떨어져 있는 방이 여러 개 있고 그 사이사이에 풀숲으로 꾸며져 있어 자연경관은 꽤 훌륭했으나 생각보다 사진처럼 막 멋스러워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주인집 어머니와 아들들이 너무 친절하고 정이 많은 느낌이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Ubud의 Ayu Bungalow's & Spa 2)


내 방 문을 열면 보이는 전경


짐을 풀고 저녁 10시쯤 배가 너무 고파 숙소에서 나와 거리를 돌아다녔다.  20분 정도를 돌아다니고는 가장 마음이 끌리는 데로 들어가서 앉았다. 마감할 때가 다 돼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었고 분위기도 딱 현지 스타일이고 가격도 저렴하니 첫 식사로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면을 시키고 싶었는데, 뭐가 뭔지 정신이 없어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메뉴판에 가장 인기 메뉴라고 되어있는 나시고랭을 시켰다. 물론 맥주도 현지 브랜드로  큰 병을 주문했다.


첫날 저녁을 먹은 현지 음식점 Warung Biah Biah


나에게 필요한 건 이거였어. 식사가 나오기도 전에 맥주를 목에 넘기며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식사를 끝내고서야 아 오늘이 다 지나갔고 나는 발리 우붓에 있구나라는 것이 현실로 느껴졌다. 알고 보니 내가 갔던 그 음식점은 그 근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현지 음식점이었고 그 거리를 지날 때마다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들어간 거 보면 운도 좋았나 보다.


그렇게 발리 우붓의 첫날이 지나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발리 요가여행 준비하는 설렘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